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아내’의 유품 중 하나였던 핸드폰을 복구한 윤선재는 시간 순서가 엉망으로 뒤섞인 그녀의 일기를 읽으며 그녀가 보여준 사랑과 희생, 그리고 배려를 알게 된다.
윤선재의 아버지는 간첩 혐의로 19년을 감옥에서 보냈고, 그는 온갖 고초를 겪으며 간첩의 자식으로 살았다. 어른이 된 윤선재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재판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경의 일기를 읽는 도중, 그는 이경의 아버지가 윤선재의 아버지를 고문한 고문관이었다는 것과 이경이 그로 인해 자신을 향한 부채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구구절절 사랑이라 믿어왔던 그녀의 행동들이 싸구려 보상심리에서 나온 것이었다니! 참담한 기분에 사로잡힌 그는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게 자신을 뒤흔들어놓고 그렇게 죽어버린 이경에게 배신과도 같은 감정을 느끼고 만다.
정말일까? 우리가 느꼈던 그 모든 것이 다 거짓이었을까?
영원히 젊고 영원히 뜨거우며 가장 자애롭고 가장 낙천적인 그녀들이 보여준 그 모든 사랑은 정말로 한여름 밤의 꿈같은 것이었을까?
그는 결혼을 하고서야 시작된 연애를 통해, 가상세계에서 만나 현실로 돌아오게 해준 그녀들을 향한 추억을 곱씹으며 자신의 생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단호하고 잔인하며 그 자체로 힘이 넘치는 ‘추억’이란 그런 것이므로. 그렇게 그는 영원한 사랑을 위해 영혼석을 만나러 간다.
나는 ‘사랑’을 보고 싶었다.
이 소설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이자 동시에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이다.
나는 ‘사랑’을 보고 싶었다. 죽은 사람마저도 지독히 사랑할 수 있는 듬직한 감정이 그리웠다. 그것이 애정이든 우정이든 전우애든 간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두 맛보고 싶었다. 나는 궁금했다. 죽은 연인을 언제까지 어떤 식으로, 진심을 다해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독하고 듬직한 사랑이 보고 싶었던 내 열망은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던져지게 되었다.
바람이 있다면, 사랑을 노래하고 그리는 이 책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기를, 그리하여 사랑이 없다 탄식하는 세상에 그래도 우리는 사랑을 믿겠노라 다시 한 번 결심하게 만들어줄 수 있기를…… ―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