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는 기간 동안 진행했던 인터뷰를 모아 책으로 출간할 생각을 하게
된 건 불과 두 달 전이다. 당신보다 반백년이나 뒤늦게 세상에 나온 기자와
대화를 맞추는 것이 상당히 어려우실 텐데도 불구하고, 매달 두어 번씩 만
나 주시는 이시윤 변호사님(前 감사원장, 헌법재판관)께서 가벼이 던진 말씀
이 있으셨다. “만나서 인터뷰한 법조인이 꽤 된 모양인데, 그걸 책으로 모
아서 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인터뷰를 전문적으로 해 보라는 회사의 권고에 따라, 되돌아 보니 참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섭외와 질문 준비, 기사 정리까지 전 과정을 혼자서
진행한 인터뷰이(interviewee)가 어느덧 60여 명에 이른다. 한 명의 글이
적게는 5천 자 분량에서 많게는 8천 자에 달하는데, 분량상 만났던 모든
사람을 이 책에 담을 수는 없었다.
이 책에는 인터뷰이의 법적 소신뿐 아니라 지나 온 삶의 궤적까지 아울러
녹아있는 글들로 선별해서 담기로 했다. 따라서 60여 개의 인터뷰 중 특
정한 사안 위주, 견해 중심으로만 진행한 것들과 어떤 시기적 필요에 의해
진행한 인터뷰는 제외하게 됐다. 그간 만나서 견해를 들었던 모든 분이 훌
륭하셨기에, 그분들을 책에 다 담을 수 없게 된 데 대하여는 개인적으로 아
쉬운 마음이 크다.
한국 사회에서 법률가는 대표적인 엘리트 집단이다. 요즘은 그렇게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지만, 기자가 학생일 때만 해도 어느 지역에서 법
조인이 배출되면 곳곳에 현수막이 걸렸다. 현재 남한의 오천만 인구 중 판
사가 3천여 명, 검사가 2천여 명, 변호사가 2만 4천여 명이며 국회의원은
3백 명이다. 어림잡아 총 3만 명으로 쳐도, 전체 인구의 0.1%가 못 되는
숫자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법률가란 ‘동떨어져 있는’ 집단이고, 그래서인
지 더 비난의 뭇매를 크게 맞는 집단이기도 하다.
인터뷰뿐 아니라 법조계 현안과 현장을 쫓아 취재기사도 쓰고 있는 기자 입
장에서는 법률가들을 접할 기회가 자주 있다. 기자가 이 0.1%에 속한 사
람들에 대해 느낀 바는, 이들이 삶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배워야 할 점이라
는 것이다. ‘대충’이나 ‘적당히’란 말은 이들이 구사하는 언어 목록에서 빠
져 있었다. 비단 공부나 업무적인 측면만이 아니다. 사람도 대충 대하지
않고 봉사도 적당히 하지 않는다. 무얼 하든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
로 임하려는 삶의 자세를 갖고 있었다. 나아가 좀 더 사회적 책무를 고민
하는 모습이었고 되도록이면 어떤 형태로든 사회를 위해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부족한 필력으로 이들의 삶을 전한다는 게 늘 조심스러웠다. 크고 작은 결
례를 범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를 신뢰해 주고 웃어주셨던
여러 인터뷰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말로 다 표현하기가 어렵다. 특히
“보내 온 질문지를 보고서 믿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
는데, 한 분 한 분의 영롱한 삶에 박수를 담아 보낸 마음을 그 안에서 읽어
주신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
인터뷰 기사의 책 등재를 선뜻 찬성해 주신 서른 여섯 분 모두에게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거듭 올린다. 부디 이 책이 그분들께 하나의 선물과 같은 의
미가 되었으면 한다. 추천사를 통해 격려와 응원을 보내 주신 분들의 마음
또한 평생 간직하려 한다.
책 발간을 허락하시고 애써 주신 법률저널 공병익 사장님과 이상연 국장님
을 비롯하여 팀장님들, 회사 동료들께도 늘 감사한 마음이다. 또 지금은
회사에 없지만 기자가 진행한 인터뷰의 8할을 사진기자로서 함께 다니며
수고해 준 ‘최고의 사진기자’ 강미정 씨에게도 감사 인사와 축복을 전한다.
언제나 사랑과 기도로 내 삶을 응원해 주는 소중한 친구와 친지, 지인들
께도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특히 광주MBC 사장이셨던 필자의 외삼촌
은 언론인 선배로서 조카의 활동을 여러 방면에서 독려해 주셨다. 이 책
의 탄생을 너무나 기뻐해 주신 부모님과 친오빠와는 두고두고 기쁨을 나
눌 것이다.
내 인생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 드린다.
2017년 10월 15일
인터뷰어 김 주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