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월세, 카드값, 은행 이자 때문에
사람들은 반쪽 삶을 살고 있어
…
그들에게 자기 자신을 위해 살라고 말하고 싶어.
”
오늘도 퇴사하지 못한 채 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반쪽 인간 카프만이 건네는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
우리는 언제부터 반쪽이 되었을까? 바쁘게 일을 하고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만 회사에서의 우리는 반쪽짜리에 불과한 느낌이다. 해야 하는 일만 하고 해도 되는 말만 하기 위해 잠시 내려놓았던 우리의 또 다른 반쪽은, 회사에 다닐수록 점점 흐릿해져 간다.
카프만은 우리 스스로 죽이고 만(‘K’illed) 반쪽 인간(a ‘half man’)이다. 직장인들의 고통이 극심해지자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인간세상으로 내려간 그는 반쪽짜리 삶을 살고 있는 직장인들과 마주한다. 그는 자신을 보낸 ‘그’에게 보고한다. ‘사람들은 노예가 되는 삶을 받아들이고 퇴사를 두려워하고 있어.’
삶은 계속 나아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나 자신이 아니라면 멈춰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바라고 기다리던 입사였다. 월급을 받았고 한 달 내내 치킨만 먹었던 적도 있었다. 월급과 콜레스테롤을 열심히 교환했고 중간 중간 알코올 소독도 한 번씩 해줬다. 그러다 문득 10년 뒤의 내 삶도 지금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했다. 평소 다양성의 가치와 그것에 대한 존중을 열심히 듣고 배웠지만 정작 스스로는 다양한 삶을 지향하고 싶은 건가 의문이 들었다. 동시에 임종 직전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나의 인생을 가장 솔직하게 돌아보는 순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난 퇴사를 선택했다. 몇 달은 경제적으로 아주 많이 힘들었지만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일용직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했고 흔히 말하는 ‘안정적인 삶’의 형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진짜 나의 모습과 마주했던 시간이었다. 내가 믿고 해야 할 일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적어도 그 생각들과 믿음이 두 발 뻗고 잠은 잘 수 있게 해주었다.
사회에는 많은 고통들과 인내를 마주하며 조금씩 조금씩 시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계신다. 그분들의 행적에 비하면 나의 목소리는 자격이 없고 한없이 초라하기까지 한 철없는 사람의 불평이다. 하지만 이 불평들이 성숙해지고 하나의 온전한 목소리로 거듭날 수 있도록 꾸준히 생각하고 고민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퇴사하던 날 ‘퇴사 축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스케치북과 펜을 선물해준 사람에게 정말 고맙고 큰 힘이 됐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6:4의 비율로 걱정과 믿음을 보내준 엄마 아빠에게도 정말 고맙고 이젠 믿음의 비중을 8 정도로 올려줬으면 좋겠다. 대가 있는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해준 누나에게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