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식민지배는 한국 사회에 어떤 변화를 초래했는가?
식민지배의 효과와 탈식민 이후의 영향을 다면적으로 분석한다
수탈과 근대화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근대성을 매개로 하여 작동했던 식민지배의 효과와 탈식민 이후의 영향을 좀 더 다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최근 식민 시기 연구의 주된 관심사가 되어왔다.
이 책에 실린 글 모두 시기적으로는 식민지 시기부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내용적으로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 정책과 이에 대한 조선인과 타이완인의 대응, 식민지 시기와 종전을 전후한 시기의 조선인과 타이완인의 이동, 종전 이후 미국 동아시아 정책에 내재된 식민주의적 성격 등을 다루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책의 각 장은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11편의 글을 주제별로 나누어 4부로 구성했다. 1부는 ‘만주의 조선인과 타이완인’을 주제로 2편의 글을, 2부는 ‘식민정치와 가족·공창 제도’라는 주제로 3편의 글을, 3부는 ‘식민지 교육과 저항’이라는 주제로 3편의 글을, 4부는 ‘전쟁동원과 전후(戰後)’라는 주제로 3편의 글을 각각 묶었다.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새로운 주제로 식민 시기를 해석한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학계에서 다루지 않았던 주제나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한 글, 그리고 한국학계에는 처음 소개되는 식민지 시기 타이완에 관한 글이 여러 편 실려 있다. 재만 조선인의 만주국에서의 호적 취득 문제(마이클 김)는 그동안 학계에서 거론되지 않았던 주제이며, 남양군도의 노무동원과 조선 여성의 문제(정혜경)도 그렇다. 또 조선과 타이완에서의 일본인 교원과 그들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쉬페이셴, 박찬승) 또한 흥미로운 주제이다. 식민지 시기 사회적 이슈가 되기 시작한 동성동본금혼제와 친권 법제화의 문제(소현숙, 홍양희)는 해방 후에도 큰 영향을 미친 제도로서, 그 기원에 천착한 두 편의 글은 학계에서 크게 주목받을 것이다. 3·1 운동 100주년을 앞둔 시점에 3·1 운동기의 사상에 관한 글(윤해동)도 흥미롭다. 식민지 시기 타이완인의 만주 이주와 종전 이후 타이완 회귀 문제(쉬쉐지), 타이완에서의 성병 관리 문제(진정원), 타이완인 BC급 전범 문제(중수민), 냉전 초기 미국의 타이완에 대한 의약품 원조 문제(류스융) 등은 한국 학계에 처음 소개되는 주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