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사회,
경제 불평등은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세계 부와 소득 데이터베이스(WID.world)’는 2017년 12월 14일 〈2018 세계불평등보고서〉를 통해 소득과 부의 불평등 정도가 개별 국가 수준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수준에서 매우 심각한 단계에 이르러 있다고 발표했다. 1980년 이후 2016년까지 세계 상위 1% 부자들이 가져가는 소득과 부의 비중은 크게 늘어난 반면, 하위 50%의 소득은 사실상 정체되어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극단적 수준’에 이르러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낙성대경제연구소 김낙년 교수의 〈한국의 소득집중도: 업데이트, 1933~2016〉논문과 2018년 2월 18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까지의 소득분배 지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근로소득 불평등은 개선되고 있지만 사업소득과 금융소득을 포함한 전체 소득 불평등도는 심화됐다. 즉 근로소득 격차가 완화되더라도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및 배당, 부동산 임대료, 영업이익 등 비근로소득에서 격차가 심각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불평등보고서〉의 저자들이 경고한 것처럼 이대로 불평등을 방치하면 소득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질 전망이고, 경제는 물론 정치․사회적으로 파국을 맞이할 것이 틀림없다.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까지,
경제학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사상과 이론으로 불평등에 맞서왔다
보고서 발표를 굳이 살펴볼 필요도 없이 대대수의 사람들은 이미 심각한 수준의 ‘빈익빈 부익부’ 불평등 현상을 직접 겪고 있다. 일하고 또 일해도 빈곤을 벗어나기 어려운 사회․경제 구조에 갇혀 정직한 노동의 대가만으로는 자신의 삶을 온전히 꾸려나가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3년 출간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전 세계적으로 학계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불평등’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21세기 자본』 출간 이후 경제 불평등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현재까지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학의 역사에서 불평등, 성장과 격차 문제에 대한 논의는 어느 날 갑자기 한 개인에 의해 불거진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속에서 불평등, 소득과 부의 격차는 언제나 존재했고 경제학자들은 그 같은 현상을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노력해왔다.
『불평등과의 싸움』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서 출발하지만, 단순히 해설서 수준을 넘어 더 폭넓은 이야기를 다룬다. 사회경제사상사의 흐름 속에서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비판하고, 경고해왔는지를 그들의 사상과 이론을 토대로 살펴본다. 『인간 불평등 기원론』의 장 자크 루소와 ‘보이지 않는 손’과 『국부론』의 애덤 스미스에서 출발해 카를 마르크스, 근대 경제학, 피케티 사상의 기초를 형성한 ‘불평등 르네상스’ 기간, 현대의 피케티까지 260여 년에 걸쳐 경제학자들이 학문적으로 불평등과 맞서 싸워온 궤적을 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