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를 언어와 언어학의 관점에서 설명
이 책에서는 세계의 다양한 문자를 지역별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문자의 기본 개념(1, 2장)을 살펴본 뒤에, 문자에 대해서 ‘동양 지역(3, 4장) - 중동 지역(5, 6, 7장) - 유럽 지역(8, 9, 10장) - 인도 및 서남아시아 지역(11장) - 메소아메리카 지역(12장) - 기타 문자 - 문자 분류’의 순으로 배열하고 정리하였다.
이 책의 설명 방식이 가진 장점은 문자를 언어와 언어학의 관점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오래된 문자가 발명되고 차용과 자극 확산에 의해 전파되고 확산되는 과정에 언어가 어떻게 관여되어 있는지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처럼 언어가 관련된 지점에서 요소요소 저자가 지닌 언어학지식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문자의 발전 과정에서 언어라는 변수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책을 읽어나간다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문자적 전통이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차용 또는 자극 확산과 어떤 관련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분류에 따르면 차자표기의 전통이야 누가 보아도 차용과 관련지어야 하지만, 훈민정음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가 망설여진다. 이 점이 한글이 문자사에서 지니는 독특성 내지는 매력이 발현되는 지점이 아닌가 한다. 차자표기는 다른 문자에서도 유사한 문자 운용이 보이는데 이 점에 관심을 갖고 읽어나간다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각 지역의 문자 설명은 먼저 발명된 문자를 제시하고 이 문자가 차용 또는 자극에 의해 전파되고 확산되는 순서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언어의 특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주요 문자가 제시될 때는 언어적 특성에 관한 설명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이 점에 유의하여 문자와 언어 간의 상관관계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보다더 효율적으로 이 책에 접근할 수 있으리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