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정을 지키기 위해
삼총사가 만든 특별한 규칙
때로는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저 몇 번 봤을 뿐인데, 어느 순간 마주 서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죠. 속 시원히 마음을 전하면 좋겠지만, 대개는 우물쭈물 망설이다 타이밍을 놓치곤 합니다. 더군다나 아직 이성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는 친구라면 그저 먼발치에서 속앓이만 하지요. 《남준혁 멀리하기 규칙》에서 서연이가 꼭 그랬어요. 옆집에 사는 준혁이를 좋아하면서도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지요.
서연이와 소라, 유진이는 ‘쿠쿠오 프렌즈 삼총사’예요. 셋 다 쿠쿠오 프렌즈를 좋아해서 지은 이름이에요. 전학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서연이가 두 친구에게 쿠쿠오 프렌즈 스티커를 나누어 주면서 삼총사가 만들어졌어요. 세 친구는 선물도 주고받으며 늘 붙어 다녔어요. ‘남준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준혁이는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남학생이에요. 서연이는 옆집에 사는 준혁이에게 남몰래 마음을 키워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삼총사가 모여 ‘당연하지’ 게임을 하는데 모두 준혁이를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겠어요? 고민하던 셋은 ‘남준혁 멀리하기 규칙’을 만들었어요. 준혁이와 3분 이상 말하지 않기, 준혁이랑 따로 만나지 않기, 둘이만 있거나 같이 다니지 않기……. 누가 봐도 이상한 규칙이었지만, 삼총사는 우정을 위해 이 규칙을 지키기로 했답니다.
서연이도 철석같이 약속을 했지만 자꾸 일이 꼬였어요. 막내 고모가 맡기고 간 고양이 마리 때문에 준혁이가 매일 집에 찾아왔거든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는 준혁이가 매일 마리를 보러 놀러 온 거예요. 마리가 아파 함께 병원에 가기도 했고요. 조마조마하던 차에 결국 소라와 유진이에게 들키고 말았어요. 둘은 서연이의 말은 듣지도 않고 쌩하니 돌아섰어요. 삼총사의 우정은 이대로 금이 가는 걸까요?
사람의 마음은 참 알 수 없어요. 보기만 해도 얼굴이 빨개질 만큼 좋다가도 금세 시큰둥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다시 가슴이 콩닥거리기도 해요. 날씨가 바뀌듯 마음도 맑았다 흐렸다 개었다 합니다. 한 사람이오래 마음속에 머무를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순식간에 바뀌기도 해요. 《남준혁 멀리하기 규칙》 속 소라와 유진이처럼 말이에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예상하기도 힘들고, 내 뜻대로 하기도 어려워요.
아직 친구와의 관계가 서툰 아이들은 작은 다툼도 큰 고민거리가 될 수 있어요. 더군다나 이성친구에 대한 문제라면 더 그렇겠지요. 《남준혁 멀리하기 규칙》을 읽으며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힌트를 얻을 수 있으면, 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책고래놀이터는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야기,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으며 책 속에서 뛰어놀 수 있는 이야기를 계속 담아 나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