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그대들 부디 평안하시오,
꿈에서 푸른 코뿔소 형제가 보이면 그대들이 온 줄 알겠소.
― 박봉남 PD
가끔씩 이들이 남기고 간 가족들을 생각합니다. 어떤 위로도 해줄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곤 합니다. 버스가 제시간에 오고, 사람들이 어김없이 출근하고, 하늘에 구름만 흘러가도 원망스러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은 이렇듯 잘 굴러가는데 환성이 형만, 애 아빠 광일이만 떠나버렸구나…….’ 하는 생각에 참담함을 느낄 것이라 상상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더욱 할 말이 없습니다.
― 작가 이용규
다큐 PD는 늘 외로운 직업입니다. 현장에서 출연자와 울고 웃으며 시간과 제작비와 싸우며 방송을 만듭니다. 또한 언제든 부상과 죽음의 공포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일하면서도 오로지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카메라와 함께 세계 각국을 돌아다닙니다, 이 책은 치열한 다큐 제작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짧은 생을 마감한 독립 PD를 남편으로 둔 아내가 부르는 망부가 입니다. 고 박환성 ,김광일 PD의 자랑스러운 독립 PD 삶의 기록입니다.
― 분쟁지역 전문 PD 김영미
EBS TV가 외주로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연출하던 독립PD 두 명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던 중 사망했다.
20일 EBS 등에 따르면 '다큐프라임-야수와 방주'를 제작하던 박환성, 김광일 PD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14일 저녁 남아공에서 프로그램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두 사람이 탄 차는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으며, 상대 차량의 운전자는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차량의 운전자도 함께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독립PD협회는 사고 소식을 듣고 사고수습대책위를 구성했으며, EBS도 관계자들을 현지에 급파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환성 PD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도중 방송사의 부당한 간접비 요구 관행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2017년 7월 20일 연합뉴스 보도
2017년 7월 14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교통사고가 있었다. 어두운 밤, 소형 승용차에 타고 이동하던 우리나라의 두 PD가 이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 친구, 너무나 사랑하던 일을 두고 이 세상을 떠났다. 고 박환성 PD와 고 김광일 PD가 그들이다.
그들은 EBS의 [야생의 방주]라는 다큐멘터리를 찍던 중 이었다. 이들의 죽음은 사고였지만, 사실 죽지는 않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동료 PD들과 가족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의 안타까움이 있었다. 너무나 적은 돈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국, 그리고 외부에서 받아온 돈마저도 협찬금으로 가져가는 방송국들의 관행만 아니었다면 그들이 좀 더 튼튼한 SUV 자동차를 렌트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운전기사를 고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당시 사고로 죽은 고 김광일 PD의 아내인 오영미 작가의 남편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담은 망부가이자, 더 이상 제2의 박환성, 김광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여러 독립 PD들의 염원과 변화를 갈망하는 내용의 책이다.
이 책에는 그래서 오영미 작가의 남편에 대한 사무치는, 절절한 사랑의 이야기와, 대한민국에서 방영되는 방송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는 독립 PD들의 ‘을’로서 당한, 당하고 있는 부당함에 대한 이야기와 방송국들의 변화를 바라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누구의 죽음이나 모두 슬프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두 PD의 죽음은 유난히 슬펐다. 아직은 세상에 남아 할 일이 많은 나이이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렇고, 남편을 보낸 아내의 그 고통이 느껴져서도 그렇고, 어쩌면 피할 수도 있는 죽음이었기 때문에 그렇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에게 존재하는 죽음이라는 운명이 시간과 장소를 골라가면서 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아까운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인 고 박환성 PD와, 휴먼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이름을 알리고, 이제 어쩌면 고 박환성 PD와 함께 자연 다큐멘터리의 영역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도 있었을 고 김광일 PD를 잃은 것은 우리나라 방송 현장이 잃은 큰 손실이다.
이 책을 통해서 이용규 작가의 말처럼 갑질은 사라지고 배려와 존중만이 방송계에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아직 젊은 아내와 어린 아이들 둘을 남기고, 낯선 나라에서 세상을 떠난 김광일 PD가 황천을 어떤 마음으로 건너고, 그 먼길을 어떤 마음으로 갔을는지..... 늦었지만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