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두 챕터 읽고 내일 다시 오세요』: 정제된 감동을 선사하는 힐링 소설
구성이 탄탄한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책!!
읽는 즐거움과 말의 힘을 지닌 작품!!
더 많은 독서를 하게 만드는 소설!!
“저는 독서 치료사예요.”
“책을 수선하시나요?”
“저는 책을 가지고 사람들을 고쳐요.”
독서치료사 알렉스와 그의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가는 이 소설은 따뜻한 온기와 유머감각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오리종(Horizon) 두 번째 소설상’을 수상한 작가 미카엘 위라스가 평생 독서에 심취한 한 남자의 일상 속에 문학을 향한 깊은 애정과 그것이 삶에 주는 위로를 담아냈다.
“너는 그래, 여전히 책으로 치료하는 일을 하고 있니?”
가족들로부터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직업을 가진 남자, 알렉스. 오랜만에 통화한 이모로부터 ‘너는 여전히 그 일을 하고 있니?’라는 안부인사를 듣는 그는 책으로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독서치료사’다.
소설 『이 책 두 챕터 읽고 내일 다시 오세요(원제: Aux Petits Mots Les Grands Remedes)』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치유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의 삶은 치료하지 못하는 독서치료사 알렉스의 이야기다.
책에만 빠져 살던 청소년 시절, 아버지에게서 ‘거의 딸’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은 주인공.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남자다움과는 거리가 먼 채로, 갖고 있는 것이라고는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책밖에는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오로지 문학 속에 살며 현실에 발을 딛지 않으려 하는 알렉스를 견디지 못한 아내 멜라니가 그의 곁을 떠난 후로, 그는 매일 아침 적막한 방 안에서 라디오 소리에 잠을 깨며 하루를 시작한다. 알렉스는 능력 있는 독서치료사지만 자신의 삶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소설은 그의 일상 속에 불쑥불쑥 등장하는 가족에 대한 불편한 기억과 함께, 그에게 상담을 받는 내담자들의 사연과 치유 과정을 담백하게 때로는 위트 있게 풀어놓고, 알렉스가 권해주는 문학작품들을 함께 버무리며, 결국 책으로 완성된 치유의 공간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정말 저를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제 경우에는 대부분 실패했거든요.”
문학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구원할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 알렉스. 그는 여러 상황과 고민을 갖고 있는 내담자들에게 가장 적절한 ‘말을 건네줄’ 책을 찾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사고를 당해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는 소년 얀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내담자이다. 알렉스는 소년에게 「사기꾼 토마」와 「호밀밭의 파수꾼」을 처방하고, 방에 틀어박혀 있는 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려는 시도를 한다.
독서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고 싶어 하는 안토니는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최고 공격수.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그 세계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고민에 빠져 있다.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기 어려운 그에게 알렉스는 「오디세이아」를 권해주는데, 상담이 채 끝나기 전에 안토니는 자취를 감춘다.
탈진증후군에 시달리는 명품시계 판매원 로베르. 시간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그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독서치료를 선택한 것도, 세탁기와 소설책 사이의 차이를 알지 못하는 그가 문학을 읽는 것도 알렉스에게는 불협화음처럼 느껴지지만, 로베르는 알렉스가 권해준 소설 「오블로모프」에 완전히 빠져버린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내담자는 알렉스 자신. 책을 통해서 삶을 사는 알렉스와 책을 읽지 않는 멜라니! 이 두 사람은 어떻게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
"나는 죽음의 순간 어떤 이미지들이 떠오를까? 아마도 책과 멜라니일 것이다. 멜라니는 내가 항상 그녀를 뒷전으로 미뤄둔다며 나를 떠나갔다. 이런, 말을 다시 해야겠다. 내 머릿속에는 어떤 이미지들이 떠오를까? 멜라니와 책들일 것이다.” (p.81)
알렉스와 내담자들의 치료 과정을 지켜보는 독자들은 그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고 공감하며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치유의 순간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작가는 순순히 감동을 내어놓지는 않는다. 대신 주인공과 그 주변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 유쾌한 위트를 던지곤 한다. 책의 곳곳에서 작가 특유의 밝고 생기 넘치는 감수성과 유머를 찾아볼 수 있다.
알렉스의 머릿속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문학작품 속 구절들은 적재적소에서 소설의 분위기를 이끌어주는데, 이는 때로 유쾌하게도, 또 순간 마음을 뭉클하게도 만든다. 이렇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소설과 시와 노랫말들이 작품 전체에 흐르는 배경음악과도 같이 독자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움직인다.
이것이 작가 미카엘 위라스가 우리를 위로하는 방식이다.
현실에 단단하게 발을 붙이고 사는 것이 때로는 힘들기도 하고 자신이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우리 앞을 가로막기도 한다. 그럴 때는 문제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가는 대신 심각함을 내려놓고 책 속에 잠시 몸을 숨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 안에서 저마다 자신의 마음속에 간직할 한 구절을 찾아낼 수 있다면 아프고 힘든 순간을 좀 더 가볍게 견딜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말을 하는 시간에 저는 주로 관찰을 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저를 보고 불편해하는 모습이 잘 보여요. 그들은 드러내지 않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니에요. 나를 향한 불쾌감이 정말 크게 다가와요. 장 콕토의 소설은 저 같은 사람에게 완벽한 선택이에요. 사람들과 함께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건 환상일 뿐이에요. 저는 낙오자예요. 바로 토마의 이야기가 그런 거죠. 그리고 내 이야기도 그렇고요.” (p.75)
만약 지금 삶이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면, 책으로 둘러싸인 파리의 한 작은 집에서 또 다른 내담자를 기다리고 있는 독서치료사 알렉스의 집 문을 두드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