세종대왕은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이 법이나 제도를 잘 알지 못해 억울한 일을 겪는 것을 ‘어엿비’ 여겨 한글을 창제하였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의 ‘훈민정음’은 ‘바른 것을 바른 표현으로 바르게 드러내 나타낸다’는 정음사상(正音思想)을 바탕으로 하여, 어떤 글자보다도 뛰어난 과학적인 원리를 담고 있는, 쉽고 아름다운 글자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최고의 문자인 한글을 두고서도 한자 문화의 오랜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채 한자로 표기된 어려운 법령 문장을 사용하면서 일반 국민을 법률관계에서 소외시켜 왔다. 법치국가에서 법 문장은 국민이 쉽게 읽고 이해하여 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법은 용어와 표현이 이해하기 어렵고, 어문 규범에도 맞지 않아, 일상 언어 생활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용어와 문장구조, 어려운 한자어와 예스러운 말투, 어색한 번역투 표현으로 가득한 법령문은 법과 제도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야 할 국민들의 삶을 힘들게 할 뿐이다. 비문은 아니더라도 군더더기 말이 많고 복잡한 문장 역시 이해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게 된다.
국민에게 입법 의도를 제대로 알리고 제도를 쉽게 설명하여,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법령문이 만들어진다면 법을 어길 일도 없는 반듯한 사회로 가는 길이 한걸음 더 앞당겨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