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부드러운 사계절의 모습이 돋보이는 계절 그림책
봄은 굳은 땅과 나무줄기를 뚫는 식물의 생명력으로 인해 늘 생동감이 넘칩니다. 날로 심해지는 봄철 미세먼지 탓에 바깥 활동을 제한받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요. 날씨가 안 좋을 때는 이 책을 한번 펼쳐 보세요. 파스텔 톤의 독특한 색감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느낌을 전달하며 시원하게 펼쳐지는 장면은 누가 보아도 ‘아, 이 책 참 아름답다!’라는 느낌을 전해 줍니다.
이 그림책에 그림 작가이자 뉴욕 타임스가 주목한 화가 매튜는 한국의 사계를 직접 경험한 이력이 있는 독특한 작가입니다. 누구보다 멋지게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책 안에 담았습니다. 겨울에서 시작해 두 번째 봄까지, 숲을 배경으로 변화하는 자연을 아름답게 담았습니다. 한 권으로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그림책 안에서 자연스럽게 환경 보존의 메시지를 무겁지 않게 전하고 있습니다. 출간에 즈음에 한국어 제목에 맞게 표지 그림을 새롭게 그려 주면서 한국 독자들에 대한 마음을 편지로 전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화가의 편지
한국 독자들에게,
이 한국어판 출간은 제가 정말 남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제가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게 한국에서의 경험 덕분이거든요. 저는 대학교 졸업 후에 저는 일산 지역에서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고, 주말이면 서울에 있는 대형 서점에 가서 멋진 한국 그림책을 실컷 보았습니다. 한국 그림책들은 제가 이제껏 봐 온 그림책들과는 사뭇 달랐는데, 힘 있는 붓 터치와 도전적인 테마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이 그림책을 그런 한국 그림책처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책 안에 그 에너지가 조금이라도 담겨 있기를 희망하면서요. 제가 그림책 작가의 길로 가도록 영감을 준 한국 그림책 작가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매주 제게 맛있는 잡채를 만들어 주신 한국 학생들의 부모님께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2014년 ‘뉴욕 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된 《재킷》의 작가이자 이 책의 이야기를 만든 커스틴 홀의 이야기도 독특합니다. 홀의 할아버지는 링컨 센터, 록펠러 센터, 카네기 홀 등 뉴욕의 여러 유명한 건물에 금박 장식 작업을 진행했는데, 소중해서 오래 변함없이 보관하고자 하는 물건에 금박 공예를 덧입힌 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금박 공예는 3천 년 전 이집트에서 처음 고안된 예술 형식인데, 금박의 공정은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황금을 두들겨서 얇게 판으로 만든 다음, 다시 그것을 종이 사이에 몇 겹으로 쌓아 더 얇게 작업한 뒤, 나비 날개처럼 얇아진 판들을 물건 표면에 대고 누른 다음 붓 등의 도구로 꼭 들어맞게 다듬는다고 합니다. 고급 건물이나 물건에 해 온 금박 공예 기법은 건물이나 물건의 가치를 높이고 더 오래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혼자 가지려고 욕심 부리다가 모두 잃어버리고 마는 것들엔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금박 공예를 덧입혀 오래오래 보존하고 싶은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아름다운 그림을 보며 철학적 메시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