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감 넘치는 서사로 들여다본 우연의 업보>
무심코 행했던 행위가 후에 날카로운 파편의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인간 누구나의 문제를 한 생명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과 연결지어 들여다본 작품이다. 작품은 자칫 관념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허구나 상상이 아니라 현실감 있는 서사로 펼쳐내어 그만큼 몰입하는 재미를 키워준다. 또한 작품이 전하는 시공을 초월한 혈육의 끈끈한 영속성은 인간 누구나 숙고하는 문제인 운명, 사랑, 존재 등의 질문을 읽는 이 스스로 마주하게 한다.
<줄거리>
부인이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는 최 중사는 부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수단의 한 호텔공사장에 투입된다. 그리고 공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족 같은 수단 원주민인 마툼을 만나 지원을 받게 되고, 이를 계기로 최 중사는 마툼 부인인 엘라와 본의 아닌, 마툼의 용의주도한 계획하에 짙은 정사를 갖게 된다. 검은 피부의 한계를 탈피할 수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든 이를 탈피하고자, 고육지책으로 자기 처를 최 중사에게 헌납한 마툼이었다. 최 중사가 부인의 위급함으로 귀국한 후 마툼의 소원대로 그의 처에게서 노란 피부의 사내아기가 이 세상에 태어났고 그의 부족들은 그 아이를 부족의 영화와 존귀를 가져다줄 ‘마쿠타(황금빛 새)’라고 부르며 신에게 감사한다.
마툼은 남과 북으로 오랜 내전을 치르는 수단에서 부족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선, 자기의 대를 이어 족장이 될 마쿠타는 생과 사를 단숨에 구분하는 총질을 배워야 한다며 마쿠타를 군 사관학교에 보낸다. 이후 상사로 임관된 마쿠타는 본의 아니게 정부군 군사정보국 소속으로 남수단의 무슬림 반군세력 소탕전에 투입된다.
잔자위드(말 등에 탄 사막의 악마)의 지휘관이 된 마쿠타는 제노사이드라 알려진 대학살극의 주인공이 되어 반군세력을 소탕하며 기나긴 전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결국엔 반군에 체포되어 처형을 기다리게 되고, 부인과 사별하고 시골에서 고추밭을 매고 있던 최 중사는 어느 날 잊었던 엘라의 연락을 받고 수단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