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말
필자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여태껏 살면서 후회하는 일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던 것이다. 여유(?)가 있을 때 다양한 책을 접하지 못했던 것이 아직도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번역(학)에 필요한 기초 지식과 기술을 최대한 습득하도록 했다. 비록 글 솜씨가 조악해 보일 수는 있어도 번역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은 거의 모두 담은 것 같다. 표현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어도 내용 면에서는 알차도록 신경 썼다. 독자 여러분은 필자의 이런 노력을 이해하고 이 책에 임해주기를 바란다.
이 책의 집필 목적은 국내 번역학 전공자들이 번역 실무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실무와 관련된 기초 이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분명히 해둘 점은 이 책이 번역학의 모든 분야를 심도 있게 다루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는 집필 과정에서 ‘번역 실무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도 이 정도의 이론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론에 접근했다.
이 책은 기존의 번역(학) 교재와 비교해볼 때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이 책에서 소개하는 번역 샘플은 국내학부 영한번역 수업에서 논의된 실제 번역에 기초한다(따라서 제시한 번역문을 전부 믿어서는 안 된다). 다만 번역문에 포함된 철자, 띄어쓰기 등의 오류는 글의 논지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경우 일부 수정하였음을 밝힌다.
둘째, 이 책은 대학의 번역(학) 전공수업에서 자주 논의되는 문제, 특히 학생들이 번역실습 과정에서 자주 범하는 실수들을 모았다. 따라서 번역(학)의 모든 문제를 다루지는 않지만 번역전공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주제만으로 구성되었다.
셋째, 이 책은 실무(practice)의 문제를 이론(theory)에 접목함으로써 번역 방법의 정당성을 제시하고 번역이론의 적용 가능성을 논한다. 따라서 이론만을 나열하는 일부 번역학 서적이나 실무의 문제만을 다루는 기존의 번역 교재와는 접근방법에서부터 다르다.
넷째, 기본적으로 이 책은 번역을 전공하는 국내 학부생의 눈높이에 맞춰 번역학을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상당 부분은 통번역대학원 재학생뿐만 아니라 전문 번역가들에게도 매우 유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섯째, 이 책은 번역학의 제반 문제를 깊게 다루는 대신, 학부와 대학원 차원의 핵심 주제를 최대한 폭넓게 다루고 있다. 또한 기존의 번역학 도서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개념인 ‘트랜스크리에이션’(transcreation), ‘파라번역’(paratranslation), ‘요약 번역’(gist translation), ‘화면 해설’(audio description), ‘포스트에디팅’(post-editing), ‘만화번역’(comics translation), ‘교정교열’(revision) 등도 소개한다.
여섯째, 이 책은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화장품 광고, 카툰, 만화책 등의 이미지를 번역의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으며 트라도스 화면이나 공연 자막 이미지 등도 수록하였다. 이 책이 제시하는 각종 이미지는 독자의 번역 세계를 넓혀주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일곱째, 이 책은 심화학습을 지원하는 추가 읽기자료 목록(Additional Readings)을 제공한다. 다만 국내 연구의 성과를 확산시키고 자료에 대한 접근성을 고려하여 국내에서 발행된 연구만을 제시하였다.
위와 같은 특징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필자의 부족한 교육·연구 경험을 근간으로 집필되었기 때문에 혹자가 보기에는 누락된 주제나 소홀히 다룬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특히 기술(technology)과 관련된 번역학의 새로운 단면들, 예컨대 컴퓨터보조번역(CAT), 음성인식 자동번역, 아이트랙킹(eye-tracking)과 같은 분야는 다루지를 못했다. 또한 시스템이론, 번역비평, 포스트식민주의 번역이론, 번역자학(translator studies), 번역의 철학적 접근법 등과 같은 담론들도 성격상 제외시킬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필자는 책의 내용을 심화시키고 보다 참신한 내용을 추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할 경주할 것이다. 특히 독자의 충고와 조언을 적극 수용하고, 첨단 영역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다른 학자와의 연구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최소한 지금보다 덜 부끄러운 저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2017년 7월 3일
저자 이상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