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명문사립 세인트앤스스쿨 현직 수학교사가 쓰고,
수포자를 위해 하버드대학교 출판사에서 펴낸 산수책!
수학 강국이라고요? 수포자는 웁니다
우리나라는 수학 강국이다. OECD에서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수학 분야에서 3위 안에 들 정도로 실력이 수준급이다. 그러나 ‘수학을 좋아하는가?’, ‘수학시간이 기다려지는가?’ 등을 묻는 정성평가에서는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 바닥 지수를 보인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이 같은 상황은 쉽게 짐작된다. 학생이고 성인이고 대부분 왜 해야 하는지 모른 채 16년간의 ‘지옥 같은’ 수학을 경험하고 기억한다. 입시와 취직 때문에 또는 논리적인 사고를 갖기 위해서 등 현실적이고도 교과서적인 이유는 동기부여가 되지 못한다. 결국 대부분이 시기만 다를 뿐 언젠가는 수학을 포기하고 만다. 수학 강국이라면서 수포자가 넘쳐나는 셈이다.
포기하면 편하다는데, 불안하고 아쉬워 다시 수학책을 펼쳐본다. 요즘에는 수학에 대한 흥미를 되찾으려는 학생들, 처음부터 제대로 수학을 배워보고 싶어 하는 성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게 딱 맞는 책이 나왔다!
공부는 됐고 숫자놀이를 해봅시다!
실생활에서 필요한 사칙연산은 계산기로 가능하고, 복잡한 공식은 평생 쓸 일도 없다. 그래도 수학을 포기할 수 없다면 ‘공부’가 아닌 ‘놀이’로 접근하면 어떨까? ‘수학’이 아닌 ‘산수’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면 어떨까? 신간 『숫자 갖고 놀고 있네』가 전하는 메시지다.
“하지만 우리가 계산원이 되려고 이 책을 읽고 있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산수와 그에 담긴 철학을 배우는 이유는 계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산수를 즐기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다 재미까지 있어요.”(86쪽)
“무작정 외우는 건 단언컨대 좋은 공부법이 아닙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저 숫자를 최대한 많이 가지고 노는 겁니다. 그러면 패턴은 경험을 통해 저절로 습득됩니다. 그 과정에서 이리저리 헤맬 수도 있겠지요. 괜찮습니다.”(94쪽)
수학공식을 외우고 정답을 찾느라 스트레스 받는 대신, 산수의 기본으로서 숫자 자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가지고 놀다 보면 흥미가 생기고, 스스로 습득되며, 나아가 세계관이 확장된다는 것이다. 정말? 믿어도 될까?
믿어도 된다. 이 책의 저자 폴 록하트는 미국의 명문사립 세인트앤스스쿨의 수학교사이며, 이 책 또한 하버드대학교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껏 수학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면서 그러한 당연함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다. 인간이 어떤 역사적 여정을 거쳐 현재의 수 체계를 사용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거기에 담긴 철학적, 문화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또한 사칙연산과 분수, 음수, 경우의 수, 계수기 등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가며 복잡한 공식의 늪에 빠져 흥미를 잃었던 수포자에게 수학의 진정한 재미를 되돌려준다.
산수, 가장 단순한 수학 이야기
『숫자 갖고 놀고 있네』의 원제는 ‘Arithmetic’, 즉 산수다. 수학의 출발선인 산수에서 공부가 아닌 놀이로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다.
“말하자면 산수는 수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관문입니다. 그러니 온갖 멍청하고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해가며 숫자를 가지고 놀아보세요. 저도 매일 그러고 있습니다!”(151쪽)
저자는 전하는 숫자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깊이가 있다. 1부에서는 인류가 처음으로 숫자라는 개념에 눈을 뜨게 된 이유, 다양한 수 체계의 표현방식, 서로 다른 숫자 언어가 통역되고 통일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저자가 만들어낸 세 원시부족(손 부족, 바나나 부족, 나무 부족) 사례가 이해를 돕는다.
2부에서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 이집트의 상형문자, 로마자, 한자, 인도-아라비아 숫자에 대해 설명하며, 수백 수천 년 전으로 돌아가 각 언어권의 계산법으로 셈을 해본다. 돌멩이, 타불라(로마시대 계산기), 주판 등으로 큰 수를 더하고 빼다가 인도-아라비아 숫자로 할 때면 현재 우리가 얼마나 편리한 방식으로 셈을 하고 있는지 새삼 고마울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곱셈, 나눗셈, 분수, 음수, 경우의 수를 설명한다. 단순히 정확한 답을 얻어내기 위한 계산이라면 ‘다 아는 걸 왜 이렇게 복잡하게 설명할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각각의 계산법이 존재하는 이유와 그 계산 과정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는지를 보면서 수학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자동차 운전보다 작동원리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수학이 어렵다면 산수로 시작하자
“영수증이나 세금 계산서에 총 얼마가 찍혔는지 알고 싶을 뿐이라면 그냥 계산기를 쓰세요. 나라도 당연히 그럴 겁니다. 누구든지 원하지 않는 한 산수를 깊이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만족감을 느낄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페달에 발을 올렸을 뿐인데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다니,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지? 자동차로 슈퍼마켓이나 왔다 갔다 하느니 차라리 분해해버릴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는 파고들어야 해요.”(217쪽)
어느 독자가 말했듯이 이 책의 어떤 것도 당신의 머리를 넘어서지 않는다.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는 법을 한 권의 책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분수와 음수의 계산, 경우의 수, 진법 변환 정도는 조금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어릴 적 머릿속에 욱여넣은 공식과 지겹도록 반복했던 계산을 ‘놀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보면 숫자가 주는 재미와 산수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수학에 대한 흥미를 다시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