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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툴라

타란툴라

  • 김일지
  • |
  • 문학수첩
  • |
  • 2007-11-30 출간
  • |
  • 310페이지
  • |
  • 135 X 195 mm
  • |
  • ISBN 978898392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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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집착과 좌절의 삶,
그 속에서 찾는 행복과 희망의 이야기
『타란툴라』의 단편들에는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먼저,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무언가 하나씩은 완벽하지 못한, 부족한 삶(자식이 비정상이거나 남편에게 버림받거나, 시대에 너무도 뒤떨어지는 과목 선생이어서 학생에게 대놓고 무시당하는 등)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각 단편의 주인공들이 모두 한 가지에 집착하거나 지나치게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면 「타란툴라」에서는 사랑하는 남자가 남기고 떠난 거미 타란툴라를 키우며 떠난 남자에게 집착한다. 「풍뎅이」에서는 화자의 아들에게 중요한 것은 낳아 준 어머니도 아닌 길에서 주운 풍뎅이이고, 「숨어 있는 소리」에서 화자는 쥐에 집착한다. 「알프스를 향하여」에서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가에 온 신경을 쏟고, 「모래 언덕 위에서」는 원형탈모증이 점점 커지는지, 그 개수가 많아지는지에 집착한다.
이 소설은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삶을 대신 이야기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한 번쯤 실패했던 경험과 어떤 것에 유난히 집착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지 못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차마 말로 하지 못했던 일들, 혼자 삭여야 했던 일들을 아홉 편의 단편을 통해 밝힘으로써 작가는 우리 사회의 시대상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주제가 대부분 어둡다고 해서 소설 자체가 모두 어둡지는 않다. 「풍뎅이」에서 화자는 비록 아들은 장애인이지만, 스무 살 아들의 어휘가 하나씩 늘어나는 것을 보고 행복을 느낀다. 표제작인 「타란툴라」에서 화자는 록 음악으로 맺어졌던 천방지축 연하남에게 버림받고 괴로워하지만, 결국 못 갈 것 같았던 록 음악 공연장에 가면서 그 괴로움을 극복한다. 「꽃과 얼룩」에서는 자신을 버리고 간 남편을 어린 아들과 시어머니와 함께 기다리며 가슴속의 얼룩을 지우고 꽃처럼 활짝 피어날 내일의 행복을 꿈꾼다. 이처럼 작가는 충분히 어두울 수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앞날에 대한 희망의 길을 열어 둠으로써 우리 사회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를 역설적으로 밝히고 있다.

현재 부산 주례여고에서 교직 생활을 하고 있는 김일지 씨는 1985년 〈동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하였으나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런 작가가 2년여 전부터 창작을 재개하며, 세월이 흘러 연륜이 깊어진 만큼 넓어진 시야로 ‘삶의 본질적인 고통’에 대한 문제를 짚어 나가고 있다. 집착과 좌절의 삶 속에서도 우리가 애써 찾으려 하는 것은 미래의 행복과 희망의 이야기임을 작가는 무채색으로 그려 내고 있다. 따뜻한 삶의 행복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 『타란툴라』는 이 겨울 읽어 볼 만한 수작들을 모은 소설집이다.

목차

작가의 말
꽃과 얼룩
풍뎅이
타란툴라
숨어 있는 소리
비둘기
어둠 사설
모래 언덕 위에서
가라앉는 노을
알프스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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