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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을 위하여

결국 사람을 위하여

  • 사회건강연구소 (기획)
  • |
  • 소이연
  • |
  • 2017-11-03 출간
  • |
  • 264페이지
  • |
  • 151 X 216 X 19 mm /379g
  • |
  • ISBN 9788998913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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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이 책은 어떤 책인가]
현재 우리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일자리가 없어서 고통 받는 사람과 일자리는 있으나 일터에서 존중과 보람을 느끼지 못한 채 노동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갖고 있는 일자리가 언제 사라질지 몰라 그 자리를 지키느라 노심초사하거나, 장시간 노동에 매일 피로가 쌓이고, 사랑하는 가족·이웃과 함께 하는 시간,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시도해볼 수 있는 여유를 노동자들은 갖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자주 잊혀지는 사실 중 하나는 일하다가 죽거나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한국 사회에서 한 해에 일하다 사고로 숨진 노동자수가 1,777명(2016년)으로, 매일 5명이 죽고 있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 253명(2014년)보다 7배가 많고, 이라크 전쟁에서 10년 동안 사망한 미군의 한 해 평균 450명보다도 훨씬 많다. 일하다 죽지는 않더라도 통계에 잡힌 재해자 수(4일 이상 요양을 필요로 하는 사람)는 한 해 무려 9만656명이나 된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이 나와는 상관없는 어떤 노동자의 이야기일까? 이러한 사회가 과연 지속가능한 사회일까? 왜 우리는 원치 않는 노동과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아야만 하는 걸까? 누가 우리를 이러한 삶을 살도록 몰아간 걸까? 아니면 우리가 침묵하고 또 타협하고 있어서 계속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걸까? 많은 질문들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람들은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일터와 사회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노동건강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역사를 정리한 기록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출발했다. 그 첫 출발로 노동안전건강 분야의 활동가의 삶을 통해 그 지난한 역사를 먼저 정리해보기로 한 것이다.
일반인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생애사라는 방법을 통해 과거부터 현재를 살펴보면서 어떤 문제가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발생했고, 노동자, 사업주, 정부의 대응이 어떠했고 왜 그랬는지,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를 질문했다. 이 책은 전문가의 권위와 역할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세태에서 묵묵히 특별한 보상 없이 살아 온 활동가의 삶에 대한 존중과 지지를 보내는 방법으로 기획되었다. 특히 과거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후세대들에게 그 역사를 전달하여 공감하고 함께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여러 활동가가 있지만 이 책을 위해 20여 년간 안전보건 분야 활동가로 살아 왔고, 각자가 다른 조직에 속한 4인의 활동가를 선정하였다. 원진노동환경연구소 김신

범 화학물질센터장, 민주노총 금속노조 박세민 안전보건실장, 지역 단체의 여성활동가인 마산창원산재추방운동연합 이은주 상임집행위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훈구 상임활동가가 그들이다.
생애사 연구 방법은 개인화의 표현인 동시에 사회구조적인 사회화를 드러내는 방법이자, 개인과 사회의 상호구성물이므로 적절하다고 판단되었다. ‘객관적인’ 양적 방법론과, 사회의 부분을 연구하며 ‘개인’에 치중하는 질적 방법론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개인의 구체적인 생애사를 통해 사회구조를 재구성하는 하나의 방법론으로서 생애사를 채택했다. 라이트 밀스(C. Wright Mills)가 『사회학적 상상력』에서 말한 ‘역사(history)’와 ‘전기(biography)’의 교차점을 드러내고 싶었다.

[활동가 4인은 어떤 사람인가]
김신범
노동자 건강 분야의 활동가이자 연구자이다. 1999년 원진녹색병원 부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설립에 참여하였고, 현재까지 이 연구소에서 18년째 일하고 있다.
1970년 서울에서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보건대학원에서 산업보건학을 전공했다. 직업병이나 산업재해를 단순히 일하다 입는 부상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던 시절, 노동자들이 겪는 근골격계질환이 직업병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도 그가 몸담은 연구소였다.
그러면서 그는 노동자의 건강이 노동환경, 생산과정을 포괄하는 구조의 문제임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조직된 제조업 노동자들의 문제로 시작하여 미조직 서비스 노동자들에게로 점차 관심을 넓혀 가면서 그는 ‘서비스 노동자에게 의자를’, ‘청소 노동자에게 씻을 권리를,’ ‘30분 피자 배달제 철폐’ 같은 이슈를 제기해 노동자 건강과 인권을 연계하는 활동을 했다.
이러한 활동은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면서 많은 시민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그가 최근 중점을 두고 있는 발암물질 감시운동은 노동운동뿐 아니라 환경·소비·협동조합 등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버리고 떠날 수 없는 사람들” 곁을 지키며 살아온 덕에 조금씩 더 괜찮은 인간이 된 것 같다고 자평하는 그는 오늘도 노동자의 곁에 서서 현장의 소리를 듣고 있다.

박세민
박세민은 1993년 산업안전보건운동을 시작한 이후 25년째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무역학을 전공했지만 학교보다는 거리에서 세상을 배운 시간이 더 많았고, 고향인 태백 산골을 사랑한다. 대학 졸업 후 안산공단에서 철제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노동조합 조직 활동을 했고, 군 제대 이후인 1993년에 인천의 노동자 건강 상담실인 인천산업사회보건연구회의 창립 실무자로 일하면서 산업안전보건 운동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이후 1998년 ‘민주노총 인천본부’ 산업안전보건국을 거쳐 17년째 일하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실까지 줄곧 안전보건운동 영역에서 법과 정책 분야의 굵직한 활동들을 해왔고, 현장과 그 길을 함께 걸었다. 운동현장의 최일선에서 활동해온 만큼 지난 시간 그가 걸어온 길 곳곳에는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 역사의 변곡점들이 그대로 녹아있다.
박세민은 우리나라 최대 산별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동조합에서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노동안전보건 관련 법과 제도들이 실제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새로운 건강 이슈를 발굴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대안을 실험하고 있다.
운동하기 어려운 척박한 현실에서 그는 ‘종합예술가’로 살고 있다고 자평한다. 노동자 건강에 대한 인식 높이기, 재해 예방활동, 교육, 홍보, 상담, 산재보상 신청서 작성, 안전보건 활동가 육성, 직업병 연구, 현안에 대한 집회와 투쟁, 법제도의 개선과 정책 대응 활동까지 여러 가지의 일을 모두 해내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주
1968년 전라북도 완주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자랐다. 대학 재학 중에 학생운동을 하다 중퇴하고, ‘노동자의 메카’ 마산창원 지역에 왔다. 22년간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에서 활동하며 노동건강권 운동을 하였다.
이은주의 삶은 마산창원 지역 노동건강권 운동의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다. 또한 간부 중심, 전문가 중심보다 노동조합과 노동자의 힘이 실린 노동안전보건운동, 지역 활동가들의 연결과 지원이 자신의 역할이라 여겨왔다.
재해노동자 보상뿐 아니라 노동환경 개선, 직업병 예방활동까지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 강태석, 고 이상관, 고 이석수, 고 황반납, 고 리당청, 고 변우백. 그가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이름이다. 이은주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주술사 같다고 말한다.
주검을 통해 노동자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며 생을 마감했는지 알아내어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주술사이자, 그 죽음의 원인과 사회적 의미를 밝히는 탐정이자, 일하며 발생하는 질병과 죽음을 막기 위해 활동하는 운동가이다.
죽어서야 이름을 아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그들을 만나기 위해 그녀는 오늘도 뛰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약자와 생명을 살리는 운동이 바로 노동건강권 운동이 되어야 한다며, 현장에 더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공간과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이훈구
이훈구는 현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상임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아주공과대학에 입학했다. 탈춤반 동아리 활동을 하며 사회과학 세미나와 토론을 통해 세상의 구조적 모순들을 접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노동 현장에 있다고 생각했기에 대학 졸업 대신 활동가의 길을 택했다.
이훈구는 용접공으로 시작해 현장 활동가들의 고충을 듣고 조언하는 상담소 활동가로, ‘노동자의힘’ 상임 활동가로 역할을 옮겨갔다. 그러던 중 현장 노동자 중심의 노동 안전 보건 운동을 모색하는 이들과 함께 2003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를 창립했다.
그는 보건의료전문가나 학자 같은 외부 전문가가 노동자 대신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가 직접 참여하는 연구와 활동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에 주력하고 있다.
건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노동강도 완화, 심야 근무 폐지, 주야 2교대제 폐지,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해 노동자와 함께 활동해 왔다. 건강 보장을 생활습관이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일터의 환경 특히 노동강도와 노동시간을 바꾸어 건강한 노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왔다.
노동자의 삶이 공장 안에만 머물지 않기에 ‘공장만 똑 떨어져서’ 고민하기보다, 노동안전보건을 삶의 전 영역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최근 더 강해졌다.
이훈구는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자기를 실현하는 과정이고 스스로는 그 길을 열심히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십 년쯤 뒤 은퇴를 생각하는 그의 꿈은 엉뚱하게도 ‘거지발싸개 같은’ ‘빌어먹을’ 놈이 되는 것이다. 그는 오늘도 그 꿈을 향해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머리글]
국내총생산 세계 11위, 1인당 국민소득 2만7천 달러. 한국의 위상을 나타내는 숫자이다. 하지만 금수저ㆍ흙수저로 대변되는 사회계급의 고착화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은 더 심해지고 있다. 실업률, 고용율, 사회지출, 소득불평등을 종합해 추산한 사회적 배제 정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관련 자료를 발표하는 21개국과 비교(2010년 기준)했을 때 가장 높았다(김태완, 2016). 혹자는 정책의 실패로 인한 어려운 사회현실을 조정하여 복원하는데 7~8년 정도의 시간만 남았다는 주장(장덕진, 2016)을 하고 있을 정도이니, 한국 사회는 참으로 어려운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일자리가 없어서 고통 받는 사람과 일자리는 있으나 일터에서 존중과 보람을 느끼지 못한 채 노동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갖고 있는 일자리가 언제 사라질지 몰라 그 자리를 지키느라 노심초사하거나, 장시간 노동에 매일 피로가 쌓이고, 사랑하는 가족ㆍ이웃과 함께 하는 시간,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시도해볼 수 있는 여유를 노동자들은 갖기 힘들다. 대다수 노동자는 고용 불안정,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인권이 보장되지 못한 일터를 지키느라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주 잊혀지는 사실 중 하나는 일하다가 죽거나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한국 사회에서 한 해에 일하다 사고로 숨진 노동자수가 1,777명(2016년)으로, 매일 5명이 죽고 있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 253명(2014년)보다 7배가 많고, 이라크 전쟁에서 10년 동안 사망한 미군의 한 해 평균 450명보다도 훨씬 많다. 일하다 죽지는 않더라도 통계에 잡힌 재해자 수(4일 이상 요양을 필요로 하는 사람)는 한 해 무려 9만656명이나 된다. 그나마 이 숫자는 산재보험을 알지 못해 신청하지 못했거나, 신청했다 하더라도 업무상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해 보상을 받지 못했거나, 산재 승인이 되지 않은 사람들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아프지만 참으며 일을 하거나 병들어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 나가는 상황일 것이다. OECD 국가 중 최고의 산재 사망률을 보여주고, 부상 및 질병 경험자를 포함하면 일하다 죽거나, 아프거나,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가 많은 것이 21

세기 한국의 초라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이 나와는 상관없는 어떤 노동자의 이야기일까? 이러한 사회가 과연 지속가능한 사회일까? 왜 우리는 원치 않는 노동과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아야만 하는 걸까? 누가 우리를 이러한 삶을 살도록 몰아간 걸까? 아니면 우리가 침묵하고 또 타협하고 있어서 계속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걸까? 많은 질문들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람들은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일터와 사회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일하는 사람이 참여하여 건강한 일터를 만들 수 있고, 건강을 보장해주는 법과 제도가 있다. 과거보다 발전해 왔다. 하지만 아직 여러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존재하는 법과 제도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환경도 급속하게 변화되어 전통적인 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의 발전, 고용형태의 다양화 및 원-하청의 문제에 따른 노동안전건강의 책임성 여부, 폭력ㆍ감정노동ㆍ직장 내 괴롭힘 등 새로운 이슈의 출현과 대응 등 우리 사회가 신속하게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러나 ‘성장’과 ‘이윤’ 중심의 가치는 ‘건강’과 ‘안전’이라는 가치 위에 군림하고 있어 건강한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행복하게 일하는 일상을 꾸려가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노동자 건강 보장을 위한 시스템이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노동자 건강의 중요성을 느끼고 여러 영역에서 활동해 온 많은 분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노동자와 함께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오랜 동안 애써 온 활동가들의 삶과 활동에 주목했다. 이 분들 덕택에 때론 묻힐 뻔했던 사건들이 세상으로 나왔고, 지난한 토론과 투쟁을 통해 정책에 반영되었으며, 저항의 물결을 타기도 했고, 범사회적인 공감대를 이루어내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좌절, 분노, 실망, 억울함도 있었지만 이들의 노력과 세월이 없었다면 우리의 노동자 건강 수준은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나는 노동안전건강 분야의 활동가의 삶을 통해 이 분들이 노동자 건강이라는 이슈를 삶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어떤 이슈들이 언제 어떻게 제기되었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활동을 하였으며, 자신의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인적인 고민, 보람, 열정, 한계는 무엇이었고, 고비마다 겪은 어려움은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 등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즉 안전보건 분야 활동가의 생애사를 수집하여 개인과 사회의 역사를 동시에 쓰고 싶었다.
생애사 연구 방법은 개인화의 표현인 동시에 사회구조적인 사회화를 드러내는 방법이자, 개인과 사회의 상호구성물이므로 적절하다고 판단되었다. ‘객관적인’ 양적 방법론과, 사회의 부분을 연구하며 ‘개인’에 치중하는 질적 방법론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개인의 구체적인 생애사를 통해 사회구조를 재구성하는 하나의 방법론으로서 생애사를 채택했다. 라이트 밀스(C. Wright Mills)가 『사회학적 상상력』에서 말한 ‘역사(history)’와 ‘전기(biography)’의 교차점을 드러내고 싶었다.
이 책은 노동건강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역사를 정리한 기록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출발했다. 안전보건의 역사를 정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나 방대한 작업일 것이므로, 그 첫 출발을 노동안전건강 분야의 활동가의 삶을 통한 역사를 먼저 정리해보기로 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특별한 보상 없이 활동가로 살아온 그 분들의 삶에 대한 존중이자 지지를 보내는 한 방법으로 기획되었다. 활동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오늘에 이르렀는지가 궁금했다.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도 알고 싶었다. 생애사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살펴봄으로서 어떤 문제가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발생했고, 노동자들의 대응이 어떠했고 왜 그랬는지,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를 질문했다. 특히 과거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후세대들에게 그 역사를 전달하여 공감하고 함께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많은 활동가가 있지만 이 책을 위해 20여 년간 안전보건 분야 활동가로 살아 왔고, 각자가 다른 조직에 속한 4인의 활동가를 선정하였다. 원진노동환경연구소 김신범 화학물질센터장, 민주노총 금속노조 박세민 안전보건실장, 지역 단체의 여성활동가인 마산창원산재추방운동연합 이은주 상임집행위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훈구 상임활동가가 그들이다.
대상자 선정 기준은 처음부터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안전보건영역에서 활동이 먼저 이루어졌던 금속 영역을 주 무대로 삼았던 분들을 우선 면접해보기로 했다. 특히 전국과 지방 중심 활동, 여성과 남성 활동가, 활동가가 일하는 주요 조직 등을 기준으로 활동가를 선정하였다. 자료 수집을 위해 면접 요청을 했으나 참여를 하지 않은 분도 계셨고, “왜 우리 조직 사람이 빠졌느냐”고 질문하신 분들도 계셨지만, 4인의 생애만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분들의 생애 기록은 향후에 지속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생애사 기록에 누가 참여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이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글을 전문적으로 잘 쓰는 사람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기록에 참여하여 역사도 배우고 의미도 전달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연륜 있는 석ㆍ박사과정 대학원생을 섭외하여 참여시켰다.
생애사를 수집하기에 앞서, 생애사라는 연구방법에 대한 세미나를 실시하였고, 생애사 방법을 사용하여 다양한 유형의 집단을 분석한 논문과 책을 읽으며 생애사의 수집ㆍ분석ㆍ글의 구성에 대해 공부하였다. 이후 연구자들은 각자 한 사람씩 맡아 그 사람에 대해 연구하고 면접을 실시하였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였다. 1인당 3~6번의 면접이 있었는데, 매우 바쁜 활동가의 시간을 쪼개어 면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초벌 면접 녹취록을 함께 읽고 해당 활동가의 캐릭터와 주요 활동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부족한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이야기의 보충이 필요한 활동가는 내가 마지막으로 면접하기도 하였다. 기록된 내용은 다시 원고로 축약하여 작성되었고, 작성된 내용은 윤리적 사항을 위해 활동가의 검토를 받았다.
말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사진과 그림도 훌륭한 언어이므로 함께 수록하였다. 원래는 방대한 양의 사진을 수록하여 사진으로 역사를 보여주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지면이 허락하지 않아 포기하고 몇 장의 사진만 수록하였다. 한 활동가가 직접 그린 캘리그라피도 볼 수 있어 소소한 즐거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충분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노력했던 어떤 활동가의 진술은 글쓰기가 수월했다. 운동권의 용어가 그대로 여과 없이 마구 쏟아져 나올 때는 녹취록을 이해하기 어려워 쉬운 말로 바꾸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 다른 단체나 활동가와 갈등 상황이 펼쳐질 때는 더 경청하고자 했다. 따뜻했던 또 서글펐던 시간, 오랜 동안 힘들게 일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아팠던 시간도 담았다.
사회과학자로서 안전보건영역에서 지난 20년간 연구와 활동을 해 온 나는 이 분들과 여러 시간 속에서 만났고, 함께 연구도 하였다. 2005년 이전에는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서 함께 하는 자리가 많았는데, 그 이후로 그런 기회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면접 내용을 살펴보니 생애사 기록에 참여한 활동가들조차도 서로를 잘 모르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자신과 다르다’고 종종 표현하곤 했는데, 공유하고 있는 것도 많았다. 대체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다 ‘어쩌다’ ‘우연히’ ‘자연스럽게’ 안전보건운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고민도 많았지만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고,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노동건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노동조합을 넘어 최근에는 지역과 마을에 관심을 갖는 점 등에서 공통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구체적으로 활동을 펼친 방식에 대해서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 4인의 활동가는 동일한 활동을 함께 한 적이 많아 그 활동을 각 활동가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이 책을 보는 묘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이 도움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 기꺼이 면접에 응해 주셨던 활동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생애사 수집을 위한 비용을 지원해 준 ‘아름다운재단’과 ‘사회건강연구소’ 회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책 기획과 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닐 때 격려와 지지를 해 주었던 주변의 연구자와 활동가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책 출간과 함께 많은 분들이 모여 우리의 과거ㆍ현재ㆍ미래를 허심탄회하게 나누었으면 한다. 활동가들이 책도 낭독하고 서로에게 지지대가 되어 주는 시간도 갖고 싶다. 그런 날을 기대해본다.

2017년 가을
정진주 씀

목차

머리글ㆍ5

김신범
육성회비도 못내는 가난한 목사의 아들ㆍ21 / 죽은 아버지 대신 채용되었던 내 친구ㆍ22 / 회색분자와 학생운동 사이에서ㆍ23 / 산재를 당한 사람들과의 첫 만남ㆍ26 / 훌륭한 공익근무 요원이 되시게ㆍ27 / 보통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 ㆍ29 / 의리 때문에 연구소 취직 포기ㆍ31 / 원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창립 멤버로 ㆍ33 / 노동자의 문제는 노동자가ㆍ36 /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ㆍ38 / 어쩐지 일찍 죽더라ㆍ40 / 의자에 앉아도 되는 거였어요?ㆍ43 / 우리에게도 발암물질 목록이 필요해ㆍ48 / 여기에 발암물질이 들었나요?ㆍ50 / 노사 공동으로 톡식 프리 선언 ㆍ54 / 우리도 독성 물질을 쓰지 않겠다ㆍ56 / 써도 되는 것을 찾아 헤매는 소비자ㆍ56 / 해볼 테면 해보라던 눈빛ㆍ60 / 결국은 마을이 필요해ㆍ63 / 더 부유하고 편하게 살았겠지만ㆍ64 / 노동조합과 계속 함께 갈 수 있을까ㆍ66 / 잊을 수 없는 사람들, 버릴 수 없는 사람들ㆍ68

박세민
숲과 탄광이 있던 내 고향 태백ㆍ81 / 수입소와 농촌의 몰락ㆍ83 / 노래 때문에 다른 세상을 접하다ㆍ85 / 우리는 돼지새끼가 아니다ㆍ86 / 우리 모임이 반국가단체라고?ㆍ90 / 산업재해 상담을 시작하다ㆍ92 / 쏟아지는 산업재해 상담들ㆍ95 / 증상은 있으나 병명은 없다ㆍ98 / 조직적 안전보건 운동으로의 전환ㆍ101 / 지역에서 전국으로ㆍ105 / 골병이 든다는 것ㆍ107 /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던 노동자들ㆍ110 / 경총이 만든 ‘나이롱 환자론 ’ㆍ112 / 집단 정신질환 산재 인정 투쟁에 이은 우울증ㆍ117 / 우주복을 입은 사람들의 행진ㆍ122 / 대한민국의 배는 비정규직이 만든다ㆍ124 / 일터에서 쓰는 화학물질의 실태ㆍ128 / 안전보건활동을 일상적 사업으로ㆍ132 / 제 역할을 한 정부는 없었다ㆍ135 / 노동이 존중되어야ㆍ138

이은주
대통령이 떠났다며 통곡하던 소녀ㆍ157 / 특수교육을 하고 싶어ㆍ158 / 학생운동에 투신ㆍ159 / 마창 가는 표 주세요ㆍ161 / 산재추방운동 시작ㆍ163 / 포기하지 말고 은주가 하자는 대로 해라ㆍ165 / 노동자가 만든 회지ㆍ167 / IMF, 고통분담인가 전가인가ㆍ170 / 내가 산 인생이 내 아들 둘 인생보다 더 길다ㆍ172 / 왜 이름을 바꿨는가?ㆍ176 / 대우조선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ㆍ178 / 근골격계 유해요인 지역 조사 시작ㆍ181 / 살아 남은 자는 행복했나?ㆍ185 / 사과향과 외국인 노동자 죽음ㆍ187 / 독한 여자ㆍ193 / 사고만 나면 다 비정규직ㆍ195 / 안식년-나 도닥여 주기ㆍ198 / 지역의 경계를 넘어ㆍ202 / 산재노동자의 죄의식ㆍ206 / 세월호,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닌 죽고 사는 문제ㆍ208 / 모든 약자 그리고 생명ㆍ210 / 함께 호흡하는 사람들, 내 삶의 버팀대ㆍ212

이훈구
대학만 가면 네 맘대로ㆍ223 / 이념의 과잉, 과도한 헌신ㆍ225 / 당위와 헌신에서, 흥과 재미로ㆍ228 / 노동 과정과 현장성에 대한 자각ㆍ232 / 새로운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출발ㆍ235 / ‘3무 원칙’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 달성ㆍ241 / 소금꽃이 피도록 날아다녀ㆍ246 / 노동시간과 임금을 우리가 결정하면 안 되나?ㆍ250 / 더 쉽게, 더 가깝게 다가가기ㆍ252 / 노동과 작업장을 넘어 삶의 영역으로ㆍ255 / 빌어먹을 ‘거지발싸개’ 되고 싶어ㆍ259

도서소개

노동안전건강 분야 활동가의 삶을 통해 노동자 건강에 관한 이슈들을 삶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게 된 계기, 활동 과정과 결과, 그리고 고민, 보람, 열정, 한계를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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