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히로시마’가 일본의 전쟁 기억을 지배하는 상징이라면,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일본의 ‘평화헌법’은 히로시마의 엄청난 고통을 겪고 얻게 된 소중한 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평화헌법은 일본 한 나라의 헌법이지만, 그 안에는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에서 희생을 당하고 고통을 겪은 모든 사람들, 그리고 아직도 그 고통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든 사람들의 희생이 담겨져 있습니다. 즉 평화헌법은 일본만의 헌법이 아닌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일본에서는 이 평화헌법을 무력화하고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탈바꿈하기 위한 시도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과거에 일본이 저지른 침략전쟁은 정당했다는 역사 왜곡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을 연상하게 하는 인종차별적인 혐한시위(헤이트 스피치)가 재일조선인들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 유족들의 존재는 아직도 그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날로 강화되고 있는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평화에 대한 위협입니다.
히로시마는 묻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에서 핵전쟁의 위협을 막아내고 평화롭게 살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말입니다.
- 김영환(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팀장)
내용 소개
끔찍하고 참혹한 히로시마 원자폭탄에 대한 이야기를, 주인공인 12살 사치를 따라가며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다. 1945년 8월 6일 아침에 미국 폭격기 에놀라 게이가 태평양의 티니안 섬 활주로를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질주한다. 에놀라 게이의 표적은 일본의 히로시마. 이 폭격기는 원자폭탄을 싣고 있다. 같은 날 아침, 열두 살 사치와 친구들은 집을 허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이렇게 전쟁을 거들고 있다.
갑자기 선생님이 소리를 친다. “B-29다! B-29!” 마치 태양처럼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거대한 북을 치는 것 같은 소리가 쾅 하고 터진다.
에놀라 게이가 히로시마 위로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것이다.
사치는 가족들을 다시 만나게 될까?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지만, 나름 전쟁 속에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던 일본 히로시마의 시민들은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원자폭탄의 폭발에 희생 된다. 그리고 나가사키에까지 원자폭탄이 터진 후 일본은 항복하고 전쟁이 종결된다. 그 후 원자폭탄의 방사선으로 인해 희생자들은 지금까지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오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원자폭탄 투하는 합리화될 수 있는 것일까? 일본은 원자폭탄의 피해자이기만 할까? 어느 쪽도 승자는 없는 전쟁이다. 히로시마를 통해 진정한 평화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목차
원자폭탄을 실은 폭격기
히로시마의 아침 풍경
전쟁을 거드는 아이들
원자폭탄이 떨어지다
버섯구름
파괴된 세상
히로시마 아가씨들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종이학을 접는 아이들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