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교육적 지표로 이해하면, 대한민국은 교육 선진국처럼 보입니다. 국내적으로는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부분이 대학을 진학할 정도로 교육열이 높고, 국제적으로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의 중등학생들이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평판이 높습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한국의 고도경제성장의 밑바탕에 교육의 힘이 있었다고 강변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나라의 국민으로서 물질문명을 누리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시민사회의 의식 수준이나 삶에 관한 만족도, 인생의 행복 등 정신문화의 측면을 조사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은 물론 후진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전 세계국가 중에서 거의 꼴찌 수준으로 전락합니다. 정말 아이러니irony입니다. 그 아이러니를 품에 안은 수많은 국민들과 지성인들은 안타까움과 회한悔恨을 답답한 가슴에 묻습니다.
이 책은 그런 문제에 관한 교육학적 반성과 성찰 그리고 대안적 고민과 논의를 담은 물음입니다. 이때 여기, 21세기 초반의 대한민국은 어떤 교육적 고민을 해야 하는가? 한국교육은 무엇을 요청해야 하는가? 명실상부한 세계적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한국교육이 자임해야 할 사명감은 어디에 있는가? 등 우리 교육에 관한 비판적 성찰이기도 합니다.
교육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삶과 유리될 수 없는 핵심가치입니다. 사회적으로도 첨예한 문제에 해당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신이 이해한 방식대로 교육에 관한 이론을 주장하거나 교육에 대한 현실적 개선책을 내놓기도 합니다. 교육학자는 물론 철학, 정치학, 사회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교육에 관심을 갖기도 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이 그렇겠지만 한국교육의 경우, 한국사회를 발전시키는 추동력 역할을 담당한 반면 그에 상응하는 여러 문제점도 발생시켰고 시대 변화에 따라 고민해야 할 사안들도 상존하고 있습니다.
21세기 현재의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경제적·교육적 측면에서 대단히 수준 높은 국가입니다. 지구상에 분포되어 있는 200여 개의 나라 가운데, 상·중·하 세 층으로 나누어볼 때 상위에 속하는 나라입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속하게 된 것은 경제 발전을 밑바탕으로 정치적 민주화를 비롯하여 다양한 영역에서의 사회 문화적 성장에 힘입은 결과입니다. 겉으로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 성장을 추동하는 힘의 중심에 교육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한국교육의 문제를 바라볼 때, 대단히 부정적으로 인식합니다. 심한 경우, ‘한국교육의 대부분을 완전히 갈아치워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한국교육은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할 정도로 훌륭하다! 그러므로 이런 수준의 교육을 왜 비판하고 난리냐? 지속하고 노력하면 큰 문제가 없다!’라고도 합니다.
어떤 사회건 그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 또는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우리 한국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교육의 긍정적 측면은 보다 긍정적 차원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부정적 측면은 시대정신에 맞도록 보다 건전한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우리 교육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 시선으로 비하하거나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찬양하는 관점은 교육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양 극단의 사고는 문제를 선명하게 대비하며 비판하는 요소로는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한국교육을 살피면서, 어떤 방식으로 고민을 더해 가면, 지금보다 발전적이고 생산적일까?’라는 교육적 세계관의 확보입니다. 개인의 성장과 국가 사회의 발전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건강한 교육을 심사숙고하는 문제입니다.
이 책은 <한국교육의 시대적 요청>이라는 주제로 고려대학교에서 개설한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의 강의록을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 일종의 교육학 강의록이자 강연집입니다. 강의는 14주로 구성되어 있으나 소주제는 60여 가지에 이릅니다. 그 내용은 목차에도 대략적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만, 교육학의 주요 이론과 한국교육의 문제 가운데 핵심이라고 판단되는 내용을 몇 가지 제시하고, 그것을 현재의 한국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수용하고 적용해 왔는지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분량이 많아 1주-7주는 1권에, 8-14주는 2권에 담았습니다. 요점은 21세기 현재의 시대정신과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이 어떤 지점에서 만나는지 반성하고, 지금 한국교육은 무엇을 요청해야 하는지 교육적 대안을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 보려는 데 있습니다. 이에 한국교육의 시대적 요청에 관한 대답이나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독자나 강의 수강자들과 더불어 문제를 모색하며 교육적 희망을 꿈꾸는 차원에서 질문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리고 책 제목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