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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틀넥 스웨터

터틀넥 스웨터

  • 홍명진
  • |
  • 삶이보이는창
  • |
  • 2011-01-03 출간
  • |
  • 272페이지
  • |
  • 140 X 210 mm
  • |
  • ISBN 978899049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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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인간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탁월한 시선으로 포착해내는 소설가 홍명진의 첫 소설집 『터틀넥 스웨터』가 출간되었다. 홍명진이 묶은 9편의 소설은 상처 받고 찢긴 채 부유하는 육신들을 ‘터틀넥 스웨터’처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소설에서 드러나는 삶의 비의성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다. 그러나 삶의 무게를 지나치게 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응시한다. 그러면서 아파한다. 그리고 최대한 안으로 끌어안는다. 그래서 홍명진 소설 속 인물들의 아픔은 삶의 표면으로 솟구치는 게 아니라 삶의 안쪽으로 조용히 스며든다.

상처 받고 찢긴 채 부유하는 온갖 육신들,
그들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 ‘터틀넥 스웨터’처럼…….


“그 집 담벼락에 손을 대자 온몸이 쓰라려왔다. 우둘투둘한 시멘트벽의 질감이 흡사 호렴 알갱이나 멍게 돌기처럼 몸속을 파고드는 듯한 쓰라림.”
홍명진이 묶은 9편의 소설 중 처음 소개되는 「아홉 번째 집」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홍명진에게 집 혹은 방은 한 존재나 가족이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을 만큼 평온한 공간이 아니다. ‘시멘트벽의 질감’처럼 안타깝고 쓰라린 공간이다. 그것은 삶의 공간이자 몸의 공간인 집이 결코 생활의 휴식이나 안정을 보장해주지 않는 데 기인한다. ‘지금-여기’ 한국 사회에서 집 혹은 방은 부유하고 떠도는 삶의 일시적인 정거장 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그러므로 집 안에 깃들어야 할 몸과 삶 역시 상처 받고 찢긴 채 유랑하고 있다.
홍명진의 소설에서 집에 대한 탐구는 집요하다. 그것이 굳이 탐구의 대상은 아니라 하더라도 홍명진이 파악한 현대 사회의 문제와 삶의 체험이 바로 그 지점에서 맞닥뜨리기 때문일 것이다.
「아홉 번째 집」의 주인공 ‘윤희’는 아름답게 삶을 꾸려가던 아홉 번째 집에서마저 떠나고 말았다. 이주노동자를 채용한 가구공장을 힘겹게 운영하다가 결국 도산하여 집을 떠난 남편을 기다리면서 집의 열쇠 꾸러미를 놓지 않고 있을 뿐이다. 「삼봉여인숙」의 ‘아내’는 생계를 위해 집을 떠나 삼봉여인숙에 기거하는 남편을 찾아가지만, 결국 체념한 채 돌아와야만 했다. 그리고 그 수많았을 삼봉여인숙이 그때의 삼봉여인숙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터틀넥 스웨터」의 주인공인 구루병에 걸린 뜨개방 여자 또한 가게에 세 들어 살고 있다. 이는 「즐거운 수선소」에서 시장 안 궁색한 곳을 빌려 옷 수선소를 운영하고 있는 작중 인물의 처지와 같다.
홍명진의 ‘쓰라린 집’의 이미지는 이렇게 생계와 무관하지 않다. 「2009, 서울 피에타」에서 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은 2009년 벽두에 서울 한복판에서 저질러진 국가권력의 과잉 진압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용산 지역의 재개발 이익을 두고 국가권력이 개발이란 미명 아래 민주주의를 압살한 사건을 재현하고 있다. 작가는 뚜렷이 응시하고 있다.

재개발조합에서 내놓은 보상금은 터무니없었다. 재개발 얘기가 나돌면서 주위의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조합에서 내놓은 가격으로는 겨우 노점상밖엔 못할 형편이었다. 그들이 무슨 근거로 보상금을 책정했는지 그 속사정은 아무도 몰랐다. (중략) 지숙은 수몰된 고향을 떠나올 때를 생각했다. 살면서 지숙은 뿌리가 뽑힌다는 게 무엇인지를 알았다. 지숙은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서마저 뿌리가 뽑힌다면 난민처럼 다시는 뿌리를 내릴 수 없을 것 같았다.
―「2009, 서울 피에타」, 250쪽

홍명진은「2009, 서울 피에타」에서 개발주의의 폭력적 상황과 그 모든 과정을 세밀히 재현하고 기억해낸다. 그때, 그곳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작가의 순정한 언어를 통해 재현한다. 그리고 숱한 보도 매체에서 용산 참사를 보도했지만 자신의 언어로 그때, 그곳을 기억하려 한다. 고통을 응시하지 않고, 고통과 연루된 현실에 대한 성찰의 태도를 저버린 채 기획되는 미래는 한갓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09, 서울 피에타」의 마지막 장면을 작가가 이와 같은 비극적 참상으로 끝내는 데에는 쉽게 그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작가의 서사적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상처는 두렵지 않다.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살갗이 찢어진 곳은
붙이고 꿰매면 언제든 아무니까.” (「즐거운 수선소」 중에서)


그래서 홍명진의 소설 속 작중 인물들이 품고 있는 상처들은 사회경제적 원인에 기인한다. 그 상처의 대부분은 가난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가난한 자만이 파악할 수 있는 삶의 까끌까끌한 감촉들이 그의 소설 속에서 세세하게 느껴진다.
소설가 현기영이 지적한 것처럼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비록 가난에 찌들어 있을지라도 싱싱한 본능과 가식 없는 삶의 활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가난하더라도 삶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 그 지난하고 힘겨운 과정들이 가득 펼쳐진다. “동물적이라 할 정도의 본능적 생명력으로” 가난과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홍명진이 삶의 비의성을 애써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소설에서 목도하는 삶 또한 요란스럽지 않다. 삶의 무게를 지나치게 과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삶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응시한다. 그러면서 아파한다. 그리고 그 아픔을 최대한 안으로 끌어안는다. 그래서 조금만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그 고통과 아픔을 쉽게 지나칠 수 있다. 홍명진 소설 속 인물들의 아픔은 삶의 표면으로 솟구치는 게 아니라 삶의 안쪽으로 조용히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과 관련하여, 홍명진의 소설에서 눈에 띄는 점은 남편의 부재이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남편은 집에 정착하지 못하고 집을 떠나 있다. 「즐거운 수선소」와 「삼봉여인숙」도 이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삶의 고통으로 끝내 자살한 남편을 둔 작중 인물은 어떻게 해서든지 삶을 살기 위해 시장 안에 궁색하게 위치한 곳을 빌려 옷 수선소를 운영하고(「즐거운 수선소」), 틈만 나면 집을 떠나 있는 남편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억척스레 삶을 살아가며 고통스런 무게를 견딘다(「삼봉여인숙」). 「즐거운 수선소」와「삼봉여인숙」도「아홉 번째 집」처럼 모두 남편의 빈자리를 견디며 삶의 고통과 아픔을 품고 있다. 소설 속 아내들은 남편의 부재와 연관된 삶의 고통을 완강히 부정하고 회피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응시하면서 견디는 삶의 내공을 갖고 있다.
「엄마의 요강」, 「터틀넥 스웨터」, 「바닷가 찻집」, 「바퀴의 집」에서 주목되는 인물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고통을 견딘다. 집안에 남자 없이 온갖 설움을 감내하며 딸들을 억척스레 키워낸 엄마는 세월의 흐름을 이길 수 없어 노추의 몸으로 삶의 고통을 견디고(「엄마의 요강」), 구루병에 걸린 여자는 시장 구석에서 뜨개방을 운영하며 남 몰래 짝사랑의 연정을 품으면서 비루한 삶을 견디고(「터틀넥 스웨터」), 존재 자체의 지리멸렬한 삶을 막연하면서도 강렬한 그리움의 형식을 통해 견디고(「바닷가 찻집」),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근원적 슬픔을 간직한 삶을 견딘다(「바퀴의 집」).
그렇다. 홍명진의 소설 속 인물은 한결같이 삶의 고통에 진저리치며, 그 아픔을 조용히 감내하면서 고통을 견딘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게 있다. 이 고통은 타자들과 좀처럼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이다. 흔히들 말한다. 고통을 감당할 수 없을 때 타자와 나눠 가질 것을. 그러다 보면 고통의 무게는 줄어들어 고통을 견딜 수 있다고. 하지만 홍명진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이 고통을 타자와 나눠 갖지 않는다. 주체가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고통을 타자와 애써 함께 나눠 갖지 않는다. 홍명진에게 고통은 주체가 감당할 수 없을지라도 감당할 수 없는 극단의 고통, 그 지경에 가는 것을 통해 견디는 힘이 있다.

작가 홍명진의 아홉 편의 소설을 읽는 것은 이처럼 고통을 정직하게 응시하고, 그 응시의 과정에서 삶에 대한 성찰의 넓이와 깊이를 다져나가는, 우리 시대의 서사적 윤리의 망루를 세우는 일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첫 창작집을 묶습니다. 부족했던 첫 장편소설을 낸 지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책을 묶는다는 건 생각할수록 몸이 가려운 일입니다. 아니, 늘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듯한 초라한 영혼이 가려운 느낌이랄까요. 애초의 열정과 사랑, 열망이 제대로 녹아들었는지 의아스럽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옷을 벗습니다. 그리하여 이 소설을 쓰던 때의 시간들이 최소한 누군가에게는 가닿을 수 있으리라는 가느다란 희망을 품어봅니다. 그마저도 없다면 고독하고, 상처투성이인 삶을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어리석게도 소설이 나를 구원해 줄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것 역시 삶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걸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어차피 삶이 가는 대로 나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밖에 없음을 고백합니다. 아프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도 목젖이 보일 만큼 유쾌하게 써낼 수 있게 되기를 염원하면서요. 나를 넘어서는 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만나는 길은 바로 그 지점일 듯싶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추천의 말

가진 자는 가진 것을 세습화ㆍ영속화하기 위해 갖은 술수를 구사하는 타락한 영혼이지만, 그러한 술수의 희생물인 못 가진 자는 비록 가난에 찌들어 있을지라도 싱싱한 본능과 가식 없는 삶의 활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홍명진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바로 그러한 사람들로서 때로는 동물적이라 할 정도의 본능적 생명력으로 가난을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현기영 소설가

홍명진의 소설은 물의 농도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화폭의 빈 여백이 갖는 적요의 미의식을 자연스레 담아내는 과정에서 대상의 비의성이 절로 나타나는 수묵담채화와 매우 흡사하다. 그는 삶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응시한다. 그러면서 아파한다. 그리고 그 아픔을 최대한 안으로 끌어안는다. 그래서 조금만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그 고통과 아픔을 쉽게 지나칠 수 있다. 홍명진 소설 속 인물들의 아픔은 삶의 표면으로 솟구치는 게 아니라 삶의 안쪽으로 조용히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고명철 평론가

목차

작가의 말 _4

아홉 번째 집 _ 9
즐거운 수선소 _ 33
삼봉여인숙 _ 57
엄마의 요강 _ 83
터틀넥 스웨터 _ 109
바닷가 찻집 _ 133
먼동 _ 161
바퀴의 집 _ 189
2009, 서울 피에타 _ 215

해설│ 고명철 | 삶의 고통을 응시하는 서사적 윤리의 망루 _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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