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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 맹수들의 싸움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

  • 앙리프레데리크 블랑
  • |
  • 열린책들
  • |
  • 2017-10-30 출간
  • |
  • 187페이지
  • |
  • 122 X 190 X 20 mm /205g
  • |
  • ISBN 9788932918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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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층과 층 사이에 멎은 엘리베이터에서
외부의 도움 없이는
절대로 나가려고 하지 말 것

젊고 야심만만한 광고 기획자 샤를 퀴블리에는 아파트 세놓는다는 광고를 보고 그 건물을 찾아갔다가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나 층과 층 사이에 멈추는 바람에 그 안에 갇혀 버린다. 한참 후에야 나타난 젊은 집주인 여자에게 그는, 다급하고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문명인다운 예의 바른 태도로 꺼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주인 여자는 거만하게 구조를 요구하는 그에게 수수께끼 같은 논리를 내세우며 구조를 거부한다. 그는 자기의 매력과 훌륭한 제스처, 청산유수 같은 말솜씨로 여자를 사로잡아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에서 나갈 궁리를 하지만 번번이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지는 결과를 빚고 만다.
샤를은 파출부의 동정심을 이용해 보기도 하고, 집주인이 기르는 고양이를 인질로 삼으려고도 해보고, 우연히 들른 집배원에게 구조를 요청하기도 하지만 탈출에 실패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항상 위선과 거짓 웃음으로 다급한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려고 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스스로 엘리베이터에서 생활하는 기인처럼 취급되어 아파트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기도 한다.
고립되어 있으면서 샤를은 성공만을 향해 바쁘게 살아왔던, 또 항상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칠 자신의 겉모습만 중시했던 그간의 자신의 삶에 대해 숙고하고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가면 가식적인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새 인생을 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갇힌 지 3주일이 넘었을 때에야 주인 여자는 자기 집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파티 때 꺼내 주겠다고 말한다. 희망에 부풀어 있던 샤를은 주인 여자와 흑인 남자가 한밤중에 양고기 조리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를 잘못 듣고 그들이 자기를 잡아먹으려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엘리베이터에서 나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다가 결국 끌려 나와 파티에 참석하게 된 그는 요리사가 시간이 되었다며 식칼을 들고 부엌에서 나오자, 공포에 질린다.

승자의 초상이자
현대인이 소통이라 부르는 것에 대한 풍자이며
고립에 대한 성찰

한 남자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갇히는데 집주인은 그를 꺼내 주지 않는다. 습관이 된 거짓 웃음 때문에 다른 입주자들은 그가 곤경에 빠진 것을 믿지 못한다.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은 전형적인 문명사회를 사는 한 사람이 고립된 상태에 머물게 되면서 서서히, 불가피하게 거짓되고 세련된 태도의 무용성을 깨닫는 과정을 간결하고 익살맞게 그리고 있다.
자신을 가리는 가면에 익숙해져서 자신이 문명인이라고 믿고 살던 샤를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끊임없이 `대화`로 자신을 이해시키려 하지만 그런 가식적인 대화로는 어떤 사람과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어떤 사람의 도움도 얻는 데 실패한다.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은 엘리베이터에 갇힌 채 빠져나오지 못하다가 어처구니없는 오해로 잘못된 선택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문명과 체면이 감추고 있는 허위의식을 냉소적으로 까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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