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안 ‘아트 로드Art Road’ 답사기의 결정판
초등학교 때 6.25전쟁으로 피난 간 친척집에서 세계지도 책을 처음 접하고 소일 삼아 따라 그리다가, 지도를 그리고 여행기를 읽는 게 취미처럼 돼 버렸다. 서른 넘어 우연히 집어든 책 한 권은, 십대 때 집안 어른들을 따라 뭣 모르고 다닌 국립중앙박물관과, 대학 졸업여행 기념사진으로만 잠자고 있던 석불사(석굴암)를 기억의 밑바닥에서 소환했다. 여행기 독서는 문화유적 답사기 독서로 선회했다. 해외여행이 아직 자유롭지 않던 1985년, 소속 단체의 국제회의 참석 차 여권을 발급받아 여정에 우겨 넣은 인도네시아 불교유적 보로부두르. 그러다 1989년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되자 외유는 급물살을 탔고, 본업도 아니면서 그렇게 30년 동안 무려 40여 회에 걸쳐 6개 대륙 52개국, 310곳의 문화유적을 돌아다닌 ‘팔자 좋은’ 남자가 있다.
다니고 본 경험을 틈틈이 강연과 기고를 통해 소개하고 몇 년에 한 번씩은 책으로도 내곤 하던 이 남자, 일흔여덟 나이에 다시 펜을 들고는(문자 그대로!) 반평생 답사와 공부를 2년에 걸쳐 정리해 냈다. 최영도 변호사의 아시아 고대문화유산 답사기, [아잔타에서 석불사까지](기파랑 刊). 큰제목만으로 단 두 쪽에 펼친 목차부터 보는이를 주눅들게 한다. 인도네시아, 인도, 캄보디아와 미얀마(버마), 티베트, 다시 파키스탄부터 실크로드를 훑어 중국 신장 둔황 시안 뤄양, 바다 건너 일본 교토와 나라 찍고, 돌아와 충남 서산 거쳐 경주 석불사까지 16편의 여정, 그리고 부록으로 일본에 남아 있는 고려시대 수월관음도 걸작선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