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든 안 하든, 아이를 낳든 안 낳든…
제가 알아서 할게요
여성이기 이전에 하나의 인간이라는
지극히 기본적인 상식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
몇 해 전 행정 자치부에서 전국 243개 자치 단체의 출산 통계를 담은 ‘대한민국 출산 지도’를 인터넷상에 공개했다. 지자체 저출산 극복 프로젝트라는 구실을 갖다 붙이고 전국의 가임기 여성 수를 지도에 떡하니 표시까지 해놓았다. 더욱 소름 끼치는 것은 가임기 여성 수에 따라 순위까지 매겨놓은 부분이었다. 이 출산 지도가 공개되자마자,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 취급한다며 저출산의 원인을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 무식한 처사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이 말도 안 되는 해프닝이 불과 2년 전인 2016년에 일어난 일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 여권 신장 같은 이슈가 불거진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여성의 권리에 대한 사회 문제가 대두되었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은 옛날에 머물러 있다. 정부마저 저출산, 인구 감소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단순히 아이를 많이 낳는 것으로 무마하려는 짧은 생각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 또한 같은 맥락에서 국가의 출산 장려 정책이나 사람들의 의식에 대해 아낌없는 비판을 제시한다. ‘여자는 아이를 낳는 존재’라는 뿌리 깊은 고정 관념을 지적하며, 아이를 갖느냐 갖지 않느냐는 개인이 결정할 문제이지 국가가 지시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꼬집는다. 저자의 신랄한 비판은 사람들의 인식에로도 이어진다. 결혼하고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아이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든지 하는, 이른바 오지라퍼들에게 각자 나름의 삶이 있으며 그 삶이 어떤 모습이든지 개인의 선택이자 책임이므로 남이 평가를 내릴 수 없다고 일침을 가한다.
결혼을 해도 하지 않아도, 아이를 가져도 가지지 않아도
모든 삶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나를 위해 살겠다는 선언은 결코 이기적이지 않다.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 아닌가. 그런데 왜 유독 여자에게만은 결혼과 출산이라는 엄격한 프레임을 씌우고 이를 벗어난 선택을 하면 곱지 않은 시선 세례를 받아야 하는가.
손주를 보고 싶다는 부모의 간곡한 바람, 아이가 있는 지인들의 (겉보기에) 진심 어린 충고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마음먹은 여성들에게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자신의 결정에 따라 아이 없이 살기로 했다면 남들이 뭐라 하건 간에 신경 쓸 하등의 이유가 없다.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항목을 고른 것뿐이다. 아이를 낳을지 말지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까지 다른 사람 혹은 사회의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다.
이 책은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갖지 않아도 한 개인의 신중한 결정과 책임으로 이루어진 삶은 충분히 반짝반짝 빛날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