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하버드대학 동아시아 언어 문명학과 왕더웨이(王德威, David Der-Wei Wang) 교수의 대표적인 글을 가려 뽑은 일종의 ‘왕더웨이 대표 논문/평론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기획과 번역은 당대 화어 연구에서 선도적인 학자 중 한 명인 부산대학교 김혜준 교수가 담당했다.
이 책은 주로 다음 네 가지를 담고 있다. (1) 청말 소설이 보여주는 ‘억압된 현대성’(被壓抑的現代性), (2) 혁명ㆍ계몽 담론과 대화로서의 ‘서정 담론’(抒情論述), (3) ‘포스트 유민 글쓰기’(後遺民寫作) 및 디아스포라 정치ㆍ시학, (4) 시노폰 연구라는 ‘시노폰 바람’(華夷風)의 향방이다. 이 네 가지는 저자 왕더웨이 교수의 연구 관심을 대표한다.
저자 왕더웨이 교수는 이 근래 자신의 연구에서 이렇게 강조해왔다. 현대 중국문학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주된 원인은 국가, 문학, 5ㆍ4 정전, 사실주의 내지 현실주의 스타일이라는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왔다는 것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런 전통의 내부와 외부에서 곡절 많고 변화 많은 가지가지 목소리, 스타일, 이념이 만들어낸 총합에 있다. 현대 중국문학 경험의 특색은 그야말로 다양한 화어(華語)로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는 것에 있다.
저자 왕더웨이 교수는 특히 중국 외의 세계 각지에서 화어를 구사하는 작가들이 화문(華文)으로 창작한 문학을 일컫는 ‘시노폰 문학’(Sinophone literature)을 강조한다. 저자 및 UCLA 스수메이(Shu-mei Shih) 교수 등에 따르면, 화인의 언어인 화어는 원래부터 여러 개의 언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화인의 이주에 따라 더더욱 혼종적인 언어가 되었으며, 이러한 화어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강조하고 기존의 중국어라는 용어가 가지고 있는 단일성을 거부하기 위해서 제기된 용어가 곧 ‘시노폰’(Sinophone)이다. 저자는 시노폰 관점의 개입은 중국 현대문학의 범주를 확대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만일 독자들이 중국 현대문학사에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다면, 그것은 바로 중국과 화어 세계의 작가들이 파란만장한 현실을 파악하고 기록하는 능력과 신념 및 끊임없이 헌것을 버리고 새것을 만들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