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조약, 을사조약, 한일합병조약, 카이로선언, 휴전협정…. 누구나 국사 시간에 한번은 들었을 조약들이다. 한일어업협정, 한미FTA, NPT 조약 등은 신문을 통해 귀에 익은 말들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조약들의 내용을 읽어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강화도조약에서 한미FTA에 이르는 국제 및 남북관계 조약, 협정, 선언 31개를 소개하고 있다. 조약이니 협정이니 하는 것들도 일종의 법조문인지라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조금 딱딱하다. 하지만 우리의 근현대사와 오늘을 만든 역사적 문헌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으면 색다른 감동이 느껴진다.
31개의 문서들의 앞부분에 배경, 주요 내용, 역사적 의의 등에 대한 간단한 해설을 붙였다. 중요한 역사적 문서들에 대해서는 영문 혹은 한문 원본을 함께 소개했다.
서문
조약(條約)-협정(協定)
한국의 대외 관계 주요 문서들 -
강화도 조약에서 한미 FTA까지를 펴내며
국가(國家)를 구성하는 3대 요소가 주권, 영토, 국민이다. 국가를 인체에 비유한다면 이 3대 요소는 나라를 지탱하는 골격(骨格)에 해당할 것이다. 그 골격에 착용하는 의상(衣裳)과 같은 것이 선언과 조약과 협정 같은 문서들이다. 이것은 대내(對內), 대외(對外)적으로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인지를 보여준다.
항상 아름다운 의상이 없듯이 대한민국이 구한말 이후 지금까지 140여 년간 걸치고 있는 법률과 조약과 협정도 엄혹한 세월을 거쳐온 것들이다. 1876년의 조일수호조규(朝日修好條規), 우리가 흔히 강화도수호조약이라고 부르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조약의 뒤에는 항상 ‘불평등 조약’이라는 단서가 붙어 다니고 있다.
1910년의 한일병합조약도 우리에겐 부끄럽기 그지없다. ‘한국 황제 폐하 및 일본국 황제 폐하는 양국간의 특별히 친밀한 관계를 고려하여 …’로 시작되는 이 조약은 당시 우리가 얼마나 힘이 없었는지를 행간(行間)마다 보여주며 나라를 빼앗길 때도 ‘동양의 평화를 영구히 확보하기 위해’라는 명분을 동원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국민이라면 이 조약을 다시 들쳐보기도 싫겠지만 나는 국민 모두가 이 조약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뼈저리게 반성해야 다시는 대한민국이 이런 처지에 놓이지 않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2부에 나오는 카이로선언, 포츠담선언,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대한민국 정부와 아메리카 합중국 정부간의 대한민국 정부에의 통치권 이양 및 미국 점령군대의 철수에 관한 협정, 재한 미국군대의 관할권에 관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협정, 작전권 이양에 관한 이승만 대통령의 서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은 체결된 지 60년이 훨씬 넘었지만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이 선언과 조약들을 자세히 음미해 보면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어떻게 건국됐으며 어떻게 생명을 유지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이런 선언과 조약을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은 정치인들이 오늘날 얼마나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드는지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뉴스프레스》는 구한말부터 지금의 대한민국까지 관련된 선언과 조약과 협정 가운데 중요한 31개를 선정해 단행본으로 만들었다. 가정마다 한 권씩 비치해 두고 몇 번이고 읽으면서 대한민국이 거쳐온 길과 나아길 길을 이 책에서 찾기를 기대한다.
2017년 10월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