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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쫓는 스파이

달을 쫓는 스파이

  • 방현희
  • |
  • 민음사
  • |
  • 2008-11-07 출간
  • |
  • 320페이지
  • |
  • 140 X 213 mm
  • |
  • ISBN 9788937482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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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광개토대왕릉 도굴 사건을 둘러싼
박물관 학예관들의 사랑과 야망, 그 처절한 음모와 배신
작가 방현희가 쏟아붓는 거침없는 상상력이 당신을 사로잡는 순간
사건의 전모가 서서히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그리움의 원초적 모습이 살아 꿈틀”(소설가 윤후명)대는 감각적이고도 밀도 높은 언어의 연금술사요, “조용하면서도 거칠고, 사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기묘한 결합이” 이룬 “소설적 개성”(문학평론가 박철화)으로 무장한 작가 방현희가 두 번째 장편소설 <달을 쫓는 스파이> 를 내놨다.
이번 소설에서 작가는 박물관 학예관들의 사랑과 야망, 암투를 중심으로, 만주 지역의 광개토대왕릉 도굴 사건에서부터 일본을 오간 삼국시대의 첩자 가마다까지 시간과 공간을 종횡무진하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다.
삶의 이면을 투시하는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과 치밀한 심리묘사는 여전히 빛을 발하며, 흥미진진하고 스케일이 큰 소재로 소설적 재미는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작가 방현희가 그려 낸 독특한 스파이들의 세계에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저마다 살아 숨 쉬는 매혹적인 인물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을 것이다.

스파이, 명예와 권력을 위해 사랑을 버리다
―"지적"이거나 혹은 너무도 "동물적"인 박물관 학예관들의 한판 승부

방현희의 소설에서 역사적인 소재는 고고학적인 환경과 더불어 그 실체를 드러내는 중요한 모티프로 작용한다. 특히 이번 소설 <달을 쫓는 스파이> 에서는 박물관 전시장 뒤편의 세계가 흥미롭게 다가오는데, 주인공 현중을 비롯해서 승기, 중서 등이 나누는 대화를 읽는 것만으로도 박물관 학예실에서 다루어질 법한 전문 지식을 얻게 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하지만 이 지적인 공간에서는 동물적인 싸움이 시시각각으로 벌어지고 있다. 앎을 추구하는 인물들이지만, 사실상 지적·윤리적 정결성은 결여된 상태인 셈.
초반부에서 일과 여자관계에 탐닉하는 평범한 인물로 그려졌던 현중의 과거 행적이 점차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소설의 재미는 더욱 배가된다. 9년 전 중국 정부의 방해로 광개토대왕릉 고분 발굴 작업이 중단되자, 그는 고분에서 벽화 네 점과 와당 세 점을 훔쳐 나왔다. 그는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며,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조망하며, 절도의 동기를 미화하려 애쓴다. 그러나 아무리 연구 대상을 향한 학문적 열망이 컸다 한들 역사 유물의 일부를 절도해서는 안 되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후배 승기의 뛰어난 논문 주제를 훔치고 승기가 연정을 품었던 홍주를 훔친 현중이 승기에게 온화한 시선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타인이 성실하게 수행한 지적 노동의 결과를 훔친 후, 훔쳤다는 기억 자체를 편리하게 삭제해 버린 현중은 술김이라는 핑계로 어린 후배가 발굴해 낸 추를 슬쩍 훔쳐 내기도 한다.
한편 홍주는 친오빠와 서로 사랑했던 인물이다. 그녀는 익사한 자신의 오빠와 닮은 현중에게 깊이 빠져든다. 어쩌면 그녀는 오랫동안 자신 안에 가두었던 상처에서 해방되기 위해 현중을 이용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타인의 욕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벌로 현중은 홍주에게 무용한 존재가 되고 만다. 이렇게 <달을 쫓는 스파이> 는 술기운으로도 덥혀지지 않는, 존재의 추위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끝이 난다. 그리고 독자들은 고고학의 대상인 무덤의 일부를 통해 삶과 죽음, 욕망을 중심으로 같은 궤도를 반복하여 도는 인간의 상처의 역사와 대면하게 될 것이다.

■ 줄거리

현중은 중국 만주 지역에서 광개토대왕릉으로 추정되는 고분을 발굴하러 갔다가 후배 승기가 데려온 홍주를 만난다. 그는 승기가 홍주를 좋아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거의 불가항력적으로 그녀에게 이끌린다. 홍주 또한 친오빠를 닮은 그에게 단박에 빠져들어 그들은 무덤 안에서 격렬한 정사를 나눈다. 고분 발굴이 중국 정부의 방해로 중단되자, 현중은 충동적으로 고분에서 발굴한 와당 몇 점을 숨겨 가지고 나오는데, 와당 전문가인 그로서는 이 유물을 통해 고분의 정체를 밝히고자 한 것이지만, 연구가 진척되기는커녕 훔쳐 온 와당은 마음의 짐만 될 뿐이다. 그때 처남 경재가 와당을 처분해 장인의 선거 자금을 댈 것을 권하자, 그는 흔쾌히 이에 응하고 박물관 연구원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한편 중국에서 돌아온 후 사라졌던 홍주가 9년 만에, 별거 중인 현중 앞에 느닷없이 나타나고 그는 또다시 그녀에게 흠뻑 빠져든다. 5년 전 아내 선영은 그와 홍주의 일을 알게 되자 아이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고 그는 한국에 혼자 남아 있는 처지다. 둘이 격정적인 정사를 나누는 가운데 텔레비전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일본에 팔려 갔던 와당이 어찌된 일인지 국내 박물관에 소장돼 있고, 중국은 그 와당이 도굴품이라고 지적하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만약 역추적을 하면 현중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
현중의 마음은 산란하기만 한데, 박물관 특별전을 앞두고 승기와는 사사건건 부딪친다. 홍주는 그에게 점점 더 집착하고, 현중은 그녀에게 위안을 얻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가 부담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를 이용만 하는 자신에게 염증을 느낀다. 게다가 훔친 와당을 둘러싼 세간의 관심이 현중의 목줄을 점점 조여 온다. 자신의 상처를 위로하려 끊임없이 거짓말을 해 대는 홍주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그녀와 함께 오는 삶의 허방이 두려운 현중. 모든 혼란을 홍주의 탓으로 돌린 그는, 그녀에게 결별을 고하고 경재를 통해 자신의 비리를 어림짐작하고 있는 승기에게 화해를 청하는데…….


목차


스파이의 키스는 달콤하다
아침의 왕 게임
슬픈 첩자
나의 황새
그녀의 흉터
뉴욕, 까마귀들의 편지
첩자 부리기
당신의 구파발
나의 달팽이
당신의 치미
당신의 추
나의 토마토
전략가들
도둑 사랑
그녀와의 "생크 아 세트"
첩자 가마다
치미의 경로
용마의 여자
먼지의 무게
그들의 더플 백
우연히 사람이 되었어도
그녀는 절름발이, 춤추는 여자
신을 모독하는 법
마야코지마, 그녀의 바다
음모자
고와(古瓦)
땅따먹기
가마다의 최후
그녀, 겨울냉면
끝나지 않는 제의
해 질 무렵, 그녀의 미야코지마

작가의 말
작품 해설
사랑과 욕망의 고고학_허윤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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