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없는 텅 빈 감정의 파장
<Paper>
어쩌다보니 서른, 종이에 파묻혀 일하는 것이 전부인 설아에게 나타난 달콤한 청년 웅이. 하지만 그마저도 곧 피로하게만 느껴지고, 두통에 괴로워하며 의사가 내렸던 상념을 지우는 처방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선다.
<J에게>
사소한 오해로 걷잡을 수 없이 멀어졌던 우리. 단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존중해주는 것이 전부였던 그 시간이 흐르고 허심탄회하게 편지 쓰듯 풀어놓는 J에게.
<트리코틸로마니아>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뽑는 질환을 가지고 있는 소화와 애매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형우. 위태롭게 이어지는 관계를 끈질기고 아슬아슬하게 이어가보지만 목적 없는 릴레이 경주 끝엔 짙은 어둠뿐이다.
<클로르프로마진>
쳇바퀴 돌듯 무료하게 반복되는 끝나지 않는 하루. 자존감을 하락시키는 일터, 유대감 없는 인간관계 속 생과 사의 문제. 부담스럽기만한 이 하루를 어떻게든 처분하고 싶다.
<앙상세>
아무런 욕망이 없는 무의 존재 수. 장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에게서 배우는 새로운 감정과 새로운 세계를 통해 수의 인생에도 욕심이 생긴다. 살아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한 홀로서기 시동.
모든 것이 권태롭기만 한 일상, 그리고 피로가 느껴지는 인간관계.
쳇바퀴 돌듯 이어지는 이 하루의 끝은 어디인지, 채워지지도 끊어지지도 않고 삶을 짓누르는 허무의 무게들이 버겁기만 하다.
이 책에 실린 4편의 짧은 글과 1편의 조금 긴 글은 너무 사소해서 지나치기 쉬운 감정의 근원을 찾아 담담하게 묻는다.
비록 그 답이 모두에게 듣는 착한 위로도, 무조건적인 패기 넘치는 응원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펼친 당신의 클로르프로마진(CPZ, 최초의 신경안정체)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