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주부
: 묻어둔 꿈과 끝없는 집안일 사이에서,
‘주부이자 아내이자 엄마인 나’와 그냥 ‘나’ 사이에서
작가는 오랜 시간 주부로 살면서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매순간 부단히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내밀한 파동까지도 오롯이 담아내니 겉보기엔 매일 똑같아 보이는 일상도 어제와 다르게 기록된다.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쳐버리는 삶의 기쁨들, 즐거움과 아름다움의 조각들을 작가는 부지런히 쌓아둔다. 하루의 어떤 순간을 포착하는 작가의 글에서 싱그러운 바람 냄새, 따뜻한 햇볕의 냄새가 난다.
늘 평화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전업주부가 되었지만, 종종 우울하다. ‘주부이자 아내이자 엄마인 나’와 그냥 ‘나’는 대체로 사이가 좋지만 때때로 서로를 미워한다. 그 둘을 어르고 달래며 또 하루를 맞이한다. 도전하고 싶은 일 앞에서는 망설이다 집으로 숨어버리고 안락한 집 안에서 다시 먼 곳을 바라보는, 마음이 어지럽던 날들이 있다.
집안일만 없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하고 싶은 일, 도전하고 싶은 일들에 다가가기 전에는 뜸을 들이며 여전히 집안일에 머문다. (중략) 그동안 보자기에 싸서 남에게 주어버렸으면 했던 바로 그 집안일을 향해 전속력으로 도망친다. 버리고 싶었던 집안일이 나를 안전하게 감싸는 이 아이러니!
― 45쪽 「집안일의 쓸모」 중에서
행복할 수 있습니다
: 지금, 여기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전업주부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이 에세이는 한 사람의 사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작가의 담담한 목소리가 너무나도 당연했던 우리의 일상에 돌멩이가 되어 날아온다. 마음에 파문이 인다. 정갈하고 부드러운 글이지만, 술술 읽어버리기엔 여운이 곳곳에서 번진다.
30년 가까이 밥을 했어도 여전히 서툴다고 말하는 작가는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서서히 알게 된다. 스스로를 대접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 어떤 사람이라도 될 수 있어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지만 내가 나일 수 있어서’ 좋다는 말에 이르자 뜻밖의 위안과 희망이 전해진다.
‘전업주부’라는 단어에는 온갖 감각과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종종 헤매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길을 잃은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전업주부인 나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새로운 하루를 위해 익숙한 일을 하는 사람. 그의 존재는 우리 모두에게 축복이다. 전업주부의, 전업주부에 의한, 전업주부를 위한 책이자, 전업주부 덕분에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할 책. 다정한 이들에게, 겁 많은 이들에게, 외로운 이들에게 그리고 세상 모든 전업주부에게 이 작은 책을 바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