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웰의 문장으로 오웰을 긍정하는 동시에 부정하는 이중사고의 진수를 보여주는 책’
조지 오웰의 명작 [1984]는 출간 이후 지금까지 미래를 상상하는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책이다. 특히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연상되거나 그에 가까워진다는 불안감이 강해질 때 [1984]에 대한 관심은 더욱 치솟는다.
실제로, 2017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 아마존에서 [1984]의 판매량이 무려 9500% 급증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출처 : http://www.ytn.co.kr/_ln/0104_201702022247049250).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취임식 이후 역대 취임식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며 거짓말을 하여 논란이 일었고 이후 백악관 고문이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는 이상한 단어를 만들며 변명했는데, 이것이 마치 [1984]의 진리부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가장 사랑받는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서 억압과 통제의 수단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텔레스크린의 디스토피아적 이미지는 당시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갖는데 일조했지만 이것은 또한 정반대의 의견을 탄생시키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피터 후버는 컴퓨터를 사용해 [1984]를 새롭게 써냈다. 오웰의 모든 저서를 자신의 개인용 컴퓨터로 스캔한 후 오웰의 언어를 사용하여 책을 완전히 다시 쓴 것이다. 그는 자유자재로 픽션과 논픽션 챕터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설명과 주장을 완벽하게 보완하면서 새로운 결론을 내리기 위해 오웰의 계획을 발전시킨다. 후버의 시각에서 새롭게 탄생한 세계는 끊임없이 증가하는 정보, 평등한 기회 및 선택의 자유가 있는 유토피아이다.
피터 후버는 [1984]에서의 오웰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음을 꼬집는다. 특히 텔레스크린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과 자유 시장에 관해 조지 오웰이 크게 틀렸다고 역설한다.
오웰은 고도화 되는 기술이 오히려 ‘원하는 것을 선택할 자유’를 해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버는 그가 틀렸다고 말한다. 오웰은 기술이 특히 자유시장에서 사람들의 협력을 증진시키며 전 세계적으로 소통 가능해지는 네트워크로 인해 물건뿐만 아니라 아이디어까지 공유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으며,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은 결국 누구와 협력 또는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를 하나로 통하게 만드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공유하거나 물건을 사고 팔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을 선택하지 않을 자유 또한 가지고 있다.
오웰은 자유 시장과 자본주의 경제가 매우 불평등한 것이라고 믿었다. 또한 자본주의 경제가 예술가들의 자유마저 빼앗는다고 생각했다. 돈을 벌고 풍족하게 살기 위해선 남들이 살 만한, 팔 수 있는 물건 또는 작품을 생산해야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후버는 자유 시장이 사람들 간의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불평등’이라는 것은 늘 존재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모두 평등하지 않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보다 그림에 탁월한 소질을 보이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보다 글을 쓰는 소질이 탁월하다. 자유시장이 저마다 다른 재능 혹은 약점을 평등하게 만들어줄 순 없지만,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자신이 가진 조건을 이용할 자유를 제공한다. 즉 기회의 평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오웰은 기술과 시장의 힘이 모두를 감시하는 통제 상태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후버는 그와 완전히 반대라고 생각한다. 그는 [오웰의 복수]에서 기계는 적이 아닌 친구이며, 선택의 자유는 평등보다 가치 있고, 전체주의에 대한 두려움은 근거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텔레스크린 혹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사람과 그것 사이에 억압하는 자와 억압당하는 자의 관계가 아닌 누구나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의 자유가 보장받는 시대, 새로운 기술과 사람의 파트너십을 낳는다고 말한다.
조지 오웰의 [1984]와 피터 후버의 [오웰의 복수] 중 어떤 책에 고개를 끄덕일 것인가? 여전히 [1984]의 그늘 아래 영향력을 받고 있는 이 시대 사람들이 필독해야 할 도서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