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이처럼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상대방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가, 실천할 수 있는가, 습관화할 수 있는가를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정 ‘동작’으로 옮길 수 있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설명 잘하는 법’을 주제로 교육을 진행할 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름대로 설명해 보라고 테스트를 해 보면 약 80퍼센트의 수강생이 ‘동작’을 이끌어 내는 답을 내놓지 못한다. _본문 22쪽
그간 수많은 수강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며 절감했던 건 설명하는 사람이나 설명을 듣는 사람 모두 ‘개수’를 경시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설명하면서 점점 더 항목을 추가하거나 개수가 늘어도 괜찮다고 넘어가는, 이른바 ‘과잉형 인간’이 양산되고 만 것이다. 설명하는 사람 입장에서 말하면 ‘정보량이 넘쳐 설명할 때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뜻이고, 설명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 말하면 ‘다량의 정보를 빠짐없이 기억하려 하다 보니 쉽게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_본문 36쪽
지나치게 많은 개수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는 ‘과잉형 인간’이라면 당연히 3가지로 추리는 게 쉽지 않다. 대표성에 대한 감각이 없는 ‘망라형 인간’이기 때문이다. 망라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3가지만 고를 순 없어, 아직 이걸로는 부족한데 어떻게 설명해’라고 되뇌며 고민한다. 단적으로 설명하는 데에 능숙한 사람은 애초에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개수가 많아도 어차피 잊어버리면 그만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모든 걸 망라하는 설명은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지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3가지면 된다’는 말에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망라성’과 ‘대표성’이라는 대조적인 두 개념을 알고 있어도 ‘설명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 _본문 50~51쪽
우리는 보통 ‘한두 가지’만 주어져서는 ‘안다’는 느낌을 얻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한두 개로 끝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1부에서 강조한 것처럼 이상적인 개수는 딱 3가지다. 3가지를 열거하고 나면 이 정도로 충분하다는 심리가 작용해 설명을 종결하기가 쉬운 반면, 4가지를 넘어가면 끝을 예상하기가 어렵다는 반대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_본문 62~63쪽
정보도 마찬가지다. 정보 홍수의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거의 무한대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가 지나치게 많아 흡사 지저분한 방처럼 무질서하게 널려 있다면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다. 정보를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양만큼 줄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종이 한 장’이라는 제약에 따라 필수적인 정보만 간추리고 요약하는 작업은 ‘정보를 줄이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일례로 회의의사록을 ‘엑셀1’ 양식에 작성한다면 포함시켜야 할 정보는 모든 발언이 아니라 특히나 중요하다고 판단한, 선별된 정보다. ‘엑셀1’을 작성하면 정보가 자연스레 줄어들면서 자신이 다룰 수 있는 양만 남는다. _본문 76쪽
‘생각을 정리한다’ 단계에서 개수를 3가지로 줄이는 이유는 뭘까? 가령 병원 접수대 직원이 “이 양식에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써 주세요”라고 말하면 누구나 금방 써 낼 것이다. 3가지 항목이라 알기 쉽고 기억하기 쉬워 곧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이름, 주소, 메일 주소, 전화번호, 생년월일, 혈액형, 알레르기 유무, 검사 희망 날짜를 써 주세요”라고 연달아 물으면 어떨까? ‘이름, 주소, 전화번호, 그리고… 음, 뭐였지…?’ 하고 몇 가지는 금세 잊어버릴 것이다. 상대방이 여러분의 설명을 이해하고 기억하고 행동으로 옮기길 원한다면 3가지로 줄일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3가지를 선택하다 보면 전체 그림을 파악하는 감각도 기를 수 있다. _본문 127쪽
마지막 단계인 ‘전달한다’에서도 활용 가능한 요령은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용한 방법 한 가지를 들자면 설명을 시작할 때 ‘포인트는 3가지입니다’라고 곧바로 개수를 밝히는 것이다.
가령 상사에게 업무 보고를 한다면 ‘말씀드리고 싶은 포인트는 3가지입니다, 우선 첫 번째는…’ 등으로, 기획서 프레젠테이션이라면 ‘이번 기획의 포인트는 크게 3가지입니다. 우선 첫 번째는…’ 등으로 핵심 정보의 가짓수를 밝히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 초반에 정보의 개수를 알려 주면 설명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설명의 ‘전체상(일람성)’을 한눈에 보여 줄 수 있다._본문 149쪽
한번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임원 보고 회의에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보고 스타일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나는 보고를 명확하게 잘하는 사람과 보고에 서투른 사람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다. 보고에 능한 사람은 ‘어떤 동작’을 열심히 해 보이는 반면, 서투른 사람을 그 동작을 게을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어떤 동작이었을까? 이 역시 여러분도 익히 알고 있는, 너무 간단한 동작이라 정답을 알면 허탈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바로 다음 동작이다. 손가락으로 가리켜 설명한다. 짧은 시간 내에 군더더기 없이 보고하는 사람은 대부분 준비해 온 자료의 해당 내용을 적시에 가리키며 ‘이 점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하고 동작을 해 보였다. 반면, 보고가 영 지지부진하고 본론이나 요점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게 설명하는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손가락 지시’를 게을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_본문 170~1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