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절반을 생명에게 양보하라!”
여섯 번째 대멸종에 맞선 전 지구적 긴급 제안
여섯 번째 대멸종과 공존의 갈림길
무엇을 할 것인가?
“파괴라는 경로를 선택한다면, 지구는 돌이킬 수 없이 인류세를 향해 계속 추락할 것이다. 지구가 거의 오로지 우리 자신에 의한, 우리 자신을 위한, 우리 자신만의 행성으로 존재하는 생물학적 최종 시대 말이다. 나는 이 시대를 고독의 시대라는 뜻인 ‘에레모세(Eremocene)’라고 부른다.” ?본문에서
인류는 이미 기후 변화라는 시험대에 올랐다. 2017년 11월, 독일 함 고등 법원은 페루 농민 사울 루치아노 릴루야가 독일의 한 에너지 기업에 제기한 손해 배상 소송을 받아들여 증거 조사를 개시하라고 결정했다. 지방 법원의 각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이제 법원은 그 기업이 안데스 산맥의 빙하가 녹아 침수된 릴루야의 고향과 기업 활동 사이의 인과 관계를 따지게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2015년에는 키리바시 출신의 이와네 테이티오타가 기후 난민으로서 보호를 신청한 것에 대해 뉴질랜드가 거부하고 그를 추방한 바 있다. 두 사건은 모두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가 국제 정치의 첨예한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환경 문제가 인류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국가와 대륙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를 해결하려는 인류의 대응책도 마찬가지로 전 지구적인 규모로 전개되어야 한다.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하는 『지구의 절반: 생명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제안(Half-Earth: Our Planet’s Fight for Life)』은 “지구의 절반을 자연에 위임하라.”라고 호소하는 세계적인 자연사 학자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의 전 지구적 처방이자 「인류세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책이다. 저자는 지구의 절반을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고 서식지를 보전한다면 현생 종의 약 85퍼센트가 살아남으리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생명 세계의 청지기’라는 인류의 자기 이해가 뿌리내리지 않는 한, 많은 생명들이 인류의 무자비한 파괴 앞에 스러져 갈 것이다. 구체성과 실효성, 당위성을 두루 갖춘 환경 대책을 고심해 온 이들에게 이 책의 제안은 심도 깊은 논의의 출발점으로 유효하다.
‘인류세(Anthropocene)’란 홀로세와 구별되는 오늘날의 지질 시대를 지칭하는 명칭이다. 인류가 등장한 후 지구 환경이 과거와 같은 지질 시대로 묶일 수 없을 만큼 확연히 변화했기 때문에 고안된 것이다. 인류를 위한, 인류에 의한, 인류만의 지질 시대를 만들어 낼 만큼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 자신 또한 생물 세계의 일원인 생물 종, 인간이란 무엇인가? 『지구의 정복자』와 『인간 존재의 의미』, 그리고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기획되었다. 사회 생물학의 창시자이자 퓰리처 상 2회 수상자이며, 인문학과 자연 과학 사이의 ‘통섭’을 제창한 거장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사유를 통해 인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