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달리 도시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사람도 늙는다. 그런데 사람의 경우
우리의 자녀들이 우리 삶을 대체하여 종족을 보존할 수 있지만 도시는 그럴 수 없다. 도
시는 스스로 분열할 수도, 후손을 낳을 수도 없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것이 그
러하듯이 만들어진 도시는 반드시 쇠퇴할 수밖에 없다.
저자가 박사학위를 받은 학교가 위치한 클리블랜드(Cleveland)라는 도시는 쇠퇴하
는 도시의 전형과도 같다. 인구의 감소가 미국 내 최고 수준일 뿐만 아니라 환경문제,
빈부격차 문제, 도시 공동화 현상에서부터 범죄문제에 이르기까지 쇠퇴하는 도시가 겪
는 모든 문제가 집약되어 있는 공간이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석사까지 행정학을 전공
한 저자는 쇠퇴하는 도시가 직면한 문제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정의 역할에 관해 고
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저자는 그 시절의 고민과 현재의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도시, 다시 기회를 말
하다(부제: 쇠퇴하는 도시의 일곱 가지 난제풀이)’를 존경하는 스승님들, 선배 교수님들 그
리고 후배들 앞에 내 놓는다. 아직 성취가 많지 않기에 매우 부끄럽지만 도시의 희망을
찾아 떠나는 긴 여정의 첫 걸음 정도로 이 졸작을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책의 주요 특징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첫째, 이 책은 이론과 현장을 적절히 조화시키려 하였다. 이론서가 놓치기 쉬운 현장
감각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저자가 직접 사진을 찍고 현장 취재를 한 부분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이론을 간과한 것은 아니다. 물론 주제와 관련이 없는 도시이론은 최대한 배제
하였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이론은 현장 문제와 적절히 결부시켜 설명하였다.
둘째, 쇠퇴하는 도시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려
하였다. 도시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정책 개입으로 모두 풀 수 없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도시 안의 우리 삶이 이렇게까지 어려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학자로서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할 의무가 있으므로 모든 장에 정책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포함
하였다.
셋째, 사회적 경제나 그린빌딩의 확산 등 최근의 도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사회적
경제나 그린빌딩, 브라운필드 재활용 등은 최근 학계의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
만 매우 전문적이어서 일반 독자나 학계에 막 접근하고자 하는 학문 후속세대가 연구
논문만으로 이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최근의 도시행정 이슈에 관해 개념적
해설부터 정책 방향에 이르기까지 쉽지만 폭넓게 다루고자 하였다.
이 책을 기획한지 5년 만에 탈고를 마쳤다. 충분히 공부가 안된 부분은 조금 더 깊
게 알아보고 내용을 채우려 했기에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
한 부분이 많은 저서임에 틀림이 없다.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나 보충 설명이 필요한 부
분은 선후배 교수님들의 조언과 독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메꿔나가도록 할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의 기획단계에서부터 탈고되기까지 아낌이 없이 지원해 주시고 격려
해주신 박영사의 안종만 대표님과 실무를 책임져 주신 장규식 과장님 그리고 책이 아
름다운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을 입혀주신 전은정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
다. 또한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수고하고 애써주신 모든 박영사 식구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자 한다. 박영사의 명성에 누만 끼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늘 외조
와 내조를 아끼지 않는 사랑하는 아내와 삶의 최고 윤활유인 사랑하는 아들에게 자주
함께하지 못한 가장의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사랑의 마음도 전한다.
마지막으로 졸저를 집필할 수 있는 지혜와 여건을 허락하신 살아계신 하나님께 찬
양과 영광을 드린다.
2017년 12월
아들이 신나게 떠들고 있는 안성의 한 아파트에서
저자 최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