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교수 강성률의 자전적 소설
≪땅콩집 이야기 8899≫는 대학교수가 된 주인공이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열심히 연구하고 성실하게 가르쳐 대학교수의 본분을 다하고자 결심한다. 한편, 십 수 년 동안 초야에 묻혀있던 이씨(주인공의 부친)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요청을 받고 정치일선에 복귀하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한다. 화풀이하듯 시작한 양식사업 또한 실패를 거듭함으로써 주인공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며, 88올림픽과 ‘광주’ 청문회, 정주영 회장의 대선 출마, DJ 김대중의 정계은퇴, 김영삼 대통령의 하나회 해체와 금융실명제 실시, 지존파 사건 등 숨 가쁘게 달려가는 현대사 속에서 주인공의 삶 또한 부친의 정치 및 사업 실패, 베스트셀러 도서 출간, IMF가 몰아온 부도사태 등으로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진다.
‘땅콩집 이야기’, ‘땅콩집 이야기 7080’에 이은 세 번째 이야기
‘땅콩집 이야기’ 시리즈는 숨 가쁘게 진행된 한국의 현대사와 한 개인의 처절한 비극을 다층적으로 묘사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담겨져 있다.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소설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격동적이던 현대사 속에서 한 역사의 조각으로 살아온 개인의 삶을 들여다 봄으로써 우리의 삶을 비춰 볼 수 있음을 생각하면 한 권의 인문학 도서로서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라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아무쪼록 기성세대에게는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을 통해 스스로의 정당성과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라나는 세대는 오늘날 ‘세계 속의 한국’을 일구어 낸 부모 세대의 애환과 위대성 앞에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