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이스탄불에서 처음 출간되었을 때만 해도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사바하틴 알리의 다른 저작이 큰 관심 속에서 회자되는 동안에도 이 소설은 예외였다. 심지어 세상에 책이 나온 지 불과 다섯 해 만에 저자는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살해됐다. 터키 정부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국경을 넘으려다 극우 인사에게 목숨을 잃은 것이다. 사바하틴 알리는 1950년대에 이미 유럽에 이름을 알리며 불가리아 교과서에 실렸을 만큼 특별한 작가였으나 그렇게 소설의 운명은 갈피를 잃고 말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는 반 세기가 넘는 세월 속에서 손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살아남았다. 70년이나 된 사랑 이야기가 터키의 베스트셀러로 떠올랐고, 2013년 이후 여러 해 동안 터키 출판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켰다(한국어판이 출간되는 2017년 가을, 지금도 터키 문학 시장에서 이 소설은 당당히 2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6년,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는 영국 펭귄 북스의 ‘모던 클래식’ 시리즈에 오르면서 다시 한 번 문학성과 권위를 검증해 보였다. 영문판 이외에도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아랍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로 번역 출간되었고, 최근에는 ‘세계 최고의 미인’으로 꼽힌 영화배우 마리옹 코티야르를 여주인공으로 영화화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터키 문학가 오르한 파묵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독자들은 끊임없이 사바하틴 알리의 소설에 호응한다. 특히나 청년 독자들의 관심이 놀랍다. 남녀도, 세대도 초월하는 ‘사랑 이야기’의 힘일까.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가 뒤늦게 ‘터키 문학의 고전’으로 떠오른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이제 한국 독자들도 함께 소설을 읽고 그 이유를 함께 이야기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