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친구들을 지켜주는,
비밀소녀단을 찾습니다.
로즈힐 고등학교에는 아주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꽃미남이 즐비한 축구부도, 영국 사립고등학교 중에서 가장 예쁘다는 교복도 아닙니다. 바로 비밀소녀단 ‘SHE’예요. 이들은 ‘SHE’라는 메일 계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에게 메일을 보내 도움을 주고 있죠. 이들의 정체가 누구인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어떻게 정보를 얻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로즈힐 고등학교의 여학생으로 추측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들이 어느 여학생에게 협박 메일을 보냈거든요. 대체 무슨 일일까요? 비밀소녀단을 아는 학생이 있다면 제보 바랍니다. 잘 살펴보세요. 비밀소녀단은 여러분 곁에 있을 테니까요.
우리 공동체를 지키는 보통의 존재들,
연약한 영웅들을 통해 우리는 더 큰 위로를 받는다.
주인공 샤론은 대만의 입시 경쟁을 피해 영국 사립 고등학교로 유학을 온다. 하지만 문화적인 차이와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영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만에서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한다. 다른 학생들에게 얕보여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가 하면 첫사랑에게 시련을 당하기도 하고, 겨우 멋진 남학생과 로맨스를 즐기려는 찰나에 다른 여학생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수업 진도를 따라잡지 못해 기숙사 외딴 곳에 있는 세면실 구석에서 샤워 커튼 뒤에 숨어 새벽까지 몰래 공부를 하기도 한다. 샤론은 뭐 하나 순탄하게 풀리지 않는 ‘짠내’ 나는 주인공이다.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새벽까지 공부를 하고 친구들과의 관계에 힘들어하고 짝사랑에 설레는 샤론의 모습은 보통의 청소년들과 닮아 있다. 자신의 문제만으로도 힘겨움에도 샤론은 다른 친구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을 돕기 위해 용기를 낸다. 연약한 영웅, 샤론과 비밀소녀단을 통해 우리는 더 큰 위로를 받을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 공동체를 지켜온 이름 모를 보통의 영웅들에게 바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10대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고민들을 비밀이라는 소재로 엮어내다
『로즈힐 고등학교의 비밀소녀단』은 10대 청소년들의 우정과 사랑을 다뤘지만 단순히 해맑은 내용만 담겨 있지는 않다. 주인공 샤론부터 단짝 친구인 해리엇, 이니드를 비롯해 기숙사 사감 선생님까지 로즈힐 고등학교의 모두는 적어도 한 가지씩 비밀을 가지고 있다. 짝사랑, 시기, 질투처럼 가벼운 일부터 동성애, 협박, 자살처럼 무거운 일까지 이들은 각자의 고민이 있다. 이런 고민들은 오늘날의 10대 청소년들이 겪는 고민과 다르지 않다. 작가는 이 다양한 고민들을 비밀이라는 소재로 훌륭히 엮어낸다. 그리고 각각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이들과 이 비밀들을 풀어가는 비밀소녀단을 통해 작가는 모든 선택은 자신이 주체적으로 하는 것이며 그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이야기한다.