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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정적

숲의 정적

  • 김영옥
  • |
  • 문이당
  • |
  • 2017-11-20 출간
  • |
  • 256페이지
  • |
  • 150 X 210 mm
  • |
  • ISBN 9788974564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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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책속으로 추가]



남자는 어떤 것에서도 의미를 찾지 못한다.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는 돌을 모으는 아버지에게, “돌에다 뭔 의미를 그렇게 집어넣으려고 그래요? 그래봤자 결국 돌이죠. 돌. 아무 의미도 없고, 아무 생각도 없는 돌!” 이라고 했지만, 그 자신은 점점 돌처럼 살아간다. 무의미의 결정체가 되어간다. “공부만 하고 있으면 해가 떴고, 해가 졌다. 외로움도, 불안도, 결핍도, 물음도 없었다. 그 상태가 나는 좋았다.” 졸업을 하고 그는 고시원의 둔중한 평화 속에 잠겼다. 돌처럼 무심하게 생각 없이 살아간다. 소파에 붙박이로 살았던 어머니처럼 아들인 그도 놓인 자리에 그대로 있기만을 바란다. 여자 친구는 그에게 미래가 없다며 결별을 선언한다. 그는 이해할 수 없다. “왜 꼭 밖으로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하지. 굶어 죽는 것도 아니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직장에 나가야만 발전을 하고, 사람답게 산다고 여기는 건지.” 무의미는 무기력으로, 권태는 짜증으로 이어진다. 그는 돌처럼 살다가 돌로 아버지를 죽이고 돌처럼 삶에서 굴러 떨어져나간다.

녹색표적

여자는 지긋지긋한 녹색에 시달린다. 그녀의 “집 안팎도 온통 녹색이었다. 두툼한 이끼가 장독간과 우물가를 빽빽하고 치밀하게 뒤덮고 있었다. 녹색 이끼는 감나무 줄기까지 점령해가고 있었다.” 그녀는 녹색에 질식당하고 식물들에게서 파충류를 떠올린다. “녹색을 순수하고, 원시적이고, 원형적이고, 생명의 빛깔로 느끼지 못하고 그녀는 심한 어지럼증과 함께 지독한 권태만 느꼈다. 어쩌면 내게 허락된 것은 녹색뿐일지 몰라.” 사방의 녹색은 그녀를 감싸주지 않는다. 오히려 녹색은 변화 없음과 모노톤으로 물든 그녀의 무기력한 삶을 대변한다. 사방을 둘러싸고 자신을 옥죄어오는 ‘녹색’을 향해 그녀는 표창을 던지는 미미한 저항을 꾀할 뿐이다. 산에 가서 피노키오를 만들 나무를 하던 여자는 저수지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남자를 보게 된다. 여자는 은어새끼처럼 물속으로 들어가 남자를 구해준다.

양산

그녀는 명화 속의 양산들을 만든다. "친구로부터 가게를 인수해 보지 않겠느냐는 전화가 온 것은 그녀가 권태와 소외감에서 위협을 느낄 때였다. 장사를 한다는 기분이 아니라 창조를 한다는 기분도 그녀에게는 매우 중요했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어야 했다." 손을 놀려 뭔가를 만들면, 형체가 만들어진다. 적어도, 형체 없는 두려움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사막의 막막함을 이겨내기 위한 산물이었다고 한다. 죽음충동은 손을 놀리는 동안 잊힌다. “때론 가짜라도 필요하잖아, 라는 게 모형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 현실이 아닌 환상일지언정 시간을 지워준다면 상관없다. 이 상황을 견디게 해주거나 구멍에서 놓여나게 해준다면 무엇이든 괜찮다.

숲의 정적

위층 아주머니는 베란다에서 강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물빛이 너무 좋다. 난 매일 배를 타고 바다나 강을 항해중인 것 같아. 가도 가도 보이는 것은 흰 햇빛과 흰 물빛뿐인 것 같아. 내게 주어진 것은 자유뿐인 것 같아.” 가까이 있던 사람들을 모두 잃은 여자는 어떤 의미에서는 얽어맨 것들에게서 놓여난 셈이다. 그러나 자신을 세상에 비끄러매줄 이유도 잃어버렸다. 강은 여자에게 ‘자유’를 주지만 막막한 자유는 여자를 끊임없는 자살충동에 밀어 넣는다. 그녀를 삶에 붙들어 매줄 것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눈이 퍼붓는데, 보이는 것은 전부 눈뿐이었는데 현실 같지가 않았어. 이대로 눈에 갇혀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리는 눈으로 기억은 하얗게 지워진다. “모든 것을 덮어버렸어. 남편과 결혼한 사실조차 처음 만나 연애하면서 데이트하고, 그 좋은 시절만 빼놓고 다른 건 다 눈 속에 묻어버렸어. 그렇게 되니까 남편은 도로 애인이 되었어.” 위층 아주머니는 아들과 소식이 끊기자 또 북해도로 갔다. “흰 눈발 속에 서서 아들을 입양했던 일을 다 묻어버렸어. 아들을 입양한 적 없다고. 입양한 사실을, 함께 살았던 사실을 눈으로 다 지워버리고, 다 덮어버렸지. 그러니까 아주 편해.” 눈으로 눈을 가린다. 이런 외면은 위태로운 생존방식이다. 눈은 지우지 못하고, 잠시 덮어줄 뿐이다. 순백의 눈이 녹으면 질척한 물기만 남는다. 현실과 자신에 대한 눈 돌림은 타인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진다.

목차

작가의 말 …… 4
물거울 …… 9
거인의 손가락 …… 31
안경 …… 55
돌 …… 76
녹색표적 …… 102
양산 …… 126
숲의 정적 …… 157
작품해설 : 죽음을 짜내는 페넬로페들 / 김나정 …… 237

저자소개

저자 김영옥은 경남 사천에서 태어났다.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 「숲의 정적」 당선.
첫 소설집으로 『숲의 정적』이 있다.
「안경」으로 천강문학상 대상.
「물거울」로 신라문학대상.

도서소개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 「숲의 정적」으로 등단한 김영옥의 첫 소설집 『숲의 정적』. 작가는 인간의 원초적인 삶의 방식에 천착하는 글을 쓰고 있다. 세상에 치이고 인간관계에 부대끼면 사람은, 자연으로 숨어든다. 녹색은 들끓는 욕망을 다스려주고,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준다. 소설에서 자연은, 도피처이며 새로운 삶이 뿌리내리는 보금자리가 되어주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자연은 위안처가 되지 못한다. 외려 인간을 옥죄거나 무력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사방에서 둘러싸 옥죄는 ‘녹색’, 사람을 삼키고도 무심한 ‘늪과 저수지’, 강의 ‘물’, 천지만물과 기억마저 덮고 묻어버리는 ‘눈’, 사람을 찌르고 들어오는 ‘햇빛’은 인물들을 위협한다. 이 상황을 견디게 해주거나 구멍에서 놓여나게 해준다면 무엇이든 괜찮다. 하지만 인물들은 살기 위해 딴청을 부리고, 삶을 위한 필사적인 환상을 직조해낸다. 페넬로페가 구혼자들을 물리치려고 밤낮없이 베틀 앞에서 천을 짜내듯, 소설 속 인물들은 조각보와 양산과 사람을 닮은 모형을 만든다. 페넬로페가 밤새 짜낸 천은 아침이면 실로 풀어내야 한다. 겹겹이 쌓인 눈 아래 사물은 그대로다. 다만 덮을 뿐이다. 물을 끊어낼 순 없다. 마냥 흘러갈 뿐이다. 죽음을 지울 순 없다. 잠시 잊을 뿐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노동, 내 손끝에서 만들어진 무언가는 시간의 무자비함을 잊게 한다. 시간은 내 손길 아래, 내 식대로 모양새를 만들어간다. 권태, 불안, 고독과 고통의 그림자가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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