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장례식 날, 빗속에서 만난 시연과 준.
둘은 서로의 이름조차 알지 못한 채 헤어지지만 운명처럼 재회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시연의 곁엔 다른 남자가 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준은 불같이 분노한다.
첫사랑인 준을 애써 잊고 시연이 결혼하던 날.
그들을 태운 차가 전복되어 약혼자 이안이 죽고 준은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얽히고설킨 인연으로부터 도망치듯 달아나버린 시연,
3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자신의 앞에 나타난 준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기억을 찾는 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노릇이니 내가 살 길은 이제 당신 입을 여는 것뿐이야. 그래서 더 처절하게 매달려 볼 생각이에요. 당신을 무너뜨릴 때까지.”
“헛된 수고 하지 마세요. 아무리 매달려도 소용없으니까요.”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내뱉은 말은 지독히도 설득력이 없었다. 준의 입꼬리가 긴 호선을 그렸다. 흥미로운 게임을 하는 사람처럼 그의 눈이 집요하게 빛났다.
“버텨 봐요. 제대로 매달리면 꽤 무거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