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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퐁당

그대에게 퐁당

  • 정예인
  • |
  • 청어람
  • |
  • 2018-09-04 출간
  • |
  • 528페이지
  • |
  • 130 X 190 mm
  • |
  • ISBN 9791104918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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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때때로 자기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
“따라오지 마세요.?어설픈 위로라면 사절이니까.”
?
처음 보는 사람에게 최악의 인상을 남겼을 때.
?
“우리,?어디서 본 적 있죠?”
?
그리고 그 사람과 또다시 조우했을 때.
?
이대로 영원히 인생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회의에 빠진 순간,
삶은 또다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좋아요. 그 거짓말, 진짜인 걸로 합시다.?단, 내가 기억해 낼 때까지.”

언제나 꿈을 꾸는 사랑스러운 파티시에와 커피를 내리는 천하태평 나무늘보 바리스타.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꽃다운 청춘들의 이야기가 함께하는 곳.
?
“어서 오세요.?「L"amour」입니다.”
?
회갈색 벽돌과 파란색 창문 너머로 갓 구운 빵 냄새와 커피 볶는 향이 새어 나오는,
슈크림처럼 부드럽고 마카롱보다 더 달콤한 사랑을 굽는 제과점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책속으로 이어서]

프롤로그Ⅱ

그라인더로 곱게 간 원두를 포타필터portafilter에 담고 탬퍼tamper로 꾹 누른다. 탬핑이 끝난 포타필터를 에스프레소 머신에 장착하고 버튼을 누르자 진한 커피가 떨어져 내렸다. 추출된 에스프레소 위에 거품을 낸 스팀 우유를 천천히 붓자 부드러운 라떼 향이 자그마한 가게 안에 그윽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아, 그냥 사진만 한 번 보라니까?”
그 평화로운 분위기를 깬 건 정훈의 말이었다. 방금 막 자신의 앞에 놓인 커피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열변을 토하는 친구의 모습에 준수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결혼 정보 회사로 이직할 계획이야?”
“그러니까 미친놈아, 내가 생전 안 하던 중매쟁이 노릇까지 하고 있는데 그까짓 사진 한 번 봐주는 게 그렇게 어렵냐?”

(중략)

“그러니까 하는 소리다. 내가 오죽하면 황금 같은 휴가에 너 붙잡고 이러고 있겠냐. 제발 부탁인데, 내가 권하는 여자 만나기 싫으면 네 이상형이라도 말해봐. 지구 끝까지 뒤져서라도 찾아다 줄 테니까.”
오늘따라 유독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정훈의 집요함에 준수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도무지 끝이 안 보이는 태평양 같은 인내심도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어떻게 둘러대야 친구의 집착을 잠재울 수 있을지 궁리하던 차였다. 딸랑거리며 종이 울리더니 여자 한 명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준수가 안내를 하려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였지만 여자는 곧장 혼자 온 손님이 차지하고 있던 테이블로 직행했다.
“늦었으면 뛰어오는 시늉이라도 해라, 좀. 내 표정 빤히 보면서도 태평하게 문 열고 들어오는 거 보고 진짜 분노가 차올랐다, 분노가.”
“미안해. 하지만 알잖아, 난 달리기는 정말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거.”
달리기라는 말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배시시 웃는 여자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이 꽂힌 순간이었다. 준수는 자기도 모르게 불쑥 정훈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했다.
“달리기 싫어하는 여자.”
“뭐? 아, 이 미친놈. 뭔 놈의 취향이 그러냐? 아무튼, 어디 말이라도 해봐. 들어나 보게.”
정훈이 채근했으나 준수는 더는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았다. 한편 지금 이 순간 가게 안에 존재하는 유일한 손님들은 본격적으로 둘만의 환담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 이후로 뜀박질 한번 안 하고 사냐?”
“너 잡혀도 죽고 뛰어도 죽을 것 같은 상황 겪어본 적 있어? 그 기분은 직접 체험해 봐야 안다니까. 그래도, 늦은 건 내가 진짜 미안해. 오늘 내가 쏠 테니까 화 풀어라, 응?”
“엎드려 절을 받지. 위로해 주자고 부른 자리니까 내가 참는다, 참아. 그나저나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그 남자 요새도 꿈에 나와?”
“그 남자? 아, 그러고 보니까 어제 꿈에 나타났어. 한동안 잠잠했는데.”
“전부터 궁금했는데 그 남자 혹시 잘생겼니? 딱 한 번 봤는데 6년 동안이나 꾸준히 꿈속에 출몰하게.”
“얼굴은 잘 기억 안 나. 그때 워낙 급박한 상황이라 그런 거 따지고 말고 할 겨를이 없었거든. 꿈에서도 얼굴은 흐릿하게 나오고. 그리고, 나 원래도 사람 얼굴 잘 기억 못 하잖아.”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 봐. 나 진짜 궁금하단 말이야.”
“뭐, 잘생겼던 것 같기도 하고……. 다시 마주하면 기억날 것 같은데. 그렇지만 다시 만날 일은, 아무래도 없겠지?”
“슬프지만 그게 현실이지. 얼굴을 알아, 이름을 알아, 연락처를 알아. 단서가 아무것도 없잖아.”
“나 그때 너무 정신이 없어서 고맙다는 말도 못 했는데 세월이 벌써 이렇게나 흘렀네. 있잖아, 그 사람은 기억하고 있을까?”
“기억은 하겠지. 그게 보통 일도 아니고 해 질 녘에 강남 한복판에서 한바탕 추격전을 찍었는데.”
두 손님이 목소리를 한껏 낮춰 소곤거리고 있는 터라 무슨 사연인지는 정확히 들리지 않았으나 오래된 추억에 잠긴 표정만은 인상적으로 남았다. 저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지은 준수가 정훈에게 두 번째 대답을 건넸다.
“옛날에 못 한 말을 빚으로 남겨둘 정도로 계산 확실한 여자.”
“들을수록 진짜……. 야, 차라리 그만 귀찮게 굴고 꺼지라고 해라.”
어느새 다 식어버린 라떼를 마시던 정훈이 불만스럽게 투덜댔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일을 성사시키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글러먹은 듯했다.
“그래, 내가 미친놈이지. 내가 미친놈이야.”
누구보다 준수를 오래 봐온 정훈이었다. 한없이 느긋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놀랍다 싶을 정도로 칼 같은 사람이 바로 서준수였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덤덤한 대꾸가 돌아왔다.
“커피 다 마셨으면 영업 방해로 신고하기 전에 가라. 어차피 곧 주문받으러 일어나야 될 것 같거든.”
“바짓가랑이 붙잡고 매달려도 간다, 가. 매정한 놈.”
평소와 다르지 않게 들리는 준수의 태평한 말투 속에서 이쯤에서 그만하는 게 좋겠다는 무언의 경고를 읽을 수 있었다. 결국 커피 잔을 내려놓은 정훈은 퇴장을 자처했다.
“휴가 즐겁게 보내. 혹시 주위에서 그런 여자 찾으면 언제든 연락하고.”
“됐다, 됐어.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련다.”
질색하며 휙휙 손을 내저은 정훈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게를 떠났다. 잠시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준수는 스툴에 걸터앉아 이제야 비로소 깃든 평화를 만끽했다. 한편 구석 테이블을 차지한 두 손님은 여전히 즐겁게 재잘대고 있었다.
“그런데 너 지금 상당히 아련해 보인다는 거 알지? 그 남자가 무슨 첫사랑이라도 되는 것처럼.”
“뭐? 그런 거 아니거든!”
“하긴, 여리고 섬세하고 풍부한 주하나 감성에 처음 본 사람하고 사랑에 빠지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긴 해? 진짜 첫사랑은 따로 있는 거 내가 몰랐으면 아마 믿었을걸.”
“첫사랑이고 끝사랑이고, 잠재적 백수한테 사랑은 곧 사치란다 친구야.”
“우아한 백조가 뭐 어때서? 이왕 그만두기로 한 거 뭘 그렇게 사서 걱정을 해.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겨.”
“우아가 아니라 으악이지. 언제 굶어 죽을지 모르는데. 베짱이의 삶을 지향하기에는 내가 내 주제 파악을 너무 잘하고 있는 거지.”
“그래, 그거야. 생각해 보면 개미가 아니라 베짱이가 진정한 승자 아니니? 좋은 시절에 풍류를 즐기며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다가 빈털터리가 되기 직전에 극적으로 개미의 구제를 받아서 결국 잘 먹고 잘 살잖아.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들 다 재평가가 필요하다니까? 한 번 사는 인생 베짱이처럼, 어?”
익살맞게 받아쳤으나 사실 그녀는 친구가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한때 공주 소리를 들으며 자랐던 주하나는 이제 없었다. 온실 속 화초도 몇 년 사이 갖은 풍파에 휩쓸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잡초로 거듭날 수도 있다는 걸 몸소 증명하는 산증인만 남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여기 되게 신기하다. 나 이쪽 동네는 처음 와보는데 깜짝 놀랐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이국적인 것 같아.”
“야, 넌 나이가 몇인데 이제야 경리단길을 와보는 거야. 세상 구경도 좀 하고 살아라.”
“그러게, 나 여태 뭐 하고 산 거지.”
“또, 또 처진다. 안 되겠네. 얼른 밥을 먹여야지.”
“맞아, 나 배고파. 어제 집에 돌아오고 나서 내내 늘어지게 잠만 잤거든. 우리 빨리 맛있는 거 먹자. 여기는 뭐가 맛있어?”
“나도 처음 와봐서 잘 몰라. 물어보지, 뭐. 여기요!”
자신을 부르는 제스처를 놓치지 않은 준수가 테이블로 다가왔다. 아까부터 그의 눈길을 끌던 여자가 상냥해 보이는 눈을 또렷이 뜨고는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여기는 뭐가 제일 맛있어요?”
“매일 동해에서 갓 잡아 올린 대구로 만드는 피시 앤 칩스fish and chips가 가장 유명합니다. 메뉴판에도 쓰여 있지만, 전국에서 제일 맛있거든요.”
진지한 말투와 어울리지 않게 능청스럽게 들리기까지 하는 답변에 여자가 비시시 웃었다. 그 웃음을 본 준수 역시 빙그레 미소를 지었고 여자는 재차 물었다.
“정말 전국에서 제일 맛있어요? 제가 사는 거라, 맛없으면 안 되거든요.”
“물론이죠.”
“그럼 그거 말고 다른 메뉴도 추천해 주실래요?”
“비스트로 버거도 저희 매장에서 잘나가는 메뉴입니다.”
“그건 전국에서 제일 맛있다는 말이 없네요?”
“그런 장담은 못 드리지만 저희 가게에서 가장 잘생긴 요리사가 재료 손질부터 접시 세팅까지 직접 합니다.”
건조한 어투라 더욱 절묘하게 들리는 대답이었다. 그 말을 들은 여자가 이번에는 소리 내 웃었다. 한참을 까르르 웃던 그녀가 주문을 했다.
“그럼 그 두 개로 주세요.”
“감사합니다. 더 필요한 건 없으십니까?”
“들어오다 보니까 커피 향이 좋던데, 커피도 잘생긴 바리스타가 내려주시는 건가요?”
그 말에 처음으로 당황한 준수가 헛기침을 했다. 이번에는 곧바로 받아치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한 여자가 물었다.
“왜 그러세요?”
“커피는…… 제가 내립니다.”
“그래요?”
그 대답에 여자는 준수를 빤히 쳐다보았다. 반짝반짝한 눈과 정면으로 시선이 마주쳤을 때, 그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잊고 말았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지은 여자가 말을 이었다.
“그럼 잘생긴 바리스타가 만들어주시는 거 맞네요. 라떼로 두 잔 부탁드려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요.”
“피시 앤 칩스, 비스트로 버거, 라떼 두 잔 주문받았습니다. 금방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제야 미소를 되찾은 준수가 주문 내용을 짚어주고는 메뉴판을 거두어갔다. 주방에 지시를 내리고 직원들이 조리를 시작하는 걸 확인한 후 돌아서다 말고 빙긋이 웃은 그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정훈은 절대 듣지 못할 세 번째 대답이었다.
“뭐, 웃는 게 예쁘면 더 좋고.”
나뭇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마호가니 바닥 위로 테라스에서 비쳐 들어온 오렌지색 햇살이 찬란하게 쏟아졌다. 6년이라는 시간을 돌아온 재회는,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아주 사소한 마주침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목차


프롤로그Ⅰ
프롤로그Ⅱ

1막 : L"amour - 사랑을 굽는 제과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당신의 1년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가을, 밤,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무지개 너머 그 어딘가에

2막 : 이상과 현실의 간극
운명인지 모를 무언가
각자의 아킬레스건
첫사랑에 실패한 자들에 관한 지침서
가장 보통의 사람으로 사는 법
답을 찾지 못한 날
어른이 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동화

3막 : 독백 혹은 방백
크렘 브륄레cr?me br?l?e 같은 남자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Happy Birthday to You
사랑, 그 달콤 씁쓸함에 관하여
커튼콜, 다시 막이 오르면

에필로그 - 여전히, 당신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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