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자기 효능감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다”
자기 효능감은 성취하고자 하는 수행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이다. 개인의 스스로에 대한 신념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그 자신감에 따라 행동 수준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자기 효능감은 누구에게나 있다. 글을 쓰는 효능감, 리더로서의 효능감. 회사를 이끄는 대표로서의 효능감, 장사라면 자신 있는 사업가로서의 효능감, 어떤 모임이든 주도해야 하는 리더로서의 효능감, 운동선수로서의 효능감 등 하고 있는 일이나 취미 분야 그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나 효능감이 있다.
그런데 자기 효능감이 강한 사람들은 자기 동기력이 강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우 올림픽에서 난관에 봉착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우승을 거둔 진종오 선수, 박인비 선수는 누구보다 자기 효능감이 높다. 그들이 우승할 수 있었던 까닭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특히 진종오 선수처럼 위기의 순간에도 다시 도전해 우승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지금 겪는 실패를 자신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지나가는 실수로 여기고 툭툭 털고 일어서는 경향에서 오는 것이다. 이 같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은 스스로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주변으로부터 받는 크고 작은 격려 또한 성공을 부르는 자기 효능감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어릴 때는 부모님과 선생님, 성장하면서는 주위 친구들, 그리고 사회에 발을 내딛으면서는 함께 일하는 상사나 동료 등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주위 사람들의 자기 효능감을 성장시키는 사람인가? 아니면 그들의 효능감을 떨어뜨리는 사람인가?
“조직 구성원의 자기 효능감을 떨어뜨리는 주범은 리더의 권위의식이다”
리더의 권위는 자리에서가 아니라 역량과 인격에서 나와야 한다. 한때 미국 국방부 차관이었던 사람이 연설대에 섰다. 종이컵에 든 커피를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저는 작년 이맘때도 이 자리에 섰었습니다. 항공기는 비즈니스석을 타고 왔고 공항에 내리자 차로 마중 나온 사람이 호텔까지 태우고 가서 대신 체크인을 하고, 열쇠를 가지고 방까지 안내해주었습니다. 아침 강의 전 대기실에서는 예쁜 찻잔에 직접 차를 따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는 이코노미 석을 타고 공항에 내리자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아 택시를 타고 호텔까지 왔습니다. 직접 체크인하고 직접 방 열쇠를 받아 호텔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여기에 서기 전 대기실에서는 커피를 부탁하자 상대방은 귀찮다는 듯 탁자에 놓인 커피메이커를 턱으로 가리켰습니다. 저는 커피 메이커에서 커피를 따라서 잔을 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조금 전에 마신 종이컵에 든 커피가 바로 그 커피입니다. 제게 달라진 것이라면 작년에는 국방부 차관으로 왔고 이번에는 자연인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끌어가고 있는 조직의 구성원들도 리더 자체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나오는 권위에 마지못해 따라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높은 권위의식에 얽매인 리더는 구성원의 자기 효능감을 떨어뜨리고 조직의 유효성까지 저해하기 때문이다.
어느 조직이든 대단한 권위의식으로 구성원들을 복종하게 만드는 리더들이 있다. 어느 조직이나 이러한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구성원들을 단순히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리더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러한 리더들이 권위주의의 폐해를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자신이 조직을 끌고 가는 스타일이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최고의 수단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직 구성원들의 자기 효능감, 즉 일을 해낼 수 있다는 확신에 찬 의지마저 꺾어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구성원의 잠재 역량을 알아차리고 최대한 발휘하도록 이끄는 리더십”
반면 조직관리 효능감이 높은 리더들은 조직 구성원들의 힘을 결집하고 조직 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자기 효능감이 높은 구성원들이 많은 조직에는 조직관리 효능감이 높은 리더가 반드시 존재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권위주의 철폐 리더십이 화제다. 어쩌면 요즘에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를 그러한 리더십에 국민들은 많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얼마나 국민들이 소통, 그리고 수평적 리더십에 목말라 했는지에 대한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을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하면 대부분 피라미드 형태를 그린다고 한다. 그만큼 피라미드형 조직은 오래도록 모두에게 당연하고 익숙한 보편적인 조직의 모습이다. 피라미드형 조직은 전형적인 관료주의 형태이다. 이 같은 관료주의 형태가 조직 구성원들의 자기 효능감을 떨어뜨리고 조직의 유효성을 극대화하는 데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관료 사회의 권의주의 타파를 주창한 것도, 정부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관료들의 권위의식이라고 파악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권위의식에 사로잡힌 관료사회의 모든 피해는 국가 구성원인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본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혁신의 메카인 실리콘밸리 성공 기업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각 기업들이 관료주의에 빠지게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일의 속도가 느려질 뿐 아니라 창의성과 혁신성이 위축되어 조직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관료주의의 폐해를 알기 위해서는 글로벌 드러커 포럼(Global Drucker Forum)에서 논의된 바 있는 ‘관료제 기반 조직 운영 방식의 한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게리 하멜 교수는 관료주의의 부정적 현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꼽았다. 첫 번째는 권력이 상층부에 집중되어 있어, 최고 경영층이 고객과 환경 변화에 동떨어진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조직의 규칙들이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재량권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구성원들이 일에 열정을 갖고 성취감을 느끼기보다 승진 경쟁에 매몰될 수 있고 넷째로 일은 리더로부터 할당되기 때문에 구성원이 스스로 주도해 일하기보다 수동적이 되어간다는 사실이다.
“리더의 효능감이 구성원과 집단의 효능감을 성공으로 이끈다”
이 책은 조직 구성원의 자기 효능감을 떨어뜨려 조직의 유효성을 저해하는 관료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리더의 역할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권위주의 탈피를 전제로 한 리더들이 조직 구성원들의 자기 효능감을 끌어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돌아보고 고민하는 책이다.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진취적이고 일에 대해 열정적이며 매사에 긍정적이다. 따라서 실패했을 때 회복력도 빠르다.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강하다. 또한 자기 효능감이 강한 사람은 효율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자기 일에 대한 효율성의 확신은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가져오고, 나아가 큰 성취로 이어지는 것이다. 조직관리 효능감이 뛰어난 리더 또한 자신이 맡은 조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이 강하다. 이러한 조직 구성원의 높은 자기 효능감이 효과를 거두려면, 구성원에 대한 배려와 섬김을 기본으로 한 신뢰가 리더의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아무리 조직관리 효능감이 뛰어난 리더라 해도 구성원과의 사이에 신뢰가 부족하면 그 리더의 조직관리 효능감은 빛을 발할 수 없다.
리더의 높은 효능감이 조직의 유효성을 더 확장하는 이유는, 그러한 리더라면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능력에 대한 믿음도 강하기 때문이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은, 구성원들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표명하는 행동 등이 구성원의 효율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곧 구성원의 자기 효능감, 조직의 집단 효능감을 최상으로 끌어올린다.
이 책이 조직을 이끌어가는 최고 경영자부터 임원, 단위 조직의모든 리더뿐 아니라 예비 리더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주요 요인인 자기 효능감, 그리고 리더의 조직관리 효능감을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기대한다.
2018년 3월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