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코 씨와 시게노부 씨, 오늘도 출근합니다.”
하루하루 무사히 퇴근하길 바라는 직장인의 일상
"피클 병을 열면서 구텐모르겐, 하고 중얼거린다.
영어로 굿모닝이다. 완전히 현실도피 같다고 생각한다.
구텐모르겐도 굿모닝도, 아마 누군가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생겨난 말일 것이다.
아침이라는 잔혹한 상황을 견디기 위해."
매일 아침 일 분에 한 번씩 반복되는 알람 소리에 겨우 눈을 뜨고, 다크서클 진하게 내려온 얼굴을 보고 한숨을 쉬고, 이젠 확실한 이유도 떠오르지 않는 피로를 느끼며 집을 나선다. 그러고는 사람들 틈에 섞여 지하철을 타고, 옆에서 혀를 차는 아저씨에 눈치를 보며 이어폰의 음악 소리를 줄이고, 지하철이 흔들리면 손잡이에 매달려 반항하지 않고 흐름에 몸을 맡긴다. 오사카의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는 나카코와 도쿄의 건설 회사에서 일하는 시게노부. 두 사람의 아침 풍경은 다큐멘터리인가 싶을 정도로 생생하다.
순응한 듯 체념한 듯 매일 똑같은 날들을 보내는 듯하지만, 그들의 일상은 곧 다양한 사건의 연속이다. 10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부업으로 프리랜서 작가까지 하며 바쁘게 지내는 나카코에게 인간관계란 여전히 큰 고민이다. 결혼 생활에 힘을 쏟아부으며 거기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나카코에게 배출하는 까칠한 동료에, 은근슬쩍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친구까지. 처음엔 신사인 척하더니 진상이었던 아저씨 고객의 무리한 요구에 나카코는 매일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한편, 도쿄에서 일하다 오사카로 전근을 오게 된 시게노부는 잘나가는 동기를 보며 복잡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쏟아지는 일들을 슬렁슬렁 피하면서 80%의 힘으로 요령껏 일한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로부터 악의 가득한 항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하면서 시게노부의 허무와 무기력함은 더욱 커지고, 시게노부는 어느덧 남자로서의 은밀한 욕구조차 사라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때 핑크빛 예감이 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업무로 우연히 만나게 된 나카코와 시게노부는 두 사람 사이에 사소한 듯하지만 특별한 인연이 있음을 깨닫는다.
출근과 하루 일과, 퇴근, 주변인들과의 관계 등 직장인들의 모든 것이 담담한 행간 속에 녹아 있다. 직장 생활에,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일비일희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짠한 마음과 함께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약간의 위로를 불러일으킨다. 나카코와 시게노부의 어지러운 속마음이 우리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기 때문이다.
"약속이 없어도 휴일은 길었으면"
우리에게도 언젠가 설레는 퇴근이 찾아올까?
“항의 전화를 받기도 하고, 얌전히 있으면 계속해서 일을 떠맡기도 하고,
무엇보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이 괴롭지만 그래도 그렇게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먹을 수 있고, 제법 좋은 추억도 있고, 새해 연휴에 만날 친구도 있다.
그런 거야 어렸을 때와 거의 똑같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뭐가 나쁜가.”
나카코와 시게노부는 그저 주저앉아 있지는 않는다.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계인 것 같은 순간이 찾아와도, 언젠가는 괜찮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카코는 까칠한 태도로 자신을 힘들게 한 동료의 결혼 생활이 생각보다 순탄치 않음을 알게 되고, 진상 고객에게 과감하게 추가 요금을 부과하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새해 음식을 만들면서 자신이 좀 더 안정을 찾았다고 느낀다. 모든 일에 흥미를 잃어버렸던 시게노부는 자신에게 악의를 품었던 사람이 자신의 기억 속에서 곧 사라져버릴, 조금도 중요치 않은 사람임을 새삼 깨닫고 부담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서점에서 우연히 나카코가 쓴 맛집 소개 글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또 다른 즐거움을 찾는다. 비록 조금 행복한 돼지가 되긴 했지만.
첫 만남 이후 문득문득 서로를 떠올리다 어느 날 운명처럼 재회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어쩌면 나에게도 일어날지 모르는 일의 예고편처럼 보이기도 한다. “좋지도 않지만 나쁘지도 않다. 딱히 행복하지도 않지만 불행하지도 않다.” 나카코의 말처럼 인생은 어쩌면 다소 지루한 날들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에 방향은 자신이 직접 결정할 수 있다. 물론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결코 알람을 한 번만 맞춰두지 못하는 것처럼, 안전한 보험 없이 무언가에 도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우왕좌왕 살아가기도 바쁜 일상 속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즐거운 일이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그래도 한 번쯤은, 하고 나카코와 시게노부의 이야기는 조금만 움직여 보라며 상냥하게 어깨를 토닥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