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다 늑대!” 여대 퀸카 장솔잎의
유방암 수술 전 멋진 남자와 하룻밤 프로젝트
E여대 87학번 새내기 장솔잎. D컵 가슴에 낙지도 울고 갈 유연성을 자랑하는 몸매이지만 치한을 만나면 ‘싸대기’ 한 대 올려 칠 줄도 아는 당당한 여성. E대 무용학과에 입학했지만 우연히 Y대 응원단 ‘질풍노도’의 치어리딩 공연을 보고 난 뒤, 학교를 속이고 Y대 응원단 오디션에 지원해 합격한다.
“남자는 다아아아 늑대!”라는 가정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탓에 남자에는 일절 관심을 끊으며 살아왔던 솔잎이지만, 신체검사에서 유방암으로 가슴을 절제해야 할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은 뒤, 수술 전에 멋진 남자를 만나 기억에 남을 첫경험을 갖기로 결심한다.
솔잎이 멋진 남자 한번 만나보겠다는데, 자꾸만 이상하게 엮이는 이 남자는 뭘까? 차봉수. 솔잎과 같은 87학번으로 Y대 응원단 기획단장을 맡은 남자. 하지만 버스에서 솔잎이 치한할 때 추행당할 때도 침묵하고, 학생들이 스크럼을 짜고 거리로 나갈 때도 날아오는 최루탄이 무서워 숨어 있는 비겁한 성격이다. 게다가 가슴 큰 여자만 보면 입을 벌린 채 넋 놓고 구경하는 호색한. 이런 멋대가리 없는 남자와 자꾸 마주치고 엮이는 솔잎은 과연 ‘멋진 남자와의 첫경험 프로젝트’를 무사히 성사시킬 수 있을까?
1987년, 뜨거웠던 울분의 시절을 통과하는 꽃다운 청춘들의 풋풋한 사랑,
그러나 함께 스크럼을 짜던 대열에 프락치가 있었다!
작가 김용희가 70년대 여고생의 이야기를 다룬 『란제리 소녀시대』의 정신적 후속작이라고 작가후기를 통해 밝히고 있듯이 『나의 마지막 첫경험』은 1987년 군부 독재 시절 대학생들의 이야기이다. 87년은 한국 근대사에서 상징적인 시간이다. 비민주적 군부 정권하에서 박종철 학생 고문치사 사건이 은폐되고 조작되었음이 드러나며 6월 항쟁이 전국적으로 전개되어 민주화를 이루어낸 한 해이다.
애증으로 티격태격하며 사랑과 우정을 쌓아가는 솔잎과 봉수의 이야기 뒤로 비밀리에 학생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응원단장 강혁, 그리고 거리로 나가는 학생들, 조직 내에 숨어 있는 프락치들의 이야기가 스며든다.
『나의 마지막 첫경험』은 자칫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87년을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주인공 솔잎과 봉수의 이야기를 코믹하고도 사랑스럽게 그려내며 이야기의 무게추가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작가의 균형 감각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게다가 지루할 틈 없이 80년대를 추억하는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작가의 재기 넘치는 입담은 독자들로 하여금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80년대를 대표하는 풍속, 풍물 등을 통해 당대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세밀함도 돋보인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처럼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낸 작가의 경험에서 복원시킨 포니차, 마이마이, 프로야구, 맥가이버, 고고장, 백마역, 사쿠라팅 등의 무수한 디테일들은 장면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독자들을 80년대 그 시절로 들어간 듯한, 혹은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
1980년대를 기억하기 위해 나는 좀 더 많은 애도의 형식이 필요했다.
80년대 뜨거웠던 울분의 시절을 복원하는 일에서 애써 도망치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 시절 나는 대학가에서 최루탄을 마시며 스크럼을 짜기도 했지만 신촌역 디스코텍 ‘우산속’에서 ‘아이 캔 부기’를 부르며 디스코를 추기도 했다.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창경궁에서 사쿠라팅을 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내 모든 침묵을 다해 내뱉는 항변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그해 1987년,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잡혀가던 그 순간에, ‘가투에 몇 번 참가했다’는 변명을 장전한 채 도서관에서 책에 파묻혀 지냈던 나 자신에 대한 고해인지도.
그리고, 누군가 말했다.
“인생이란 자기 성질대로 끝까지 그냥 관통하는 것”이라고.
오직 내 속에서 어둡고 뜨겁게 타오르는 이 불꽃을 느끼는 한, 나는 계속 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