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다만,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그녀는 잠시 멈추어 있었다
한때는 미워했었고, 한때는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던
그 어두웠던 삶의 기억들이 담긴 내면의 고백
공지영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착한 여자』(전2권)는 1994년『고등어』출간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작품으로, 일간지에 1년 동안 연재한 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작가의 전작들처럼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음과 동시에 당시 여성 문제를 다룬 소설로 사회적으로 문제의식을 던졌다. 80년대 운동권의 모습과 소시민의 삶, 그리고 여성 문제까지 전반적인 사회 문제를 두루 살핌으로써 공지영 작가의 작가적 저력을 보여주며, ‘공지영 문학’의 전환점을 이루는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팽배했던 90년대의 이야기를 담은 『착한 여자』는, 가난하고 불우한 집안에서 태어난 여자가 청춘을 고통스럽게 통과하는 과정을 그린다. 순결 이데올로기와 남존여비 사상, 학력 및 남녀 차별의 문제 등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그리고 지금도 여전한 사회 문제들이 주인공의 삶에 담겨 있어 출간된 지 20여 년이 넘었음에도 그 문제의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하기에 첫 출간 이후 2002년, 2011년에 출판사를 달리해 거듭 개정 출간되었고, 2018년 제4판을 출간하며 다시 독자들을 만난다.
전체 5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주인공 오정인이 불행한 가족사를 겪고 성장하면서 맞이하게 되는 사랑의 감정, 결혼과 출산, 가정폭력과 이혼 등을 순차적으로 서술한다. 가정을 지키지 않고 새 여자를 찾은 아버지, 남편에게 버림받은 엄마를 가혹하게 몰아세우는 할머니, 침울한 집안 분위기를 깨쳐 나가기보다는 냉담을 선택한 형제들 속에서 결국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을 목격한 어린 정인은 삶이 내포하는 모든 것들, 자존심과 꿈과 희망과 과거의 상처들까지 모두를 껴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착한 여자’다.
정인은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우체국에서 일하는 자신과 달리,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받고 우수한 성적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곳에서 의학을 공부하는 동네 오빠 명수의 순애보 같은 사랑을 받으면서도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욕심조차 내지 못하고, 자신에게 처음으로 이성적인 관심을 준 남자 현준에게 끌려 타인에게 휘둘리는 삶을 살다 정신적, 육체적 폭력을 겪고 난 후 가까스로 자기 삶을 찾기 시작한다.
등단 10년을 맞아 작가가 스스로에게 선사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는 이 작품에는 작가가 ‘죽음 같은 순간들’과 싸우며 얻어낸 체험적 결론이 투영되어 있다. 온갖 고난과 역경을 딛고 피어나는 희망의 씨앗은 그래서 더 뜨겁고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