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움트기 힘든 홀로섬, 독도
그곳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육상과 바다 식물
이 책 『독도의 사계절 식물 리포트』 속에 실린 독도의 사계절 풍경을 보면 독도가 결코 식물에게 편안한 보금자리가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거친 파도와 바닷바람을 견디며 독도에서 사계절을 맞이하는 식물들이 있다. 이 식물들은 어엿한 독도의 주민으로서 독도의 육상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살아간다. 김철환 등 7명의 저자는 직접 독도를 봄, 여름, 가을, 겨울 방문하여 고등식물과 이끼류부터 해조류에 이르기까지 식물들을 하나하나 관찰하여 책을 엮어 냈다. 사계절동안 총 4번에 걸친 조사를 통해 만난 식물들은 결코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지 않았다. 방문 시기가 늦어서 열매가 맺어버리거나 너무 이르게 찾아가 꽃봉오리만 있는 경우가 일쑤였다. 그래서 이 책에는 독도의 식물들이 열악한 자연환경을 견디고 스스로 생명의 싹을 틔우는 생생한 모습이 담겨있다. 꾸미지 않은 독도 식물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더욱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독도의 육상 식물 65종과 바다 식물 57종의 생김새와 구별방법, 분포, 이름의 유래, 쓰임새를 알 수 있다. 또한 독도의 식물들이 홀로 살기보다는 무리를 짓거나 다른 식물들과 이웃하여 살아가는 모습도 놓치지 않고 수록해 식물과 식물 간의 식물과 다른 생물들과 공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독도의 육상 식물이 들려주는 특별한 이야기
『독도의 사계절 식물 리포트』는 크게 육지와 바다로 구성해, 세부적으로 삶터와 식물의 유형을 나누었다. 육지는 4가지 삶터로 구분했다. 바다와 근접하며 급경사를 이루는 곳으로 생명이 깃들기 무척 어려운 지역, 돌 틈에 쌍떡잎식물이 자라는 암벽지역, 쌍떡잎과 외떡잎식물이 더불어 사는 지역, 그리고 주로 외떡잎식물이 사는 경사가 완만한 지역이다. 이렇게 각 식물들은 저마다 다른 서식처에서 적응하며 살아간다.
* 독도의 천연기념물인 사철나무
독도의 육상에 사는 65종의 식물들은 그만큼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독도 자체가 천연기념물이기도 하지만 독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생물들이 있는데 식물 중에는 유일하게 천연기념물 538호인 사철나무가 있다. 사철나무는 독도에서 가장 오래 산 나무이며 깎아지른 절벽에서 특이하게도 한반도를 닮은 모습으로 겨울철에도 늘 푸르게 독도를 지키고 있다.
* 독도의 미기록 식물인 민초종용
독도에 가장 먼저 살고 있었던 토박이식물 중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면 바로 민초종용이다. 민초종용은 세계적인 희귀식물인 초종용의 품종이며 울릉도와 독도에만 사는 미기록 식물이다. 귀한 식물인 만큼 이 책의 맨 처음을 이 민초종용이 장식했다.
* 독도의 귀화식물과 이끼들
독도에는 우리나라 토박이식물이나 나무 종류 외에도 바닷가식물, 덩굴식물, 귀화식물로 나눌 수 있으며 선태류라고도 하는 이끼도 있다. 바닷가식물 중에는 일 년 내내 꽃을 피우는 번행초나 미기록 식물인 갯꾸러미풀, 민초종용이 기생해 하는 갯제비쑥 등이 있다. 독도에 들어와 강한 생명력과 적응력으로 생존에 성공한 귀화식물 중에는 울릉도와 독도에서만 사는 고유종이 된 섬괴불나무와 우리에게 무척 친숙하고 가까이에 있는 질경이와 동백나무, 갓도 있다. 그리고 왕호장근은 귀화식물이면서 적응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그 기세가 무척 대단해 이웃해서 사는 토박이식물들의 터전을 위협한다. 또한 이 책이 육지 식물을 총망라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이끼류 9종까지 꼼꼼하게 다뤘다는 것이다. 이끼들은 급경사를 이루는 서도의 물골구간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바닷가식물과 함께 힙겹게 살아간다.
물결에 몸을 맡기는 삶, 독도의 바다 식물
독도의 바다는 척박한 육지보다 오히려 나은 환경이다. 물이 깨끗하여 햇빛이 물 속 깊숙이 다다르고,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이다. 맑은 바닷물 속은 조간대와 조하대로 나뉘며 그 삶터에 해조류가 산다. 조간대에는 수심이 얕아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지만 썰물 때 건조에 대비해야 하고 파도를 견뎌야 하는 관다발식물과 녹조류가 살고, 조하대에는 수심이 깊어 건조해지지 않는 대신 햇빛이 적게 받는 갈조류와 홍조류가 살고 있다.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 등 바다의 식물들의 이름이나 모양새는 우리에게 친숙함과 익숙함을 주면서도 동시에 생소함과 호기심을 자아낸다. 더욱이 수중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한 귀한 바다 식물의 사진을 이 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 잘피껍데기와 함께 사는 게바다말과 해양생물의 먹이인 녹조류
조간대에서 사는 식물 중에는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게바다말이 있다. 게바다말은 물속에서 꽃을 피우는 관다발식물로 해조류와 구분하여 해초류라고 부른다. 엽록체가 많아 초록색을 띄는 녹조류에는 바다가 있는 곳이면 남극과 북극에까지 살고 있어 해양생물들의 먹이가 되는 납작파래나 육지와 바다의 경계에 영롱한 녹색의 띠를 두르고 환경변화의 완충제 역할을 하는 구멍갈파래, 왕성한 번식력으로 바다의 잡초라고 불리는 사슴뿔모양을 한 청각 등이 있다.
* 독도 지킴이인 갈조류와 우리에게 익숙한 홍조류
조하대에서 숲을 이루며 살고, 식용 및 약용으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갈조류 속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미역과 톳, 강한 산성으로 다른 해조류를 탈색시키는 쇠꼬리산말, 독도의 바다 지킴이인 감태와 모자반종류 등이 있다. 갈조류와 함께 조하대에 서식하는 홍조류에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김과 한천을 만드는 우뭇가사리, 표고버섯모양의 자루바다표고, 홍조류지만 파란 형광빛을 내는 두갈래사슬풀, 녹색을 띄는 큰깃복슬털 등이 있다.
독도 지킴이, 독도의 식물들
『독도의 사계절 식물 리포트』는 7명의 저자들이 독도의 식물들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담아 바치는 헌사와 다름없다. 한편 독도는 행정적으로는 울릉도의 부속도서이며 보기에도 척박한 섬이지만 지질학적으로 독도는 울릉도보다 먼저 생긴 대양섬이다. 그곳의 주민인 식물들은 여타 육지의 식물들처럼 화려하거나 아름드리 그늘을 만들만큼 크게 자랄 수 없는 환경이지만 독도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독도의 식물은 단순히 외부의 침입을 막는 지킴이는 아니지만 벼랑의 낙석과 토양의 유실을 막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육지와 바다 동물들에게 중요한 보금자리가 되어 먹이와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고마운 독도의 식물들이 전하는 특별한 식물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