始. 아름다운 아가씨, 나에게 붉은 관을 가져다주네
인생이 첫 만남과 같다면
아득하고 아득한 나의 그리움이도다
붉은 두건 쓴 여자여, 오로지 그녀만이 나는 좋다네
그대여, 그대여, 이 좋은 사람, 어찌하리오
홀로 걷다, 홀로 앉고…… 홀로 화답하며 홀로 눕는다
그대여, 나를 부르면 화답하리
달이 떠서 비추니 내 님은 눈부시네
북풍이 차갑게 불어오니 눈이 펑펑 내린다네
그대 사는 붉은 담장, 은하수처럼 아득 멀게만 느껴지네
가만가만 천천히 하세요. 삽살개가 짖지 않게 하세요
지금 그대 보고 나니, 한없이 기쁘다네
원앙새가 날아오면 그물 쳐서 잡으리라
아무리 불러내도 그대를 따르지는 않겠다오
맺힌 시름 펴지 못해 마음만 참담하네
오늘 내가 돌아가면, 눈비만 흩날리리
빈 침상엔 맑은 먼지만 쌓이고 빈방엔 서글픈 바람만 불어오네
그대가 멀리 가니 내가 병이 든다네
여위고 여위면서 어이 아니 돌아가나
굽은 언덕 위에 회오리바람 남쪽에서 불어오네
동녘에 해가 뜨니 저 아름다운 그대가 내 방에 있네
나를 사랑하는 이와 함께 손을 잡고 돌아가리
못다 한 이야기. 후명의 스무 살
終. 얌전한 아가씨는 군자(君子)의 좋은 짝이라네
여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