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매혹적인 목소리,
이 보다 더 좋은 시낭송은 없다
이 시집 내기 위해 오래 전의 고현정 시낭송 CD를 처음부터 끝까지, 불 끄고 다 들었다. 느긋했다. 들을수록 좋았다. 자칫 자화자찬 될지도 모르겠으나 고현정에 의해 내가 쓴 시들이 날개 펄럭여 날아오르고 있었다. 고현정은 시낭송의 천재, 일곱 송이 수선화.
시를 쓰게 된 건, 멀어진 그녀 때문. 나이 차가 꽤 있었다. 4년 동안 매일 시를 써 빨간 우체통에 넣었다. 보고 싶음 지나쳐 뵙고 싶었다. 대학로에 살 때, 이문세의 별밤 작가 할 때였다. 어느 날 몸이 좀 안 좋아 일찍 귀가하다 운명처럼 만났다. 그 시절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새벽안개 자욱했다. 밤새하는 카페 오감도 옆에 있었다. 잠이 안 오면 그곳 나무의자에 앉아 시 썼다. 그러다 새벽안개 만나 ‘아, 저 안개 편지봉투에 담아 그녀에게 보내면 좋겠네…’ 했다. 그래서 첫 시집 ‘안개편지’ 나왔었다.
십여 년 전 겨울, 목동 SBS 라디오 작가실 자리 배치하는데 난 고참이라 해서, 창가 자리 하나 얻었다. 문득 하늘 보며 왠지 안도의 한숨 푸우… 내 쉬었다. 그날부터 내 홈페이지에 ‘하늘 1, 하늘 2…’ 이렇게 연작시 ‘하늘’ 썼다. 이어서 ‘땅’ 그리고 ‘사람’… 이런 식으로 이야기, 사랑, 진실, 노래, 춤, 풍경, 여행, 싸구려 작가의 옥탑방 일기 등…. 13년째 시 쓴다. 그 밖에도 옥탑방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근사해 시 썼고, 눈이 소복이 내려 시 썼다. 자다 가도 썼고 아침부터도 썼다.
‘하늘’ 무심치 않다. ‘땅’을 품고, 지구를 사랑한다. 땅은 온갖 먹거리로 ‘사람’, 길고양이, 코끼리, 호랑이, 배추벌레 먹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소통을 위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 이야기 속, ‘사랑’이 담겨야 한다. 그 사랑 반드시 ‘진실’해야 한다. 그 진실, 목구멍까지 차오르면 ‘노래’가 된다. 그 노래, 온몸 솟구쳐 ‘춤’이 된다. 그 춤, ‘풍경’과 어우러져 이 땅의 그야말로 황홀한 ‘여행’을 손짓한다.
고현정의 시낭송 CD와 이 시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윤동주, 김소월, 김영랑님에게 바친다. 백석, 이상, 정지용님에게 바친다. 김수영, 고은, 김지하님에게 바친다. 밥 딜런, 존 레논, 노라 존스에게, 에이미 와인 하우스, 에미넴, 방탄소년단에게 바친다. 물론 나는 이 시집을 펼친 지금 당신 가슴 앞에 바친다. 당신의 분노를 염려하고, 당신의 행복을 멀리서나마 기뻐하기 위해, 더러 당신의 허무를 위해, 당신의 뒷모습을 위해 바친다. 굳이 당신의 꿈과 희망, 용기와 자유를 위해서라고 말하진 않겠다.
나는 신선한 절망을 건져 올려 내 가슴, 프라이 팬 삼아 지지고 볶는다. 그래서 희망 비슷한 요리를 만든다. 난 사실 그런 희망 요리사 자격증도 없고, 일종의 무면허. 그래서 간판도 내 걸까 말까 그러고 있고, 누군가 원하지도 않는데도 자꾸만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아 나 스스로도 이상한 희망식당의 어설픈 그리고 슬픈 요리사라 생각한다.
28이라는 숫자를 몰랐을까? 1971년 7월 3일 약물과용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겨우 스물일곱 살, 파리에서 세상을 떠난 미국 서부 하드 록의 거물, 생전에 장 콕토와 니체를 즐겨 읽었고, ‘The Lords’ 등의 시집을 냈던, 록커 더 도어즈(The Doors)의 ‘짐 모리슨’은 이런 말 남겼다. ‘오직 시와 노래만이 대 학살극 속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모래시계’에 이어 2018년 ‘리턴’으로 다시 만나는 고현정님, 월간 시see의 편집인 민윤기 서울시인협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시집의 출판을 결단한 스타북스의 김상철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