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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의 집

발광의 집

  • 조병옥
  • |
  • 한울
  • |
  • 2018-02-20 출간
  • |
  • 407페이지
  • |
  • 154 X 215 X 24 mm /569g
  • |
  • ISBN 9788946064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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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오롯이 살아낸 삶이 풀어내는
반짝이는 문장의 타래!

“일초 선생님의 글에는 억울함과 분노, 서러움과 슬픔에도 특유의 산뜻함이 있습니다.” _홍세화(언론인)

작가 조병옥이 써온 에세이와 소설을 창작집 〈발광의 집〉으로 묶어 펴냈다.
박정희 정권이 조작한 세칭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전과자가 된 공광덕 박사를 사랑한 아내로서,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식민지와 전쟁을 온몸으로 겪어온 여성으로서, 분단 조국의 디아스포라로서 살아온 개인사이자 동시에 민족의 시대사를 증언한 수기 〈라인강변에 꽃상여 가네〉로 작가는 그 생동감 있는 필력을 보여준 바 있다. 〈라인강변에…〉 이후 10년, 초보 작가였던 그는 어엿한 에세이스트가 되어 때로 뜨겁고, 때로 발랄하고, 때로 통렬하며, 때로 비통한 문장을 훌훌 풀어낸다.

우울과 가난과 죽음을 껴안은
망명객의 위트와 패러독스
“좌절조차도 살아 있는 생생함으로 너를 일으켜 세울 터이니, 걱정 마”

천진하고 맹랑한 소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살아남아 어른이 되었고, 가난 속에서 기어이 음악가가 되었고, 온힘으로 사랑할 남자를 만나 그와 함께 독일로 망명했고, 그를 독일에 묻고 미국으로 향했고, 종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가슴속 깊숙이 뿌리박힌 고향과, 젊은 시절 치열했던 독일 망명과, 외로움과 고달픔이 뒤섞인 가난한 로스앤젤레스, 그것들은 혼자 오지 않는다. 삶이 고달프고 외로울 때마다 그들은 한꺼번에 달려와 오버랩 된다. 그러나 결코 하나 될 수 없는 그 정서적 괴리감이 글의 중요한 모티프다.
망명은 조국을 떠나서만 망명이 아니다. 돌아와서도 정신적 안착을 하지 못하고 방황하면 그것이 망명이다. 몸은 헐고, 나이는 먹었고, 기력은 떨어지고, 그의 문학은 떠돌기를 계속했다. 이 점에서 그의 귀국은 어쩌면 문학의 망명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은 늙고 병든 망명객의 자술서로 읽힌다. 그러나 이 자술서는 아픔을 호소하는 신세타령이 아니라, 재치와 지혜가 넘치는 생명의 노래다. 늙고 병든 환자의 병증과 그의 반짝이는 언어들 사이에서 생기는 이질감의 간극에서 우리는 각자의 삶이 품은 어두움과 찬란함을 곱씹어보게 된다.

“햇빛 찬란한 겨울 날 아침이다. 맑고 화사한 햇살이 좋아 밖으로 나가보지만, 아직도 칼칼한 추위는 살아 있구나. 그 맑고 투명한 추위가 조병옥의 소설이다. 그의 언어는 한없이 밝고 환하지만 독소처럼 제거하고 싶은 겨울 추위가 그 안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그의 소설의 존재 이유이다.” _401쪽, 해설: 멋쟁이 스타일리스트의 속사정 _송하춘(소설가)

[책속으로 추가]

‘나는 키스한다. 고로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로 그지없이 그윽하기만 했던 그 시절 나는 꿈만 먹고도 살지 않았던가. ‘나는 키스할 일이 없다. 고로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로 바뀌어버린 지금, 어쩌면 나는 애써 움켜쥐고 있던 한 줌의 긍정을 영원히 떠내 버려야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홍삼 대신 립스틱을 바람막이로 집어 들었는지 모른다. 나이를 먹어도 늙지 않으려 불로초를 찾는다는 광고를 낸 진시황처럼 나도 광고를 내걸까? ‘아직도 홍삼 제쳐놓고 립스틱을 집는 내게 최고의 변호를 해줄 유능한 변호사를 찾습니다!’라고 써서? …
“이 글 쓴 사람 몇 살이냐고 묻고 싶거든 그 전에 립스틱 한 개를 더 사서 택배로 보내다오. 그것만이 그 고약한 ‘젊음’이란 놈에게서 추방된 내 불뚝거리는 심기를 생기로 돌변시켜줄 마력의 도구라는 것을 눈치챘다면.” _160~161쪽, 립스틱과 홍삼

바다도 아플 수 있고 바다도 이렇게 비참하게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게 된 나는 기실 지금 무슨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지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죽어가는 살갗을 만지며 싸늘해져 가는 가슴을 마른 헝겊으로 닦아주고 있는 그들 속에서 나는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하다가 물속으로 첨벙! 빠져버렸습니다. 바보 물고기 ‘몰라몰라’처럼 말입니다. 느닷없이 목격한 당신의 죽어감이 몸서리치게 무서워져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등지느러미를 움직여 도망치고 있었습니다. 가다가 낙지, 전복, 굴, 가리비 등을 만나면 나는 본능적으로 저쪽, 당신이 고통 받고 있는 곳을 돌아다보았습니다. 아직도 멀리 군데군데서는 당신의 은밀한 숨소리가 떨림으로 반짝이는데 기름과 눈물로 범벅이 된 당신은 스스로의 무게로 깊이깊이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_170~171쪽, 나는 당신을 알지 못했습니다

사방에 노을이 지고 있다. 비둘기 두 마리가 깃을 치며 어디론가 돌아가고 있다. 나도 집을 향해 걷는다. 그냥 지나가도 괜찮을 바람이 목에 두른 앵두색 수건을 흔들어대며 제발 살아 있으라고 외쳐댄다. 그리고 이내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너희들이 온갖 것으로도 이 바람 한 점보다 더하지 못하리라.” _195쪽, 다섯 글자 안부

무대 왼쪽에서 지휘봉을 든 장교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사위가 잠시 죽은 듯이 조용하더니 그의 양손이 부드러우면서도 박력 있게 아래로 떨어졌다. 첼로와 비올라의 저음 유니슨 선율이 조용히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지치고 지친 전선의 안갯속, 깊은 시름을 뚫고 무엇인가가 서서히 그 머리를 내밀었다. 그것은 이제 갓 태어난 작은 새의 머리 같았다. 이윽고 피콜로의 작은 구멍에서 새 한 마리가 포르르 날 즈음, ‘텅!’ 팀파니가 팽팽한 뱃가죽을 내려쳤다. 란이의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렸다. _317쪽, 1951년 달동네 달순이

이상한 세상이 아닌가. 어린 바이올린은 생각했다. 악기(樂器) 로 세상에 태어나 악 소리 한 번 제대로 내본 적이 없는데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대엔 못 올릴망정 목을 끈으로 묶어 기둥에 매달아놓다니.’ 게다가 나는 미성년자다. 4분의 1 사이즈 바이올린이란 말이다. 어른들이 쓰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아이들용 바이올린이란 말이다. _335쪽, 어린 바이올린 이야기

작년 봄부터인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언어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게 단어나 문장으로 얘기하지 않고 흐름이 전혀 없는 ‘점’으로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마치 피아노 건반 위로 고양이가 걸어가는 듯한 소리를 냈다가 때로는 입만 움직이고 소리는 전혀 없는 무성영화 배우로 연기를 했다. 오른쪽 귀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사기그릇, 유리그릇 깨지는 소리가 났고 왼쪽 귓속에서는 종일 수십 마리의 오리새끼들이 꽉 꽉 꽉 울기 시작했다. ‘오리고기요리를 너무 좋아해서인가요?’ 하고 의사에게 농을 할 때만 해도 나에겐 아직 기다릴 봄이 있었던 것 같다. 심한 난청에다 악성청각장애가 왔다고 의사는 말했다. _352쪽, 베토벤을 만나다

네 ‘좌절의 체험’을 위해 우리 축배를 들자. 그 체험이 설사 비극성을 지닌다 하더라도 그 비극성이 너에겐 절대로 ‘낡은 것’으로 다가올 리가 없어. 살아 있는 생생함으로 너를 일으켜 세울 터이니 걱정 마. 네 귀가 들을 수 없게 떠드는 사람들을 향해 우선 문을 닫는 작업부터 해. ‘음악’도 예외는 될 수 없어. 들으려고 애쓰지 마. 고통의 한복판, 무풍지대로 들어가는 거야. 요즘같이 이렇게 자극 없고 무의미한 세상이 글쓰기엔 얼마나 괜찮은 거니. 이 땅의 여자로, 어머니로 70년 살았으면 네 속에 얼마나 많은 영혼의 거지들이 살고 있겠어. 그들의 얘기를 듣는 데는 귀 따위는 필요 없어, 가슴만 있으면 돼. _354~355쪽, 베토벤을 만나다

나요? 보시다시피 피아노죠. 아무 쓸모도 없게 된―.
뭐, 제대로 된 피아니스트가 아니더라도 나 같이 이렇게 낡고 여기저기 문제가 많은 물건은 진즉에 폐기처분 할 것입니다. ‘피아노’라는 중후한 이름 자체만으로도 그 향기와 특권을 누리면서 번듯한 삶을 살았을 테지 생각하시겠지만 그건 오해입니다. 내 경우, 제대로 된 피아니스트 한 번 만나보지도 못했지요. _363쪽, 한 피아노가 있었지요

오늘 하루도 아무런 변화 없이 갔지요. 저어기 보세요. 조립공 서 씨가 퇴근을 서두르고 있잖아요. 입에 줄창 물고 있던 담배꽁초, 이제야 땅에 던져 발로 끄네요. 조금 있으면 창고 문이 닫힐 거예요.
그때 귀를 기울여보세요. 무겁디무거운 철문을 온몸으로 밀어 철컥! 하고 잠글 때 보시면 창고 속 우리들은 제각각의 음 피치(pitch)에서 생기는 야릇한 울림으로 우우~ 신음하지요. 에스에프 영화 속에서 우주인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서 씨는 떠나고 우리만 남습니다. 겹겹이 거미줄이 걸려 있는 저어쪽 높은 창가로 종일 먼지에 시달린 햇살마저 고개를 묻으면 우리는 우리들만의 침묵으로 가라앉지요…. _364쪽, 한 피아노가 있었지요

만원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가슴 안주머니를 만져보았다. 가불해서 받아온 지폐가 무사한 것이 확인되자 내 발걸음은 빨라졌다. 고개를 한껏 숙여야 대문을 들어설 수 있는 야트막한 집들이 게딱지처럼 엎드려 있는 동리 골목길로 들어섰다. 여기저기 길고 짧은 굴뚝 그림자가 달빛에 무늬져 있었다. 서너 걸음 앞서 뒤뚱거리며 걷는 남자의 반신이 이따금씩 달빛조명을 받았다가 사라졌다. 아버지다. _369쪽, 내 안에 잠든 음표들

이제 나는 나이가 들 만큼 들었다. 나는 아무런 부담감 없이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회 관중석에 앉아 있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인생 오케스트라 속에 어떤 악기였을까?’ 하고.
북이다. 사람들은 나를 팀파니라고 불렀다. 오케스트라에서 내 자리는 관중석에서 보면 마주 보이는 벽 쪽 맨 뒷자리, 월급 차이야 말할 수 없이 크지만 적어도 무대 위에서 연주할 때 지휘자의 눈높이와 나를 치는 팀파니스트의 높이는 같다. 외관으로 보기엔 팀파니는 언제나 비교적 높은 자리에 있다. 세상 속의 나처럼. _381쪽, 나는 북이다

목차

* 여는 글 가을이 좋거든 가을에 살거라 ㆍ 4

1부 발광의 집
꿈 하나 달랑 들고 ㆍ 11
부자 연습 ㆍ 18
발광, 샌프란시스코 ㆍ 26
사막의 대보름달 ㆍ 37
일곱 난쟁이의 방 ㆍ 44

2부 생명의 노래
느닷없는 안부 ㆍ 71
연휴, 귀를 떼서 물 아래 내려놓고 ㆍ 78
참 아름다워라 ㆍ 82
엄마의 일기장에서 ㆍ 93
그녀의 킬리만자로 ㆍ 100
뿔 ㆍ 110
기억할 수 있어 맑은 날 ㆍ 114
남편의 마지막 여인 ㆍ 122

3부 예수님은 가끔 버스도 타나 보다
립스틱과 홍삼 ㆍ 157
강의실의 옥수수 ㆍ 162
나는 당신을 알지 못했습니다 ㆍ 167
연아가 잔다 ㆍ 173
예수님은 가끔 버스도 타나 보다 ㆍ 178
기도 당번 ㆍ 183
다섯 글자 안부 ㆍ 191
생일 축하해! ㆍ 196

4부 초콜릿을 나눈 남자
초콜릿을 나눈 남자 ㆍ 203
똥구덩이 첫사랑 ㆍ 211
식기 전에 한술 떠먹은 사랑 ㆍ 218
뮌헨의 휴일 ㆍ 227
대학원 나온 귀신 ㆍ 245
우산을 펴라 ㆍ 267

5부 어무이, 미안하다
대통령의 월셋집 ㆍ 277
봉하마을에서 베드로가 쓴 편지 ㆍ 285
나의 슬픈 꽃에게 ㆍ 291
어무이, 미안하다 ㆍ 302
1951년 달동네 달순이 ㆍ 308

6부 나는 북이다
어린 바이올린 이야기 ㆍ 335
토스카니니의 ppp ㆍ 347
베토벤을 만나다 ㆍ 351
그르누이의 제물 ㆍ 356
한 피아노가 있었지요 ㆍ 363
내 안에 잠든 음표들 ㆍ 369
나는 북이다 ㆍ 378 (≪에세이스트≫ 2010년 올해의 작품상 수상작)

* 해설(송하춘) 멋쟁이 스타일리스트의 속사정 ㆍ 387
* 책 뒤에 ㆍ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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