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부터 대통령까지 현대 사회 전체에 만연한 자기 사랑의 병
지구가 자기를 중심으로 돈다고 믿으며
자기 잘난 맛에 중독된 사람들!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의 저자가 밝히는
극단적인 자기애의 병리와 치유책
이 책은 어린아이 문제부터 정치와 국제정세 문제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데에는 근본적으로 공통된 정신병리가 있음을 지적하고 이 근본적인 병리에 대해 ‘과대자기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정신의학의 새로운 개념과 패러다임을 소개했다. 더불어 심리, 사회, 문화, 경제, 정치라는 다양한 인간의 활동을 아우르는 병리 개념으로서 과대자기증후군을 해석한다.
다양한 임상 사례와 실제 사건 사고, 유명인의 일화를 바탕으로 과대자기증후군의 증상과 폐해 및 극복 과정을 설명하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는 네로와 칼리굴라에게서는 과대자기증후군에 매몰되어 폭력적으로 생애를 마감한 실례를, 처칠과 간디에게서는 과대자기증후군을 극복하고 위대한 성취를 이룬 실례를 대비하여 소개함으로써 과대자기를 극복하는 방법에 따라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대비하여 보여준다. 또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에 이르는 역대 미국 대통령의 일화에서는 유년의 경험과 극복의 과정이 각기 어떻게 다른 인생행로를 가져왔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 특히 파시즘에 저항하고 전장을 누볐던 헤밍웨이를 마음속 공허함을 떨쳐내기 위해 끊임없이 자극제를 찾아다닌 인물로 해석한 대목에서는, 화려한 성공 뒤에 숨은 불안정한 자기애의 빛과 그림자를 엿볼 수 있다.
과대자기증후군의 원인을 개인, 교육, 양육, 뇌 발달, 경제 시스템으로까지 확대하여 살펴봄으로써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유용한 해법을 폭넓게 제시한다. 저자는 과대자기증후군을 밝혀내는 일이 곧 현대사회의 병리를 밝혀내는 일임을 거듭 강조한다. 이를 위해 과대자기증후군을 확대, 재생산하는 현대사회의 특성을 살펴보고 그 밑바탕에 자리 잡은 심리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한편 과대자기증후군에 대처하고 맞서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한다.
부모의 과잉보호와 방치가 아이들에게 과대자기증후군을 어떻게 확대하고 재생산하는지, 혼내지 않는 부모와 너무 혼내는 부모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양육에서 그 둘의 균형을 잡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지, 아버지의 부재가 가져오는 폐해는 무엇인지, 자유경쟁과 도태를 당연시하는 수정자본주의가 초래한 양극화의 문제가 어떻게 과대자기증후군에 빠지는 현대인을 양산했는지, 과대자기에 기여하는 뇌의 생리적 기능 및 발달 문제는 무엇인지 등이 알기 쉽게 사례와 사건을 중심으로 소개되어 있다.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정신의 ‘폭군’, 그 정체는 무엇일까?
얼마 전 용인의 한 백화점에서 40대 여성이 난동을 부린 사건이 있었다. 그 여성은 화장품 매장에서 구입한 화장품을 쓰고 두드러기가 났다며 판매 직원에게 욕설을 퍼붓고 머리채를 잡아 흔드는 등 심한 폭언과 폭행을 가했다. 이 사건은 같은 날 쇼핑을 하던 다른 고객이 영상을 찍어 개인 SNS에 올리는 바람에 인터넷에 퍼졌고, 이후 ‘백화점 갑질 난동’이라는 제목으로 실시간 검색순위에 오르며 일파만파 번졌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상식을 넘어서는 과도한 폭행과 폭언에 한결같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백화점과 피해자 측은 해당 고객을 강력히 처벌할 것을 요구했고, 용인경찰서는 특수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 형사처벌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 사회에 ‘갑질’로 인한 사건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땅콩 회항’으로 대표되는 재벌가의 ‘갑질’에서부터 회사 상사의 일상적인 ‘갑질’, 마트와 편의점, 커피숍 등 서비스 종사자들이 겪는 부당한 대우까지 대한민국은 소위 다종다양한 ‘진상’들의 백가쟁명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갑질뿐만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데이트 폭력’과 훈육이라는 미명 아래 가해지는 아동 학대처럼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불만과 분노를 충동적으로 폭발시키는 일은 이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차선을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복운전을 해 교통사고를 유발하거나 층간소음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등 사소한 일로 분을 참지 못해 타인의 목숨을 빼앗은 사람들의 뉴스도 우리들의 마음을 어둡게 만든다. 더욱이 십대와 어린이들의 범죄가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의 근심과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층빌딩에서 장난삼아 벽돌을 던져 한 여성의 목숨을 빼앗은 어린 소년이나 친구를 잔인하게 고문한 여중생들의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차마 믿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귀를 닫고 싶은 심정이 된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 마 범죄는 또 어떤가? 공중화장실에서 무참히 살해당한 젊은 여성이나 길을 걷다가 영문도 모른 채 칼에 찔린 남성의 사례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며 사람들에게 극도의 공포심을 가져온다.
우리 사회에 이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은 왜, 화를 참지 못하고 타인에게 마음껏 분노를 표출하는 것일까?
우리보다 앞선 1990년대에 이런 사회 현상에 눈을 돌린 학자가 있었다. 도쿄대학교 철학과를 나와 교토대학교 의학부에서 정신의학을 공부한 일본 학자 오카다 다카시이다. 그는 예전 비행청소년들에게는 원인으로 볼 만한 환경적 요소가 있었고 그로 인해 발달 장애, 품행 장애, 해리성 장애로 이름 붙일 수 있는 정신 장애가 나타났지만 19997년, 즉 90년대 후반부터는 이 특정한 병명을 붙일 만한 증상이 없는 아이들이 나타난 사실에 주목하고는 현대사회에 만연한 정신 병리의 원인을 추적하는 일에 나섰다. 의료소년원 등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임상 사례를 접한 저자가 내린 현대사회의 정신병리는 바로 ‘과대자기증후군’.
그는 이 결론을 얻기까지 일본 사회를 경악시킨 무참한 살인 사건들 가운데 범행 당시 범인의 정신 상태를 알아내기 힘들고 행동 병리를 밝혀줄 단서를 찾지 못한 사건에 집중했으며,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가해자들과 긴 시간 면담하고 그들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았다. 또 사건을 일으킨 뒤에 그들이 보인 행동과 발언 등을 추적해 이들에게 나타난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가 발견한 이들의 이상 행동의 공통점은 ① 판타지가 우위에 있는 경향(현실감 결핍 및 자기애성 공상, 해리성 경향) ② 미숙한 전능감 및 자기과시성 ③ 타인에 대한 비공감적 태도(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일에 대한 죄책감의 결핍, 책임 전가와 자기정당화) ④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격한 분노 ⑤ 쉽게 상처받고 그런 상처에 사로잡혀 있는 점 등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다카시는 이를 근거로 이들의 증상을 ‘과대자기’에서 비롯된 장애, 즉 ‘과대자기증후군’이라고 이름 붙인다. ‘과대자기’란 하인즈 코헛의 자기심리학에 나오는 개념이다. 코헛의 개념적 틀에 따르면 ‘과대자기’는 초기 아동기의 자기애 단계를 말하며 이것의 특징은 ‘자기애성 인격 장애’이다. 그러나 다카시가 말하는 과대자기의 개념은 훨씬 폭넓고 복합적이다. 그는 과대자기증후군이야말로 사회 전체가 내포하고 있는 문제적 성향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며 정신의학적, 심리학적인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인 측면까지 내포하는 복합적인 증후군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로 현대사회에 나타나는 정신병리는 기존의 질환으로는 명확히 설명할 수 없으므로 질환을 종적(縱的)으로 보지 말고 질환의 저변을 횡단하고 있는 공통된 병리를 보는 것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인데, 이때 횡단하는 개념이 과대자기증후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기존의 진단명으로는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이상 행동의 배후에 ‘과대자기증후군’이 있으며 과대자기증후군을 통한 정신병리 현상의 이해는 ‘질환’이라는 틀에서 내리는 진단과 모순되지 않으면서도 ‘본질적인 병리를 명확히 밝혀낼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과대자기증후군’의 맹위에 노출된 시대, 어떻게 해야 할까?
‘과대자기증후군’은 아이들 문제뿐만 아니라 어른들 세계에서도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린아이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이 증후군에 잠식될 위험성이 열려 있다. 다카시에 따르면 사람들의 ‘과대자기증후군’은 가정생활에서 국제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활동하는 모든 측면에서 합리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생각지 못한 비극을 초래하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따라서 ‘과대자기증후군’을 밝혀내는 일은 현대사회의 병리를 밝혀내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1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서 발생한 흉악한 사건의 배경을 추적하면서 이 사건의 저변에 과대자기증후군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을 소개한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임상 사례와 구체적인 사건을 기술하면서 일본 사회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리고 있다. ‘평범’한 가정의 ‘평범’에 가까운 아이가 중범죄를 저지르는 일에 주목하고 과대자기증후군이 일본 사회에 침투하게 된 과정을 좇아가는 저자의 시선은 매우 진지하며, 현재의 정신의학이 부딪친 한계와 이를 극복하고자 대안을 찾아가는 여정은 무척 흥미롭다.
2장에서는 과대자기증후군의 특성을 소개한다. 과대자기는 ‘나만 바라보라’는 자기과시성, 자신이야말로 세계의 중심이자 절대적 존재라는 유일성, 공감 능력의 미발달 또는 결핍, 소유와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 판타지를 우선시하고 쉽게 상처받는 성향, 자기긍정감이 낮고 열등감이 팽배한 성격, 극단적인 분노와 대상을 파괴하려는 욕구 등이 특징이다. 이 공통된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네로 황제, 고타마 싯다르타, 도요토미 히데요시, 니체뿐 아니라 현대의 정치인인 윈스턴 처칠과 빌 클린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서고금의 유명인을 사례로 들고 있다.
3장에서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발생한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을 통해 그 배후에 있는 과대자기증후군에 대해 살펴본다. 18세 소녀를 약 3개월 동안 자택에 감금하고 목에 개 목줄을 해서 자기 마음대로 고문하고 사육한 자산가의 아들, 남자 친구와 이별 문제로 갈등을 겪자 남자 친구의 집에 불을 지른 명문대학 여학생, 초등생을 반복해서 강제 추행한 우등생, 초등학교에 난입해 어린이와 교사 열다섯 명을 살상한 자위대 출신 청년 등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과대자기증후군이 발발하게 된 원인을 추적한다.
4장에서는 실제 사건과 사례를 통해 과대자기증후군의 배후와 과대자기를 초래한 현대사회의 특성을 살펴본다.
과대자기는 동전의 양면이자 양날의 검이다. 한쪽에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간섭을 받고 다른 한편에서는 전혀 관심을 못 받는 식으로 불균형적인 나쁜 양육이 이루어진 경우(할복자살한 극우주의자 미시마 유키오의 사례)에서부터 아버지의 부재로 끝없는 호색과 혼란한 애정 생활을 보인 경우(바그너, 사르트르, 클린턴의 사례), 반대로 지나치게 위대하고 거대한 아버지의 존재 앞에서 위축되어 알코올이나 도박에 탐닉하거나 반대로 강력한 자아를 형성한 사례(도널드 트럼프) 등을 소개해 과대자기증후군을 초래한 원인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아스퍼거 장애 같은 고기능 발달 장애에서 기인한 돌발 비행이나 은둔형 외톨이, 가정 폭력의 원인도 이 장에서 들여다본다.
자유경쟁과 도태를 당연시하는 수정자본주의와 이것이 초래한 양극화, 유대 관계가 약화된 시대도 분노와 외로움, 고립을 부채질하는 현대사회의 단면임을 저자는 지적한다. 자기애에 입은 상처는 애정과 관심 부족에 허덕이는 고독한 주인공만 잔뜩 만들고 이것이 바로 과대자기증후군을 만들어내는 요인이 됨을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인물, 사건을 통해 들려준다. 이와 더불어 뇌 전전두피질(뇌 부위 가운데서 성숙하기까지 가장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며 이 부위는 다양한 문화,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의 기능 저하도 과대자기증후군을 촉구한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시각이다.
5장에서는 가정, 학교, 직장, 애정 생활 등 우리 가까운 곳에 있는 과대자기증후군을 살펴본다.
부모의 과대자기가 아이의 마음에 영향을 미쳐 과대자기를 일으키는 사례와 부모가 자신의 갈망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있는 그대로의 아이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 바라던 꿈이나 재능이 좌절된 것이 원인이 되어 과대자기를 일으킨 경우, 비행을 자기실현으로 여기고 범행을 저지른 사례, 가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언제나 건강한 상태로 향상심과 의욕을 지녀야 한다는 강박에서 빚어진 낙오와 무기력증 사례, 정복하는 데만 급급한 남근 나르시시즘과 자신을 지배자로 착각하여 저지르는 스토커, 가정 폭력, 성희롱의 사례 등이 나열되어 있다.
6장은 과대자기증후군을 극복하고 이 같은 증후군에 빠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법을 설명했다.
과대자기증후군과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것으로 첫 번째는 그 존재를 인식하는 일이다. 그다음으로 이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들에게 안전 기지가 되어주는 일도 중요하다. 안전 기지란 비가 올 때 필요한 우산과 같은 것으로 어린이에게는 엄마(또는 양육자)가 된다. 안전 기지의 역할을 맡는 사람은 과대자기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규칙과 예절을 가르치면서 이들이 어려운 시기에 봉착할 때 도움을 주어야 한다.
특히 성인인 경우 자기애에 문제가 있다면, 안전 기지의 역할을 맡은 사람은 이들에게 일정한 규칙을 지켜야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당신을 도울 수 있다는 사인을 주고 이를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다만 이 같은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안전 기지의 본질적인 특징은 다정함과 관용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정이든 조력이든 상대방이 착각할 정도로 얼마든지 아낌없이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특히 위험하며, 이들의 거래에 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저자는 과대자기증후군을 방지하는 법도 소개한다. 상처를 이겨내는 힘을 각자 기르고, 애정과 질책이 균형을 이루는(‘좋은 어머니’와 ‘나쁜 어머니’가 균형을 이룰 것) 교육을 할 것, 자기를 반성하는 능력과 따뜻한 체험을 하는 경험을 늘리는 것이 좋다. 사회는 공평한 기회를 주고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제대로 된 자립 교육을 하는 사회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저자는 이와 더불어 다양한 경험이 주는 중요성을 강조하고(에릭 에릭슨의 사례를 들어), 이상화한 대상을 만나서 성장하는 일의 중요성(간디의 사례를 들어)을 설파한다. 부모가 되어 성장의 기회를 얻는 것이나 대화를 통해 자기 자신을 알고 받아들이는 것도 과대자기증후군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과대자기증후군’의 침투는 현대사회의 특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따라서 ‘과대자기증후군’을 밝혀내는 일은 현대사회의 병리를 밝혀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일이야말로 사람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행복하게 성장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물질적인 풍요로움 이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이 책의 특징은…
1. 어린아이 문제부터 정치와 국제정세 문제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데에는 근본적으로 공통된 정신병리가 있음을 지적하고 이 근본적인 병리에 대해 ‘과대자기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정신의학의 새로운 개념과 패러다임을 소개했다. 더불어 심리, 사회, 문화, 경제, 정치라는 다양한 인간의 활동을 아우르는 병리 개념으로서 과대자기증후군을 해석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2. 다양한 임상 사례와 실제 사건 사고, 유명인의 일화를 바탕으로 과대자기증후군의 증상과 폐해 및 극복 과정을 설명하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는 네로와 칼리굴라에게서는 과대자기증후군에 매몰되어 폭력적으로 생애를 마감한 실례를, 처칠과 간디에게서는 과대자기증후군을 극복하고 위대한 성취를 이룬 실례를 대비하여 소개함으로써 과대자기를 극복하는 방법에 따라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대비하여 보여준다. 또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에 이르는 역대 미국 대통령의 일화에서는 유년의 경험과 극복의 과정이 각기 어떻게 다른 인생행로를 가져왔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 특히 파시즘에 저항하고 전장을 누볐던 헤밍웨이를 마음속 공허함을 떨쳐내기 위해 끊임없이 자극제를 찾아다닌 인물로 해석한 대목에서는, 화려한 성공 뒤에 숨은 불안정한 자기애의 빛과 그림자를 엿볼 수 있다.
3. 과대자기증후군의 원인을 개인, 교육, 양육, 뇌 발달, 경제 시스템으로까지 확대하여 살펴봄으로써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유용한 해법을 폭넓게 제시한다. 저자는 과대자기증후군을 밝혀내는 일이 곧 현대사회의 병리를 밝혀내는 일임을 거듭 강조한다. 이를 위해 과대자기증후군을 확대, 재생산하는 현대사회의 특성을 살펴보고 그 밑바탕에 자리 잡은 심리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한편 과대자기증후군에 대처하고 맞서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한다.
부모의 과잉보호와 방치가 아이들에게 과대자기증후군을 어떻게 확대하고 재생산하는지, 혼내지 않는 부모와 너무 혼내는 부모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양육에서 그 둘의 균형을 잡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지, 아버지의 부재가 가져오는 폐해는 무엇인지, 자유경쟁과 도태를 당연시하는 수정자본주의가 초래한 양극화의 문제가 어떻게 과대자기증후군에 빠지는 현대인을 양산했는지, 과대자기에 기여하는 뇌의 생리적 기능 및 발달 문제는 무엇인지 등이 알기 쉽게 사례와 사건을 중심으로 소개되어 있다.
4. 일본 사회는 우리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따라서 현재 일본이 겪고 있는 사회문제를 고찰하고 이것의 원인을 파악하는 일은 우리에게도 매우 유익한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도 최근 범행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청소년 흉악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으므로 저자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진짜 시련이 닥친 것은 어머니가 인도네시아 남성과 재혼한 데다가 어린 여동생까지 태어난 뒤였다. 그는 여태까지 그럭저럭 독점할 수 있었던 어머니의 애정을 잇달아 빼앗긴 셈이었다.
참고로 오바마의 경우 상대방의 표정이나 평가를 신경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회피형보다 불안형의 특성이 강한 애착 유형으로 보인다.
-‘회피형 애착과 과대자기증후군’에서
사회적으로 과대자기증후군을 지닌 사람들이 일반 가정에서 많이 생기게 된 배경에는 대체적으로 아이를 과보호하며 키우는 부모가 증가했다는 현실도 있다. 너무 애지중지 자란 나머지 과대자기가 현실적인 규모로 축소되지 않은 상태로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마음속 어딘가에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으며 자신처럼 위대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어린아이 같은 전능감이 어른이 되어서도 남아 있게 된다.
-‘과잉보호와 방치’에서
나쁜 짓을 하고서도 죄책감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꼭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경우, 예전에는 부모의 애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날에는 정반대로, 부모로부터 야단맞은 기억조차 없는 경우가 눈에 띈다. 어릴 적 맹목적인 사랑 속에서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도 야단맞지 않고 무엇이든 용서받으며 자란 사람은 안 좋은 상황을 전부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며 아주 작은 상처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상대방에게 복수하려고 한다. 부모의 애정이 너무 부족해도 혹은 너무 많아도 과대자기의 성숙을 방해하게 되는 것이다. (…)
너무 심하게 혼내는 부모나 전혀 혼내지 않는 부모 모두 아이의 공감 능력 발달 및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키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적당한 균형이 중요하다. 단 그 균형은 각각 절반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야단치는 비율은 훨씬 더 낮아도 좋다. 낮은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혼내지 않는 부모와 너무 혼내는 부모’에서
유치원의 발표회는 오늘날의 부모(어른)와 아이들 간의 관계를 특징짓는 한 가지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아이들은 ‘스타’와 같은 모습으로 있으며 주역은 스타이기를 바라는 부모(어른)이다. 다시 말하자면 스타이고 싶은 것은 부모(어른)이다.
이 같은 부모의 과대자기는 이중적인 방식으로 아이들의 마음속에 평생 동안 영향을 미친다.
-‘우리 아이라는 스타’에서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여 죽인 젊은 어머니가 있다. (…)
마치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자랑거리로 생각하는 그 귀여웠던 아이와 자신이 학대하여 죽인 아이를 완전히 별개의 존재로 인식하는 듯했다. 이상화된 아이는 문자 그대로 ‘나의 아이’인 것이다. 이는 현실 속 아이의 죽음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나의 아이’와 현실 속 그 아이 사이에 존재하는 균열이 느껴졌다.
가장 사랑하는 아이를 죽이는 심리적 배경에는 ‘나의 아이’라는 자기대상의 병리가 있으며 현실 속 존재로부터의 괴리가 있다.
-‘가장 사랑하는 이를 죽이는 심리’에서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조류는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운명을 좌우했다. 평화로운 부의 분배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안이하게 보냈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지금은 실력과 실적만이 평가의 기준이 되는 약육강식과 하극상의 전국 시대가 시작되었다. 좋든 싫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한가운데로 던져진 것이다. (…)
이렇듯 불리한 조건에 내던져진 노동자들은 소득에 여유가 없어졌고 아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시킬 수도 없게 되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도 대학 및 전문학교의 학비는 전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터무니없이 비싸기만 하다. 그 결과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또다시 불리한 직장밖에 얻지 못하며 빈곤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이렇게 사회적 양극화는 계속해서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화되는 격차’에서
과대자기증후군인 사람은 자신의 일밖에 안중에 없다. 눈앞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상대방에게도 그 사람만의 사정이나 감정, 현실이 있다는 사실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또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자신이 재미있고 흥미롭게 생각한 일은 상대방도 똑같이 재미있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대자기증후군인 사람은 자신에 대한 일과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서만 구구절절 이야기한다. 이는 대화라기보다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하는 강연회에 가깝다. (…)
과대자기증후군인 사람과 불필요한 다툼을 피하고 양호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려면 우선 그(그녀)의 과대자기를 비추어낼 거울 역할에 철저해야 한다.
-‘거울이 되는 기술’에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안전 기지의 본질적인 특징은 다정함과 관용에 있으며, 그 사람을 특별한 존재로서 소중히 여긴다는 사실에 있다. 보통 특별 취급은 좋지 않다는 ‘평등주의’에 빠지기 쉬운데, 이런 애착에서만큼은 특별 취급이 필요하다.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와 타인의 아이를 똑같이 대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
이러한 사람이 다시 회복되는 사례를 살펴보면, 어김없이 그 사람을 특별히 소중하게 여기며 신경을 써주는 사람이 존재했다.
-‘애착이란 특별 취급을 하는 일’에서
아이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인간으로 키울 생각이라면 거래를 통해기대하는 대로 움직이게 하지 말고, 어릴 적부터 자신의 의지와 책임에 따라 행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거래를 제안할지라도 그것은 너의 문제일 뿐 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말하고 문제의 주체를 바꿔치기하지 않게 유의할 필요가 있다.
-‘거래에 응하지 않기’에서
나와 연구진들이 실천 중인 애착적 접근 방법이 있는데, 이는 바로 아이의 문제 행동을 감소시키는 대신 부모와의 애착을 안정화시키는 일에 주력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위해 가능한 한 아이들을 혼내지 않고 공감적이고 긍정적인 반응을 늘리는 방법을 썼다. 그렇게 해서 부모와의 관계가 좋아지고 애착이 안정되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따로 그 부분을 지도하지 않아도 문제 행동을 줄이는 경향을 보였다. (…)
혼내지 않는 아이가 제멋대로인 사람이 된다는 말은 전혀 혼내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특히 1~2세 때에는 잘못된 일은 잘못되었다고 제대로 가르치고 그 행동을 그만두게 했느냐 아니냐의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1~2세 때에 아이가 너무 귀여운 나머지 무엇이든지 멋대로 하게 놔두면,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제어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이 시기가 지난 후부터 야단을 치기 시작하면 조금 늦은 감이 있다. 더욱이 사춘기 이후로 넘어가면 혼내는 일은 더 이상 효과가 없을뿐더러, 이것이 애착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사태를 악화시키기만 한다. 이럴 때에는 오히려 덜 혼내는 것이 개선 포인트가 된다.
-‘안정된 애착이 되돌아보는 능력을 향상시킨다’에서
인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서만 행복해질 수 있다. 결국 인간이란 혼자서는 행복해질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연결 고리야말로 행복의 원천이며, 그 부분을 키우지 않고는 제아무리 학식과 기술을 갈고닦아봤자 행복한 인생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그렇기 때문에 과대자기증후군을 방지하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돈을 버는 일보다 양육과 가족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되찾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것보다 유효한 대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은 혼자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
현대의 교육은 아이들에게 제대로 자립을 시켜줄 만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립을 위한 노력이 3년이나 느리게 시작된다. 아이들이 보내는 중학교 기간 3년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오히려 명확한 위치를 부여받지 못함으로써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3년이 아이들의 인생에서 가장 격동적이며 중요한 시기인데도, 제대로 된 제도를 갖추지 못한 탓에 매우 어중간한 시기가 되어버렸다.
-자립을 재촉하는 사회 시스템의 필요성
오늘날에는 공교육의 질 저하와 근로 소득의 저하로 인해, 소득이 낮은 부모의 아이들은 실질적으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사회는 이러한 불공정성을 바로잡고 공평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충분한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부모의 소득이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의욕과 목적에 따라서 필요한 사회자원이 활용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는 곧, 위험한 과대자기증후군의 출현을 제어하는 일로 이어질 것이다.
-‘공평한 기회와 격차의 제어’에서
과대자기증후군이 가장 급진적이며 비극적인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 10대 아이들이 저지르는 기괴한 범죄라고 할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만연하고 있는 과대자기증후군은 가장 과민하고 영향을 잘 받는 존재에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어른 세대에서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정 폭력 및 학대, 성희롱 및 ‘갑질’, 스토커 행위나 성범죄 등 대부분의 문제들이 과대자기증후군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도 분명해지고 있다. 이제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세대에서도 과대자기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과대자기증후군인 사람은 그 존재를 자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보다 균형 잡힌 인격으로 성숙할 수 있다. ‘성인’이나 ‘위인’이라 불리는 대부분의 존재들은 과대자기증후군을 극복한 인물이다.
-‘끝내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