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강우의 소설집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은 한결같이 낯설고 거리감이 느껴진다. 종교나 이념, 도덕 같은 절대성의 지평은 상실된 지 오래다. 방황을 거듭하면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 처지에서는 어느 쪽에도 쉽게 손을 들 수 없고, 어떤 것도 쉽게 판정하기 힘들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다. 심강우 소설집 『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은 다시 우리에게 묻는다. 절망으로 읽어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희망을 추구해야 하나. 이 소설집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모든 애잔하고 갸륵한 존재를 향한 따스한 송가頌歌이다. -장두영(문학평론가)
소설집을 낸다. 이로써 족하다. 모으고 보니 대부분 어두운 세계를 천착한 작품이다. 밝음과 어둠은 길항하는 존재가 아니라 통섭하는 존재다. 소설 전반에 퇴적해 있는 어둠은 빛이 되기 위한 땔감들이다. 물론 이것은 내 생각일 뿐이다. 내 손을 떠난 소설은 저잣거리로 팔려 나간 장작과 같다. 그것이 땔감으로 쓰일지 빨랫줄에 널린 광목천을 두드리는 몽둥이, 혹은 궤짝을 지탱하는 받침대, 그도 아니면 탁한 물감으로 뒤발한 채 어느 간이주점의 바람벽으로 쓰일지 나는 정녕 모른다. 이 소설집을 내면서 나는 수식을 버렸다. 어떤 수식을 붙이든 그건 독자의 몫이다. 나는 다만 소설집을 낼 따름이다. 소설만이 내 몫이다. ㅡ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