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 장지로 두 칸으로 나뉜 방. 「날개」의 그 유명한 삼십삼번지의 풍경이 묘사되면서 푸르고 검은 두 개의 공간과 두 마리 물고기의 이미지가 파고든다. 한 달 동안 밤이나 낮이나 졸려서 견딜 수 없는 상황은 깜깜한 방의 노란 전구 한 알로 더 가까워진다. 아담한 분홍색 꽃송이와 핑크빛 셔츠로 이상과 금홍의 만남이 스크랩되고(「봉별기」), 소녀의 여리고 날카로운 결심은 해 질 녘 단발한 소녀의 뒷모습으로 영화가 된다(「단발」).
천재 소설가 이상(李箱)의 단편에 사진을 더하다
종이섬 사진소설 시리즈 2 -『날개․봉별기․단발』
책 속에서
나는 거기 아모 데나 주저앉어서 내 잘아온 스물여섯 해를 회고하야보았다. 몽롱한 기억 속에서는 이렇다는 아모 제목도 불그러저 나오지 안았다.
나는 또 내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인생에 무슨 욕심이 있느냐고. 그러나 있다고도 없다고도, 그런 대답은 하기가 싫였다. 나는 거이 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조차도 어려웠다.
허리를 굽혀서 나는 그저 금붕어나 디려다보고 있었다. 금붕어는 참 잘들 생겼다. 작은 놈은 작은 놈대로 큰 놈은 큰 놈대로 다─ 싱싱하니 보기 좋았다. 나려 빛이는 오월 햇ㅅ살에 금붕어들은 그릇 바탕에 그림자를 나려트렸다. 지느레미는 하늘하늘 손수건을 흔드는 흉내를 내인다. 나는 이 지느레미 수효를 헤여보기도 하면서 굽힌 허리를 좀처럼 펴지 않았다. 등어리가 따뜻하다.
_66쪽,「날개」중에서
헤어지는 한에도 위로해 보낼지어다. 나는 이런 양식 아래 금홍이와 이별했드니라. 갈 때 금홍이는 선물로 내게 벼개를 주고 갔다.
그런데 이 벼개 말이다.
이 벼개는 이인용이다. 싫대도 작구 떠맡기고 간 이 벼개를 나는 두 주일 동안 혼자 비어보았다. 너무 길어서 안됐다. 안됐을 뿐 아니라 내 머리에서는 나지 않는 묘한 머리 기름때 내 때문에 안면이 적이 방해된다.
나는 하로 금홍이에게 엽서를 띠웠다.
「중병에 걸려 누었으니 얼른 오라」고.
_84쪽,「봉별기」중에서
밤은 이미 깊었고 우리 이야기는 이게 이생에서의 영이별이라는 결론으로 밀려갔다. 금홍이는 은수저로 소반전을 딱 딱 치면서 내가 한 번도 들은 일이 없는 구슬픈 창가를 한다.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구비구비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질러버려라 운운」
_90쪽,「봉별기」중에서
「가량 자기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물을 상 찌푸리지 않고 먹어보는 거 그래서 거기두 있는 「맛」인 「맛」을 찾아내구야 마는 거, 이게 말하자면 「파라독스」지. 요컨댄 우리들은 숙망적으로 사상, 즉 중심이 있는 사상 생활을 할 수가 없도록 돼먹었거든. 지성─ 흥 지성의 힘으로 세상을 조롱할 수야 얼마든지 있지, 있지만 그게 그 사람의 생활을 「리─드」할 수 있는 근본에 있을 힘이 되지 않는 걸 어떻거나? 그러니까 선仙이나 내나 큰소리는 말아야 해. 일체 맹세하지 말자─ 허는 게 즉 우리가 해야 할 맹세지.」
소녀는 그만 속이 발근 뒤집혓다. 이 씨름은 결코 여기서 그만둘 것이 않이라고 내심 분연하였다. 이따위 연막에 대항하기 위하야는 새롭고 효과적인 엔간ㅎ지 않은 무기를 작만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해두었다.
_107~108쪽,「단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