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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이가 술을 마시고야 시를 쓴 이유, 모르지

이태백이가 술을 마시고야 시를 쓴 이유, 모르지

  • 유중하
  • |
  • 섬앤섬
  • |
  • 2018-06-25 출간
  • |
  • 316페이지
  • |
  • 143 X 211 X 20 mm /472g
  • |
  • ISBN 978899745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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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김수영을 놓지 못하고 읽어온 가장 큰 이유를 대라면 고인의 시가 어렵다는 점을 우선 꼽아야 할 듯하다. 그리고 그 어렵다는 말이 마냥 어렵기만 한 것이라면 제풀에 흥미가 식었을 테지만, 읽고 나서 한참 지난 다음 예전에 읽었던 구절의 의미가 불현듯 떠오르면서 환희작약하던 경험이 부지기수인 때문은 아니던가. 이런 경험은 김수영을 오래 읽어온 독자라면 누구라 할 것 없이 거의 공유하는 바라고 감히 단언해본다.”

시인은 왜 술을 마시는가
시인이란 성심껏 주신을 노래하면서 사라져간 신들의 흔적을 알아차리는 존재이다. 신들은 에테르로서만 존재한다. 에테르는 신들의 신성이요, 존재의 기본조건이다. 에테르란 무엇인가. 중국어로 풀면 ?(미)이다. ?(미)란 醉(취)요, ?에서 酉(주)를 뺀 迷(미)란 惑亂(혹란)이다. 또 다시 ?(미)란 醇(순), 곧 누룩이다.
김수영은 문화의 본질적 근원을 발효시키는 누룩의 역할을 하는 것이 진정한 ‘시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그에게서 누룩이란 곧 ‘지금까지 없었던 세계가 펼쳐지는 충격’을 의미한다. 그 충격을 통해 시와 시론은 하나가 된다.

‘온몸의 시학’으로 불리는 김수영의 시론은 그의 시작詩作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담은 글들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

“우리는 이제 불평의 나열에는 진력이 났다. 뜨거운 호흡도 투박한 체취에도 물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평이 아니라 시다”

“시작품도 그렇고 시론도 그렇고 ‘문맥이 통하는’ 단계에서 ‘작품이 되는’ 단계로 옮겨 서야 한다”

“그런데 평자가 《四季》의 동인들의 작품에서 일률적으로 받은 인상은 ‘言語’의 조탁에 지나치게 ‘피나는 고통’을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감히 말한다. 고통이 모자란다고! ‘言語’에 대한 고통이 아닌 그 이전의 고통이 모자란다고. 그리고 그 고통을 위해서는 ‘眞實의 原點’ 운운의 시의 지식까지도 일단 잊어버리라고. 시만 남겨놓은 절망을 하지 말고 시까지도 내던지는 철저한 절망을 하라고”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림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의 형식은 내용에 의지하지 않고, 그 내용은 형식에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문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민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문화와 민족과 인류에 공헌하고 평화에 공헌한다. 바로 그처럼 형식은 내용이 되고 내용은 형식이 된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

체취와 육성이 표백된, 머리만을 사용하는 관념과 사변의 지식으로 시가 되지 않는다는 계고는, 독침을 쏘고 독침을 내뱉는 풍자의 도저한 시의 힘의 원천이 바로 거기에 있다는 도리를 목격한, 하여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 온몸에 의한 온몸의 이행’으로부터 잦아드는 몸의 ‘고통’만이 시의 언어로 연철성금鍊鐵成金한다는 이치를 보아낸 김수영에 의해서만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김수영의 시
우리 시사詩史에서 김수영의 시 세계가 보여주는 독보적 면모를 꼽으라면 허다한 이야기가 가능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이른바 ‘돈’에 대해 김수영이 보인 집착은 남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고인이 주변에 남기고 간 일화 가운데서 돈과 관련된 것은 아직도 얼마든지 채취할 수 있는 전설의 영역에 속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돈에 대해 김수영이 보인 시적 태도가 가히 그것의 근본에 있는 그 무엇과 끝장을 보려는 듯한 진검 승부의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 돈의 근본에는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가. 자본주의적 근대라는 것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그 돈이라는 것은 마치 이브를 타락시킨 뱀과 같이 문인의 심장에서 선비라는 전통적 아이덴티티를 꼬여 내어 맘몬Mammon의 신에게 팔아먹은 역할을 담당하지 않았던가.
돈과 부둥켜 껴안은 채 먹느냐 먹히느냐의 싸움이 자본주의적 근대의 장에서 작가에게 던져진 운명인 것이고, 그것을 가장 담대하게 자신의 작품의 안으로 끌어들여 승부를 연출해 보인 것이 바로 김수영이다.
김수영이 근대를 다소곳이 받아들였으면 자신의 글을 팔아넘기는 것과 스스로를 지키는 것 사이의 긴장력이 그다지 볼 만한 것으로 남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김수영이라는 시인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정체성을 팔아넘기지 않기 위해 돈이라는 것과 벌인 박투搏鬪는 그의 시에 팽팽한 현실적 긴장감으로 드러난다.

김수영의 난해시
김수영의 시는 어렵지만 마냥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김수영의 시가 그냥 어렵기만 했다면 이렇듯 오래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김수영의 시는 어렵고 난해하지만 읽은 다음 한참을 지나 어떤 구절의 의미가 불현 듯 떠오르면서 무릎을 치게 한다. ‘살아 있는 김수영’이라 하여, 고인 함자의 관두冠頭에 ‘살아 있는’이라는 형용어를 붙인 사정도 바로 이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은 고인의 시 세계가 품고 있는 난해성이라는 문제와 직결하기도 하는 것이어서, 종래 고인의 작품을 둘러싸고 제기되어온 허다한 굵직굵직한 문제들도 이 난해성이라는 관문을 제대로 통과하지 않고서는 말끔한 지경에 이르기 힘들다. 말하자면 고인의 시 세계를 구명함에 있어 난해성의 문제야말로 허다한 난제 중의 난제인 것이다.
60년대 중반, 난해시의 문제가 시단의 주요한 논점으로 떠올랐을 무렵, 고인 자신이 ‘문학잡지에서 서식하고 있는 소위 난해한 詩作品들’이라든가 ‘사이비 난해시’ 혹은 ‘가짜 난해시’와 ‘불가해한 시’로부터 일선을 그어 ‘제대로 난해한 시’를 가려내거나 혹은 ‘진정한 난해시’를 옹호하는 발언을 적잖이 남긴 바 있다.
가령 ‘〈먼지〉 같은 작품은 내 자신도 상당히 난해한 작품이라고 생각’이라는 발언은, 고인이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지나치면서 남긴 듯한 발언처럼 ‘위장’을 하고 있지만, 어쩌면 이 〈먼지〉야말로 난해시의 본보기로 고인이 독자들에게 ‘퀴즈’를 내듯이 던져준 시편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시인은 왜 이렇듯 난해한 시를 쓴 것일까. 아래 글 속에 힌트가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교과서나 자연학습도감 같은 데에 나오는, 동물, 식물, 광물 이름 같은 것 중에 그런 것이 많다. 이를테면 ?바랭이풀? 같은 것도 보기는 많이 본 풀인데도 일단 글 속에 써보려고 하면 어쩐지 서먹서먹하다. ?개똥지빠귀?란 새 이름도 그렇다. 그러나 나는 이런 실감이 안 나는 생경한 낱말들을 의식적으로 써볼 때가 간혹 있다. 〈第三人道橋〉의 ?과오?를 저지르는 식의 억지를 해보는 것이다. 이것은 구태여 말하자면 眞空의 언어이다. 이런 진공의 언어 속에서 어떤 순수한 현대성을 찾아볼 수 없을까? 양자가 부합하는 교차점에서 시의 본질인 냉혹한 영원성을 구출해 낼 수는 없을까.


목차


1. 시인은 왜 술을 마시는가
2. 하나에서 둘로 : 김수영 그 이후
3. 김수영과 4·19
사랑을 만드는 기술 ?〈사랑의 변주곡〉을 다시 음미하며
4. [달나라에 내리는 눈] ─김수영 문학의 재인식
5. 베이징과 서울을 오가며 읽은 [거대한 뿌리]
6. 김수영의 초기 시세계
7. [묘정의 노래]에 관한 몇 가지 억측
8. 제임스 띵, 사어死語에서 생어生語로
9. 번역의 비밀 ?제스츄어로서의 시
10. 김수영을 위한 ‘세독細讀’ ?루쉰의 교문작자咬文嚼字를 흉내 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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