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50년이 넘도록 ‘토지신화(土地神話)’의 주술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일본은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토지신화’는 사라지고, 팽창하는 도시, 축소되는 농촌이라는 ‘도시ㆍ농촌 대립’구도도 종말을 맞이했다. 도시지역에서는 주택ㆍ택지수요가 격감하여 마을만들기에 제동이 걸리고, 지가 하락과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도시생활은 장래에 대한 불안감만 더욱 높였다. 농촌에서도 농산물 가격하락과 농업 종사자의 고령화로 경작되지 않고 버려진 농지가 급증하고, 젊은 층의 유출과 생활서비스 저하로 농촌생활은 파탄 직전에 이르렀다.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었던 사회ㆍ경제환경의 격변에 대해서 도시와 농촌 모두 명확한 장래비전과 그 실현을 위한 시나리오를 그릴 수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을 확립하고, 지역경제와 커뮤니티를 재생하여 ‘도시ㆍ농촌 대립’을 해결하기 위한 구도를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 것인가? 사실 이러한 도농공생의 움직임은 이미 도시ㆍ농촌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시민농원, 전원주택, 주말농장, 취농강좌(就農講座)의 인기에서 볼 수 있듯이 도시주민은 풍요로운 생활을 위한 수단이나 자아실현을 목표로 하는 평생사업으로서 ‘농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농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한편, 파머스마켓(farmers market), 농가레스토랑, 농가민박의 붐에서 볼 수 있듯이 농촌주민도 농산물이나 전원경관을 살려 도시주민을 끌어들이고, 피폐한 지역경제와 약화된 농촌커뮤니티에 활력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공통되는 테마는 ‘농업과 함께하는 생활’이다. 이것이야말로 도시와 농촌을 묶어 새로운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어그리 르네상스(Agri Renaissance)’의 키워드이며, ‘도시ㆍ농촌 공생’시대의 문을 여는 열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